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캐나다,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인권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외무장관의 트위트

8월3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Chrystia Freeland) 외무장관은 트위트에 글을 남겼다.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여성 인권운동가 사마르 바다위(Samar Badawi)가 사우디 당국에 체포된 사실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사우디 당국이 바다위를 비롯해 인권운동가들을 조속히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사우디는 즉각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 외무장관은 ‘내정 간섭’이라면서 캐나다 잘못을 크게 꾸짖으며 대사를 추방하고 캐나다에 유학중인 16,000명의 학생들과 병 치료를 위해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자국인을 본국으로 소환했다. 유학생 및 가족들 소환으로 캐나다는 약 2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 한다.
8월13일부터 사우디 국영항공의 토론토 취항이 중지되었다. 사우디 외교부는 모든 무역관계 및 외교관계를 중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초강경책을 폈다.
사우디가 서방세계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게 처음은 아니다. 3년전에도 스웨덴이 라이프 바다위(Raif Badawi, 사마르 바다위 남동생)가 태형 50대 맞은 사실을 비판했다 캐나다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지난 3월에는 독일이 예멘과 레바논을 공격하는 사우디의 군사 모험주의를 비판했다 독일회사의 사우디 관급공사가 취소되는 보복을 당했다.

시범 케이스에 걸린 캐나다

사우디는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힘 센 ‘형님’들의 충고에는 온순하나 캐나다, 스웨덴 등 만만하다고 느끼는 나라가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격렬한 반응을 보였는데 군대에서 하는 말로 캐나다는 ‘시범 케이스’에 걸렸다고 본다.
사우디는 실질적 지도자인 살만 왕자가 여성 운전 허용, 제한적이지만 여성 참정권 허용 등 개혁을 진행 중인데 대다수의 보수층이 개혁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된다. 그러던 차에 캐나다가 국내 인권문제를 거론하자 만만한 캐나다를 상대로 초 강경으로 대응해 보수층에 보여줄 게 생긴 것이다. 서구세계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도 있다. 사우디의 반응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충동적이고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캐나다 사면초가에 빠져

사우디의 격렬한 반응에 러시아와 이집트가 사우디 손을 들어 주었다. 바레인과 아랍 에미레이트도 캐나다의 ‘주제 넘은 행동’을 힐난했다. 이럴 때 미국이 한 마디 거들어주면 힘이 되겠는데 미국은 팔짱 끼고 구경만 하고 있다. “우리가 도와줄 게 없네, 둘이 잘 해결해봐.” 영국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 꾹 다물고 있다.
평소에 인권, 여성문제, 정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부르짖던 유럽도 못 본체 하며 먼산 바라보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이 인권문제로 사우디와 갈등을 빚을 때 캐나다 역시 못 본 체했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봐야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유럽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생기는 게 없는데 왜 끼어드냐?”
넓고 넓은 세상천지에 내편 들어줄 친구 한 명 없다니 캐나다로서는 자괴감이 들만도 하지만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고 가디언, 뉴욕 타임즈, 워싱톤 포스트가 “유럽과 미국은 캐나다와 보조를 맞출 것”을 촉구하는 사설을 썼다. 지난 미국 대선 때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즈(Bernie Sanders) 상원의원도 “민주정부가 비민주정부의 인권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법”이라면서 “미국정부는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일갈했다.
사우디가 의외로 강펀치를 날리자 캐나다는 당황했다. 사우디의 외교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으나 외무장관이나 총리도 인권문제, 여성문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사우디와 외교 갈등으로 연방정부가 우려하는 바는 사우디와 계약한 150억 달러 규모의 장갑차 수출이다. 또한 캐나다는 연간 14억 달러 규모의 물품을 사우디로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는 사우디로부터 일일 75,000-80,000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재미난 사실은 사우디가 “캐나다에 원유 수출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외교가에서는 캐나다와 사우디 관계가 제한적이라 캐나다가 크게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사우디의 오누이 인권운동가

