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50% 올렸지만...12시간 새 보행자 사고 4건 '속수무책' - 8일 저녁부터 중상자 포함 인명 피해 잇따라
작년 보행자 사망 2배 폭증, 올해도 3명 숨져, 750만불 긴급 투입 등 대대적 단속 예고
캘거리 다운타운 인근 도로 전경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앨버타가 교통 벌금을 대폭 올린 지 한 달도 안 돼 캘거리에서 보행자 사고 4건이 연달아 터졌다. 단 하루 만에 발생한 이번 연쇄 사고로 정부의 처벌 강화 조치가 현장에서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캘거리 경찰(CPS)에 따르면, 지난 수요일(8일) 저녁부터 목요일 오전까지 단 12시간 동안 캘거리 전역에서 총 4건의 보행자 교통사고가 보고됐다. 사고는 8일 저녁 8시경 SE 지역 세이튼 드라이브(Seton Drive)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를 시작으로, 이튿날 출근 시간대까지 시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부상자 중 일부는 생명이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 연쇄 사고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교통안전법 개정안’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당시 주정부는 시속 50km 초과 과속이나 난폭 운전 등 고위험 위반 항목의 벌금을 최대 50%까지 올려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하지만 강력한 금전적 억제책이 도입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사고가 잇따르면서 처벌 강화가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을 깨기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시의회 '예산 처방' 나섰지만..."안전 문화 개선이 관건"
통계상으로도 캘거리의 도로 안전은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도시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보행자는 총 15명으로 지난 11년 중 최고치다. 전년 대비 사망자가 2배 이상 폭증해 ‘Drive to Zero(교통사고 사망 및 중상자 제로화)’를 외치던 시당국의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올해 들어서도 보행자 3명이 숨졌다.
앞선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은 운전자의 산만 운전과 교차로 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다. 특히 해가 길어지는 시기에는 운전자의 가시거리는 확보되지만 오히려 방심으로 인한 부주의 사고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캘거리 시의회도 최근 보행자 보호 시설 개선과 도로 재설계 등을 위해 75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운전자들의 보행자 우선 의식과 안전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예산 투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캘거리 경찰 관계자는 “도로 안전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특히 좌회전 차량의 경우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운전 중 주의가 산만해진 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교통사고에 연루될 확률이 세 배나 높다"고 경고했다.
강력한 범칙금 정책과 막대한 예산 투입이 시작됐지만 캘거리 도로의 안전 지표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제도적 보완책이 실제 사고 감소로 이어지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