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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어디로? 독재정권, 미국 제재, 경제붕괴로 삼중고 겪는 베네수엘라 시민_오충근의 기자수첩
 
미국의 제재

지난 주 마이크 폼베오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추가제재를 예고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이 된 이유는 지난 5월20일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야당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선거를 강행해 마두로 대통령이 6년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부정선거 의혹이 있는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해 미국은”엉터리 선거”라고 개탄했다. 유럽연합이나 남미국가들도 선거과정의 불공정과 부정선거를 지적하며 결과를 받아드릴 수 없다고 발표했다.
남의 나라 선거결과를 지적하는 것이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왜곡되고 침해 받았을 때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예를 들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야시절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내란 음모 사건’으로 사형 선고받았을 때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전두환 정권을 압박해 미국으로 망명시킨 적이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제재하는 이유가 남미의 ‘반미 좌파 정권’을 제거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지만 독재와 부정선거가 명분이 되었다. 제재에는 캐나다도 동참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시민들의 기본적 민주권리를 박탈하고 독재정치를 펴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캐나다 외무부는 제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제재는 정부 주요인사들에 대한 금융제재, 원유 제재, 원유회사들의 자금을 봉쇄하는 금융 제재 등 경제적 압박인데 가장 큰 희생자는 살인적 인플레와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 시민들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의 정책 실패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진 베네수엘라 시민들을 더 궁핍하고 비참한 삶으로 몰아넣어 견디다 못한 시민들의 국외 탈출로 이어지고 있다.

독이 된 석유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의 원인으로는 흔히 좌파의 포퓰리즘이 지목된다. 시민 복지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 나라 경제가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잘못된 시각으로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는 1920년대에 이미 싹트기 시작했다. 석유가 일상생활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이고 20세기 초 기계공업 발달과 내연기관 발달로 급속히 소비량이 늘어났다. 베네수엘라도 다른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920년대부터 석유채굴을 시작했다.
파내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석유산업은 농업 제조업들 다른 산업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평원지역에 비옥한 농토를 갖고 있어 커피, 카카오, 각종 곡물 농사를 지었으나 1935년경부터 농업을 포기하고 식량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지형으로 관광산업도 발달했으나 역시 석유산업에 밀렸다. 퍼내면 돈이 되는 석유가 있는데 골치 아프게 제조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석유 판 돈으로 필요한 물품을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랴.
1940년대 민주정부 시절 산업 다각화 논의가 있었다. “석유만 믿고 있다 큰일나겠다.”라는 위기 의식, “내가 먹을 건 내 손으로”라는 식량 자급자족 정책이 입안되었으나 찬성하는 정치인이 없었다. 번영과 발전의 상징 석유가 있는데 골치 아프게 대체 산업을 왜 육성 한단 말인가? 그 후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의존도는 96%가 되었다. 석유산업 이외 다른 산업은 전무 한 것이다. 그러니까 베네수엘라의 재앙적 경제붕괴는 석유 채굴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부패한 정권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은 2,984억 배럴로 세계1위다. 2위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2,683억 배럴, 3위는 캐나다로 1,710억 배럴이다. 매장량은 땅 속에 묻혀 있다는 것이지 생산량이 아니다. 원유 생산량 1위는 미국이다. 하루 1,490만 배럴을 생산한다. 베네수엘라 생산량은 10-11위 정도로 2016년 기준 하루 220만 배럴을 생산했다.
원유 채굴, 생산, 판매 과정에서 부패한 정부는 좌파건 우파건 사리사욕을 차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반미의 아이콘 우고 차베스(1954년-2013년) 대통령은 복지정책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는 높았지만 부패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차베스 이전에도 정부와 정치인들은 부패했고 돈이 흔한 원유산업에서 웬만한 부패는 부패도 아니었지만 차베스의 부패는 차원이 달랐다.
정경유착, 외국 원유 자본과의 검은 유대 관계 속에서 차베스 대통령과 그 일파가 운영하는 석유펀드는 원유 수익금의 약 30%를 가져간다. 다시 말해서 하루 70만 배럴의 원유 수익금이 대통령 개인 주머니로 들어 가는 것이다.
그 돈이 어디 쓰이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국가기관의 견제 감시도 받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는데 베네수엘라는 좌파가 부패해서 망한 특이한 케이스다.

