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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일까?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이슈 메이커 트럼프

예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는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 가만 있으면 좀이 쑤셔 견디지 못하는 모양이다. 호기심 많은 소년이 벌집 건드리며 돌아 다니듯 여기 저기 들쑤시며 다닌다. 그러다 보니 여태까지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기존의 언행과는 전혀 다른 새롭고 신선한 모습을 제공하여주니 “아, 미국 대통령에게 저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싫던 좋던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트럼프 이전의 대통령과 트럼프 이후의 대통령에게서 느끼는 대중의 정서는 다를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막강한 공적 권한이 주어진다. 더구나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친미주의자건 반미주의자건 미국의 영향력,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을 인정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영향력이 그전만 못하다. 대개 한 나라의 흥망을 200년 전후로 잡는데 조선이나 고려는 그 두 배 이상 존속했고 고구려는 700년을 존속했지만 중국의 왕조나 유럽 왕조는 300년 이상 존속된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까 건국 200년 넘은 미국도 영향력이 줄어들 때가 되었다.
천년왕국 로마도 망할 때가 다가오자 황제가 되어서는 안될 자들이 황제가 되어 나라 말아먹는데 일조했는데 망할 때가 되어서 못된 지도자가 나오는 건지 아니면 못된 지도자가 나와 나라를 말아먹는지는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흔히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 개인의 힘은 나약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개인의 힘은 나약하기 그지없지만 그 개인이 막강한 공적 권한을 갖고 있으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막강한 공적 권한을 갖고 있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적 권한을 이용해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다. 극우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는 진보 보수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정치성향을 갖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연예인 뺨 치는 인기전술로 대중에 영합하는 인기영합주의자(Populist)라는 사실이다. 선거공약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 탈퇴를 했다. 이는 선거공약을 지키는 시초였다.
그는 앞으로도 선거공약을 지킬 것이고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식언을 한다면 체면이 서겠는가? 이번에 느닷없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언했는데 그 역시 선거공약 이행하는 것으로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언젠가는 거론 되어야 할 이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보수 개신교와 유대인 지지세력들은 열광했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바였을 것이다.


벨푸아 선언

누군가 행복하고 좋아서 춤을 춘다면 반대편에 누군가는 비판에 젖어 눈물을 흘리는 게 세상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분노와 좌절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약 100여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유대인이 이 지역에 나라를 세워 유지한 것은 기원전 1,400년부터 바빌로니아에 남 유다가 망할 때까지 약 800년 동안이다.
나라가 망하고 유대인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고 얼마 남지 않은 유대인들은 다른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섞여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아랍, 오스만 터키, 영국 등의 지배를 받아 3천 몇 백 년 전 나라 세웠던 사실을 근거로 영유권 주장하기엔 매우 미흡하다.
1차대전 때 영국 외무장관 아더 벨푸어(Arthur Belfour)는 유대인 자본가 로드차일드에게 “유대인이 우리를 도와주면 전쟁 끝난 후 팔레스타인에 나라 세우는 걸 지지하겠다.”고 편지를 보냈다. 이걸 벨푸어 선언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8만명 정도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선언 후 유대인이 사방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몰려들어 50만명으로 늘어나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의 초석이 되었다.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오스만 터키는 1차대전 때 동맹국 편으로 영국은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에게 오스만 제국에 반란을 일으키면 나중에 독립 시켜주겠다, 우리를 위해 참전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영국은 아랍인과 약속을 저버리고 이스라엘 편에 섰다.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가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영화에서 아랍인은 무지하고 야만스럽게 그려졌다. 이 영화뿐 아니고 할리우드 영화는 우리들에게 좋지 않은 편견을 많이 심어주었다. 백인은 정의롭고 용감하고 이성적이고 정정당당하고 약자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기타 유색인종들은 악하고 어리석고 비열하고 밑바닥 인생살이를 묘사하는 역으로 잘 나왔다.
이용만 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유대인을 대신해 유랑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제 와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남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행위다. 더구나 예루살렘은 기독교 성지일 뿐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이슬람의 분노를 유발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성인가?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야훼의 약속에 따라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이주했다. 아브라함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서 조카와 함께 삶의 터전을 잡으려고 노력을 했다. 롯이 이웃 부족에게 포로로 잡혀가자 아브라함이 주변 부족들과 싸움을 한 후 돌아오는 길에 살렘왕 멜기세덱을 만난다. 의의 왕, 평화의 왕 멜기세덱이 승전을 축하하며 빵과 포도주를 주자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일조를 바쳤다.
성서고고학자들은 살렘이 예루살렘 터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멜기세덱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제사장라고 했는데 아브라함이 믿는 하느님하고 멜기세덱이 믿는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이 아니다. 멜기세덱이 믿는 하느님은 가나안 여러 신들 중에서 가장 높은 신이었다.
가나안 지방은 여러 신을 섬겼고 멜기세덱이 왕으로 있는 살렘도 이방신을 섬기는 도시국가였다. 평화의 왕 멜기세덱은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도 나온다. 멜기세덱은 주인공 양치기 산티아고에게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라고 유명한 말을 남긴다.
예루살렘은 다윗 왕 때 이스라엘 수도가 되었는데 도시를 건설한 것은 여부스족이었다. 다윗은 폭력으로 여부스족을 몰아내고 예루살렘을 차지해 평화(살렘)을 무색하게 했다. 폭력으로 세워진 도시는 그 후에도 평안하지 못했다. 이집트, 바빌로니아에 여러 번 침공을 당했고 바빌로니아 느부갓네살은 도시를 약탈 파괴했다.
페르시아는 약간의 자치를 허용했으나 헬라제국 때는 유대교 말살정책으로 예루살렘은 이방도시화 되었다. 그 후 로마 티투스 장군은 예루살렘을 완전히 파괴했다. 티투스 장군은 나중에 황제가 되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예루살렘에 비너스 신전, 쥬피터(제우스)신전을 세워 유대교를 박해했다.
그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으로 예루살렘은 각광을 받았으나 637년 이슬람 교도들이 점령해 400년 이상 이슬람 세력하에 있었다 십자군 전쟁 때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뺏고 빼앗기는 쟁탈전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 후 몽고군의 말 발굽에 짓밟히기도 했고 1차 대전 끝날 때까지 오스만 터키의 지배를 받았다.


종교의 편의점 예루살렘

살렘왕 멜기세덱을 만났던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으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천주교 개신교)의 조상으로 불린다. 아브라함을 공동조상으로 둔 3개 종교는 모두 예루살렘을 성지로 모시고 있다. 그 외에도 아르메이안 교회, 그리스 정교회, 곱트교, 에디오피아 정교회도 모여 있어 종교의 편의점이라 할만 하다. 불교 힌두교까지 있다면 종교 백화점이라 하겠으나 백화점은 아니더라도 편의점 자격은 충분하다.
종교적 역사적으로 3대종교가 성지로 삼고 있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으로 완전히 차지해 임시수도 텔 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천도 준비를 진행시켜 1977년 행정수도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마치 다윗 왕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팔레스타인 임시정부의 헌법상 수도도 예루살렘이고 종교적 역사적 인종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이나 유엔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공약 지키느라 또 하나의 이슈를 만들어 냈다.

기사 등록일: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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