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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타, 마른하늘에 날벼락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연방 항소법원 트란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에 사형선고

지난 목요일은 앨버타에게 충격적인 날이었다. 연방 항소법원이 트란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승인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기각 사유는 두 가지다.
첫 째, 연방정부가 마지막 단계에서 원주민들과 논의가 부적절 했음을 법원이 인지하고 “오타와가 의미 있는 대화로 원주민 신청자들의 진정한 관심사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주거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둘째, 국가 에너지 위원회가 환경적 영향을 고려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검토와 관련해 유조선 통행량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프로젝트의 정의에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해운을 부당하게 배제한 것은 허용할 수 없는 결함이다”라고 판결했다.
환경론자들은 유조선 항해가 늘어나면 고래 서식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재판에서도 쟁점이 된 사안으로 환경론자들은 파이프라인이 완공되어 계획대로 원유운송이 시작되면 유조선 통행량이 7배 늘어나는데 겨우 70마리 남은 오르카(Orca 범 고래)의 멸종을 재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소법원이 국가 에너지 위원회(NEB)가 승인한 트란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증설 프로젝트를 기각함으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모른다. 프로젝트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있지만 그럴 일은 없고 언젠가는 공사가 재개될 것이다. 법원 결정은 원주민 커뮤니티와 협의를 충분히 할 것과 환경평가를 다시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웃는 자와 우는 자

법원 판결에 희비가 엇갈렸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반대하던 환경론자들은 축제분위기였다.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지역의 원주민 커뮤니티도 잔치분위기였다. 원주민 커뮤니티 일부는 프로젝트를 찬성했지만. 죤 호건 B.C. 주 수상도 희희 낙낙했다. 호건 주 수상은 “법원의 판결은 파이프라인을 반대한 우리가 옳았음을 입증해 주었다”라면서 “파이프라인은 더 이상 B.C.의 우선 과제가 아니다.”라고 에둘러 기쁨을 표현했다.
앤드류 위버 B.C. 녹색당 대표도 입이 귀에 걸려 “짜릿한 하루”를 만끽했다. B.C. 녹색당은 의석 3석의 미니 정당이지만 B.C. NDP와 연정으로 NDP가 단 한석으로 가까스로 과반수가 되어 정권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B.C. 녹색당은 NDP의 덜미를 잡은 채 정치적 생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반대한 버니비 시와 밴쿠버 시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레그 로버트슨 밴쿠버 시장은 연안의 오일 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이번 법원 판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항소법원의 기각 판결에 앨버타 NDP는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목요일 저녁 실망과 분노 속에 진행된 노틀리 주 수상의 담화가 대변해주고 있다. 주 수상은 연방정부에 임시의회 소집을 요구하고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라고 다그쳤다. 또한 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항의로 연방정부 기후 변화 프로그램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앨버타 총선이 일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파이프라인 기각 판결은 NDP정부에 재앙적 악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앨버타 정부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연방 재무장관은 법원 판결문을 검토하겠으나 상고여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항소법원의 판결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중요한 한 걸음을 앞으로 나아갔다.”고 표현했다. 장관은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국가적 이익’인 만큼 원주민 커뮤니티와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파이프라인 건설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같으면 연방정부 고위관리와 항소법원 판사들이 모여 재판 거래를 통해 ‘국가적 이익’이 원활하게 진행되게 모의를 했겠지만 캐나다는 행정부와 사법부가 야합하는 그런 정도의 정치 후진국은 아니다.
앨버타 주 정부와 함께 직격탄을 맞은 파이프라인 하청업체들도 실망의 한숨을 쉬어야 했다. 프로젝트 중단으로 수억 달러의 수입과 수 천 개의 직업창출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정적 문제

항소법원 판결이 발표되던 날 킨더 모르간 주주총회를 열어 45억 달러 규모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핵심 자산을 캐나다 연방정부에 매각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투표 결과는 99% 매각 찬성이었다. 연방정부는 ‘국가적 이익’을 위해 45억 달러 투입을 결정했으나 야당인 보수당에서는 “첫 삽도 뜨지 않는 파이프라인 공사에 세금을 허비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된 2014년에는 총 공사비가 약 74억 달러로 알려졌으나 4년이 지난 현재 97억달러로 공사비가 올라갔다. 언제 프로젝트가 재개될지 모르나 그때 가서는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다. 공사비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는 오직 하느님만이 아신다.

