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위협하는 주거 부담, 한국과 캘거리 모두 대응 본격화 - 한국, 재건축 완화·신도시 법안 등 추진, 캘거리, 토지 개편·그린라인 건설 병행
캘거리 서머셋(somerset) 인근 주택가 모습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주거 부담이 캘거리와 한국을 동시에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 아파트·빌라 중심의 고밀 개발과 수도권 집중 수요로 총량 과잉과 생활 불균형, 소음·사생활 침해까지 중첩된 문제를 겪고 있다. 또 캘거리는 인구 유입으로 저밀도 도시 구조에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주거 불안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 인구 유입과 생활비 부담, 캘거리의 변화
우선 캘거리는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를 중심으로 넓은 간격을 두고 발달해 온 저밀도 도시다. 최근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면서 주택 시장의 압박도 현실로 다가왔다. 스태티스틱스 캐나다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순유입 인구가 4만 명을 넘었다.
인구 유입으로 주택 수요가 치솟자 시도 움직였다. 같은 해 주택 인허가 1만6505건을 발급해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작년에는 시장용 주택 2만5000여 가구가 인허가 단계에 들어섰다. 비시장 주택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단기간에 모든 수요를 해소할 수는 없지만 공급 구조 전환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런 와중에 시민들의 주거 만족도는 내림세다. 시가 지난해 진행한 시민 설문조사에서 “삶의 질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71%로 전년도 78%에서 하락했다. 주요 이유로는 주거·생활비 부담이 지목됐다. 실제로 캘거리의 ‘리빙 웨이지’는 2023년 23.70달러에서 2024년 24.45달러로 올라 최저임금보다 60%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주거비와 식료품 가격이 빠르게 오른 현실을 반영한다.
캘거리도 이를 의식해 공급 확대와 제도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R-CG 주거용 토지 개편으로 단독주택 지역에도 다가구와 세컨드 스위트 건축이 가능해졌다. 시는 동시에 경전철 그린라인 건설을 추진하면서 교통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또 주택 에너지 효율 라벨링 프로그램을 확대해 생활비 절감과 환경 목표 달성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시정부의 주택 전략이 점차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 수도권 불균형과 빌라촌의 압박, 한국의 과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60% 이상이 아파트인 데다 최근 10년간 신규 주택 공급에서도 아파트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공급 확대가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이웃 간 소음과 교통 혼잡 문제는 그간 대표적인 주거 불편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더욱이 한국의 빌라촌은 좁은 필지에 주택이 밀집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까닭에 사생활 침해를 포함해 주차 공간 부족과 좁아진 골목길에 따른 생활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의 미분양은 늘고 수도권의 수요는 줄지 않는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공급 정책은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공급 확대가 단기적 해법은 될 수 있지만 생활권과 인프라 불균형을 함께 풀지 못하면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수도권 공급 부족과 지방 미분양 문제에 대응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 ▲신축 아파트 공급 확대 등 대규모 공급책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건축 기준 강화와 같은 질적 개선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기적 수요 억제와 장기적 공급 확대를 동시에 노리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 서로 다른 구조, 같은 고민의 압박
이처럼 주택 구조와 정책 방향은 다르지만 주거 부담은 한국과 캘거리 모두에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 고밀 개발의 그림자 속에서 사생활 침해와 소음, 불균형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 또 캘거리는 저밀도 도시의 장점을 지키려 하면서도 인구 유입과 생활비 상승이라는 압박을 안고 있다.
이런 구조적 부담은 시민들의 체감으로 드러난다. 캘거리에 15년째 거주하는 한인 A씨는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는 여전히 장점이지만 코로나 이후 주거 부담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30대 유학생 B씨는 “세제 혜택 덕분에 당장은 버티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C씨는 “월세 대신 안정적으로 살 집을 구하려 청약에 매달리고 있지만 정작 왜 서울에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면서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는데 수도권은 여전히 집값이 치솟고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속에서 북적이며 살아가는 게 과연 행복인지 혼란스럽다. 그럴 땐 워홀을 떠난 친구처럼 다른 나라로 나가고 싶단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국과 캘거리는 서로 다른 주거 모델을 갖고 있지만 두 지역 모두 주택 공급과 삶의 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공급 불균형과 인구 압박이라는 다른 배경 속에서 두 도시의 정책 선택이 향후 해법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