사우디는 석유 때문에 미국의 비호를 받고 있지만 북한만큼이나 폐쇄적 나라로 여성문제, 인권이 매우 열악한 나라다. 사우디가 어느 정도 폐쇄적이냐 하면 북한에도 있는 극장이 사우디에는 없다. 올해 극장이 생긴다고 한다. 사우디의 폐쇄성, 인권 말살, 여성 천대는 종교에서 비롯된다.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인 수니파 국가다.
이번에 체포된 사마르 바다위는 사우디의 대표적 여성인권운동가로 남동생 라이프 바다위(Raif Badawi)도 인권운동가다. 라이프 바다위는 블러그를 통해 사우디 인권상황을 외부에 알리다 이슬람을 모욕한 배교자로 2012년 체포되었다. 2013년 그는 7년 징역에 공개 채찍형 600대를 선고받았다. 2014년에는 징역10년 공개 채찍형 1,000대 벌금 100만 리알, 10년간 여행금지로 형이 가중되었다. 채찍형 1000대는 50대씩 20회를 맞는데 50대 맞은 후 건강상 이유로 중지 중이다.
라이프 바다위의 부인 엔사프 하이다는 2012년 남편이 체포되자 자녀를 데리고 레바논으로 피신했다 난민으로 캐나다에 왔다. 하이다는 퀘벡에 거주하다 온타리오로 이주했는데 이번 캐나다 데이에 시민권을 받았다.
캐나다 데이에 시민권을 받은 엔사프 하이다는 시민권 수여식에서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 수상에게 “퀘벡 주처럼 온타리오 주도 학교, 병원, 은행, 정부 건물, 버스 정거장 및 공공장소에서 니캡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을 했다.
이번 7월30일 동료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체포된 사마르 바다위는 2012년 용기 있는 여성 상을 수상해 서구 세계에는 잘 알려진 인권운동가로 사우디에서 여성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마르 바다위는 아버지가 정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거부하고 재판을 통해 이를 인정받았다.
이 용기 있는 여자는 사우디가 법적으로 여성 운전을 허용하기 전에도 주 2-3회 운전을 해 보수층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우디는 이번 6월부터 여성들에게 운전면허 발급을 시작해 6월24일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를 마지막으로 지구상에서 여성이 운전 못하는 나라는 사라졌다. 그러나 여성 운전을 요구하던 여성들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

서구세계가 잘못한 것

1차대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제국주의가 어떻게 중동을 요리했는지 알 수 있다. 데비드 린이 만든 거작, 이 영화감독은 ‘닥터 지바고’ ‘콰이 강의 다리’등 스케일이 큰 영화를 만들었는데 호웨이랏 족장 아우다 이부타이의 탐욕, 무지, 교활, 완고함은 아랍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세뇌당했다. 백인은 정당하고 용감하고 정의롭고 공정하고 유색인종은 열등하고 무지하고 저급한 백인의 보조 역할을 하는 미미한 존재로 그려졌다.
헐리우드 영화보다 서구세계가 더 잘못한 것은 중동정책의 이중성이다. 코란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근본주의 수니파 국가 사우디는 중동의 최강국으로 미국 영국의 비호를 받으나 한편으로는 서구세계를 적으로 규정하고 테러를 일삼는 폭력단체 IS를 지원하고 있다. 예멘, 레바논 등 시아파 국가들에 대한 공격으로 수많은 난민을 만들었다.
사우디가 폐쇄적 사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관용 사회, 교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 국가를 공격하는 폭력사회가 된 이면에는 근본주의를 지원한 서구세계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계는 냉전시대 중동에 공산주의가 침투를 막으려고 수니파 중에서도 골수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을 지원했다. 장로교 고신파에 해당하는 비타협 불관용의 상징 와하비즘의 총 본산이 사우디다.
그러니까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계는 악의 축을 막으려고 악의 축을 지원했다 그 악의 축에 발목을 잡히게 되었으니 IS의 테러공격도 근본을 따지고 보면 서구세계의 자업자득이다.
캐나다는 사우디의 대사 추방, 경제보복에 굴복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총리는 “인권문제에 관한 한 언제 어디서나 분명하고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전했다. 연방정부 하는 일에 모두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인권문제, 여성문제에 있어 경제적 불이익을 개의치 않고 제 목소리를 내겠다니 좋은 일이고 박수를 보낼 일이다. 연방정부의 건투를 빈다.

기사 등록일: 2018-08-17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웨스트젯 캘거리-인천 직항 정부.. +1
  캘거리 집값 역대 최고로 상승 ..
  4월부터 오르는 최저임금, 6년..
  캐나다 임시 거주자 3년내 5%..
  헉! 우버 시간당 수익이 6.8..
  캐나다 이민자 80%, “살기에..
  앨버타 데이케어 비용 하루 15..
  앨버타, 렌트 구하기 너무 어렵..
  캐나다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 .. +1
  주유소, 충격에 대비하라 - 앨..
댓글 달린 뉴스
  넨시, “연방 NDP와 결별, .. +1
  재외동포청, 재외공관서 동포 청.. +1
  CN드림 - 캐나다 한인언론사 .. +2
  (종합)모스크바 공연장서 무차별.. +1
  캐나다 동부 여행-두 번째 일지.. +1
  캐나다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 ..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