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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灘川 이종학<소설가>
 

한국에서는 뇌물죄로 크게 시끄럽다. 하긴 뇌물을 주고받는 일이 관습화된 일상이 되었고 뇌물을 못 먹는 사람은 무능력자로 치부하는 타락한 나라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돈다발이 가득 찬 선물용 사과 상자가 뇌물 상자로 버젓이 둔갑한다. 사과상자와 정상배라는 말이 오히려 어울리는 세태가 안타깝다. 뇌물수수가 횡행하는 사회는 원칙이 무너지고, 망조가 든 사회라고 역사는 가르친다. 뇌물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어떤 직위 또는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적인 일에 이용하기 위해 건네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말한다. 대부분 국가는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정의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한다. 뇌물 말고도 촌지(寸志), 와이로(蛙利鷺), 꾹돈, 쇠돈 등의 다른 말도 쓰인다.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뇌물은 사회의 골칫거리였다는 기록(미국 연방법원 판사였던 존 누난의 저서 ‘뇌물의 역사’)이 있다. 이집트 왕조는 ‘뇌물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로 규정하고,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선물을 살포하는 행위를 단속했다 한다.
또한, 다른 기록에 따르면 뇌물을 부정한 선물로 보고 처벌했음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자 뇌물(賂物)의 뇌(賂)의 어원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뇌는 조개 패(貝)에 각기 각(各)을 결합해 만든 조어다. 문자 그대로 '개별적으로 유통되는 재화'라는 뜻이다.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통용되던 시절 공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사적으로 오가는 조개껍데기가 있었으니 곧 몰래 주고받는 선물이었다. 뇌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브라이브(bribe)는 중세 시대 선물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동서를 막론하고 선물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선물의 목적이 대가성을 염두에 두었다면 그 선물은 뇌물로서 파괴적인 범죄 행위가 되고 만다.
고려 18대 왕 의종(毅宗)은 어느 날 야행을 나간 적이 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산 아래 허름한 외딴집 앞에 섰다. 집 대문에 ‘唯我無蛙人生之恨(유아무와인생지한)’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임금으로서 어느 정도 학식을 갖추었고 자부하지만, 이 글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왕은 집주인을 찾아서 글의 내용을 직접 물어볼까 했으나 분명 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일단 발길을 돌려 마을 주막에 들어갔다. 변장한 의종은 국밥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왜딴집에 관한 몇 가지를 탐문했다.
이름은 이규보(李奎報), 여러 번 과거에 응했으나 낙방 거사의 신세가 되자 바깥출입을 멀리하고 오로지 글만 읽으며 살아간다는 소식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왕은 이규보를 찾아 하룻밤 신세를 지면서 ‘唯我無蛙人生之恨’이라는 글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 목청이 아름답고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꾀꼬리가 노래 시합을 하자는 까마귀의 갑작스런 도전을 받았다.
사흘 뒤에 시합을 하되 심판은 공편하기로 소문난 백로(白鷺)에 맡기잔다. 까마귀의 목소리를 잘 아는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심심풀이 땅콩 셈치고 까마귀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강직해야 할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 주었다. 까마귀는 논두렁에 있는 개구리를 열심히 잡아 백로에게 뇌물로 바쳤음이 드러났다. 크게 낙담한 꾀꼬리는 실의에 빠졌다. 낙방 거사인 이규보 자신의 처지를 비유함이었다. 한편으로는 질서가 무너진 나라의 한심한 꼴을 비난함이었다.
궁궐로 돌아온 의종은 임시 과거를 시행한다는 방을 붙이도록 명했다. 그리고 시제(詩題)로 ‘唯我無蛙人生之限’을 내걸었다. 당연히 이규보는 장원급제(壯元及第)하였고 당대의 명망 있는 대학자가 되어 많은 저서를 후세에 남겼다.
와이로(蛙利鷺)라는 부정한 말도 더불어 전해지게 되었다.

기사 등록일: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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