판결이 미치는 부가적 영향
캐나다 석유 생산 협회 팀 맥밀란 회장은 법원의 기각 판결에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완공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판결이 전 세계 투자가들이 캐나다에 투자하는 데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부의 투자가들이 캐나다를 바라볼 때 ‘캐나다와 함께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법원 판결로 프로젝트가 이렇게 지연된다면 투자가로서는 "규제 시스템이 다루기 힘들고 관리하기 힘들며 투자하기 싫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서리(Surrey) 무역위원회는 파이프라인이 증설 프로젝트 완공되지 전 까지는 대안으로 철도와 트럭을 이용한 육상운송을 이용해야 하지만 오일 유출에 있어 이는 파이프라인 보다 훨씬 위험하고 비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루 파이프라인으로 운송 가능한 원유를 철도로 운송한다면 441량의 철도차량이 필요하고 탱크로리로 운송한다면 1,400대의 탱크로리가 필요하다.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2016년 앨버타 총 수출액 중 원유 및 석유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다. GCP에서 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올해 예산에서 자원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9.6%다. 그래서 유가가 곤두박질 칠 때마다 앨버타는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유가 오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야 했다.
유가 의존도가 높은 앨버타로서는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이 뼈 아플 것이나 여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앨버타는 자원 일변도, 특히 원유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베네수엘라가 타산지석이다. 베네수엘라는 재정수입 중 원유 의존도가 96%다. 원유 수출 이외에는 농업이고 제조업이고 아무 것도 없다.
베네수엘라는 좌파건 우파건 군사 쿠데타로 집권해 독재정치를 했다. 독재정권은 좌파 건 우파건 무능하고 부패했다. 원유라는 ‘꿀 단지’에 취해 좌파건 우파건 다른 산업을 발전시킬 생각을 안 했다.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은 세계1위로 1976년 원유산업 국유화 이후 고유가 시대에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항상 호황이었다. 그러다 원유가 배럴 당 20달러로 급락하자 베네수엘라 경제도 덩달아 급락한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베네수엘라가 좌파의 포플리즘(populism 인기영합주의) 때문에 경제가 망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망가진 원인은 첫 째, 원유 수출 이외에는 다른 산업이 전무했기 때문에 배럴 당 20달러의 저유가를 견딜 수 없었다. 더구나 앨버타와 마찬가지로 최대 원유 수출국이 미국인데 미국이 셰일 오일 개발로 수입물량이 줄어들었고 좌파 정권 제재한다고 원유 수입을 금지해 그나마 수출시장이 대폭 줄어 들었다.
둘째,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정권이 무능하고 부패했다. 우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는 권력자들이 부를 독식했지만 그래도 좌파가 정권 잡았을 때는 국민들과 나눠 먹었으니 좌파가 더 인간적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캐나다나 앨버타를 베네수엘라에 비교할 수는 없다. 베네수엘라에 비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시민의식과 민주주의가 성숙했고 정권 잡는 과정이 국민적 합의해 의해 투명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정치인이나 관리들은 훨씬 청렴 결백하다.
그러나 자원 의존도가 높다는 점, 대형 원유회사들과 유착관계, 자원만 바라보고 대체산업 육성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무능은 비슷하다.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말해 주고 있다. “이제 자원 의존도를 줄일 때가 되었다.”고.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파이프라인은 완공되어 아시아 시장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더라도 자원이 ‘복’이 되지만 ‘독’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누가 정권을 잡던 대체산업을 육성해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경제적 번영을 지속해야 한다.

기사 등록일: 20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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