경제 붕괴의 시작

베네수엘라는 OPEC 창립멤버로 1976년 석유산업을 국유화 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 Petroleos de Venezuela S.A.)가 석유산업 일체를 관할한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원유 가격이 수직 상승하자 산유국들 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로 70년대 남미에서 가장 부자나라였고 평균 소득이 식민지 종주국 스페인 보다 높았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호황의 혜택을 누린 것은 아니다.
번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오래 갈 수가 없었다 구조적으로. 대체산업 없이 석유산업만 바라보는 베네수엘라는 유가 폭락의 폭풍우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노르웨이처럼 석유 펀드를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했으면 불경기에 대비가 되겠는데 부패한 정치가, 정부 관리들은 자기 주머니 채울 줄만 알았지 나라의 앞날은 생각하지 않았다.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급전직하 해 20달러까지 내려가자 베네수엘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좌파의 포퓰리즘 때문에 경제가 붕괴되었다는데 우파가 정권 잡았을 때는 석유 판매 수익금을 부패 관료나 정치가들, 힘 있는 기득권세력이 독식해 칼데라 대통령 때에는 빈곤율이 50%에 이르러 빈익빈 부익부가 극을 이루었다. 칼데라 후임으로 취임한 차베스 대통령 초기인 2003년에는 빈곤율이 62%까지 올라갔다.
좌파가 정권 잡았을 때는 석유 판매 수익금을 시민들하고 나눠 먹었다. 예를 들자면 차베스 대통령은 식료품에 보조금을 지급해 시민들은 외국에서 수입한 식품을 값싸게 먹을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는 식품의 약 70%를 수입한다. 석유 판매 수익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택, 병원, 식품을 지원해 빈익빈 부익부가 완화되어 2011년에는 빈곤율이 32%로 내려가고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었다.

부패하고 무능한 독재정권

차베스는 1999년 대통령이 되자 우파의 신 자유주의에 대항해 새로운 석유산업 국유화법을 만들어 석유산업을 국가 통제에 두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념적으로 좌파이자 노동자, 빈민의 벗을 자처했고 대표적 반미주의자다. 차베스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있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베네수엘라를 이끌어 왔으나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베스는 4선에 성공했는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무제한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4선에 당선한 후 암으로 인해 취임식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지자들에게 유언 비슷하게 부통령 마두로를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해 마두로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차베스가 죽고 일년 후에 찾아온 유가하락은 베네수엘라를 뿌리까지 흔들어 놓았다.
유가하락으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재정악화, 실업률 급증, 사회불안, 살인적 인플레 속에서 무능한 마두로 정권은 속수무책이었다. 마두로는 지지기반도 없이 차베스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경제정책 실패로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마두로는 권력유지를 위해 반정부 인사를 체포 구금하고 야당을 무력화시키려고 친여 성향의 제헌의회를 수립해 권력 기반으로 삼았다.
베네수엘라는 생필품 부족, 의약품 부족으로 시민들이 고통 당하고 있고 음식물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치안부재로 생명의 위협까지 당하고 있다. 견디다 못해 난민이 되어 이웃나라로 떠난 사람이 150만명에 이른다.
베네수엘라가 좌파의 포퓰리즘 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은 겉모습만 보고 내린 속단에 불과하고 지나친 석유산업 의존, 부정부패,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와 무능이 빚어낸 비극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당하고 있어 고통을 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989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적이 있다. 그 때 이미 국가 부도는 예정되어 있었다. 9월 기준으로 베네수엘라 외채는 1,5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자도 못 내고 있어 국가부도 상태다. 땅속에 2,984억 배럴의 원유를 묻어 놓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지옥에서 빠져나올지?

기사 등록일: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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