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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너랑 놀지 말래 !!!
작성자 Chris Lee     게시물번호 -256 작성일 2004-01-16 10:50 조회수 2205

“ 아빠가 너랑 놀지 말래 !

"한국 애랑 놀면 영어가 늘지 않는대.”

“ 너랑 놀았다고 엄마한테 혼났어. 캐나다 친구 사귀라했는데..”

 

막 이민 와서 Grade 4에 다니던 딸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그것도 한국 친구로부터 받은 상처의 한 예입니다.

어른들의 삐뚤어진 교육열로 이민 사회에서 유독 한국 아이들만이 이와 같이 비인간적인 상처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 아이들이 영어를 유별나게 잘하는 것도 아닌 듯하니 더욱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네요.


캐나다 친구가 한국 친구들 때문에 사귀어지지 않는 것인가요?

그리고 이렇게 의식적으로 한국 친구들을 떼어 놓아야 이 곳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인가요.

한국은 어쩌다 우리에게 빨리 잊어버리고 떼어 놓아야할 거머리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나요?

아예 집에서도 철저히 영어로만 말하며 캐나다 음식만 먹고 캐나다를 조국으로 가르치며 한국에 관한 것은 죄다 갖다버리며 살지 그러냐고 말하고 싶네요.

그런다고 결코 캐네디언이 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이제 막 조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에 대한 주체적 의식이 싹트며

모든 새로운 내용들을 자랑스럽게 배워가던 딸아이에게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이민을 결정한 것에 죄스런 마음이 들기도 하였고 이민이라는 것이 가져다 줄 갑작스러운 변화와 다소의 혼란을 우려한 나머지 이민 올 때 오히려 이 곳에서 읽을 한국 책을 많이 사오고 한국의 역사책등을 준비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것이 비록 작은 배려와 준비에 불과하지만

이로써 문화적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소위 soft landing을 할 수 있도록 기대한 것이었습니다.

즉 비록 이 땅에서 코리언 캐네디언으로 자라나더라도

아이가 조국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인식을 가지기를 바랐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이렇게 같은 민족으로부터 조국이 배척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아이가 겪는 것을 지켜보며  소중한 우리의 정체성이 손상당하고 있음을 발견케 되었고

이와 같은 왜곡되고 편협한 의식이 낳은 제 살 깎기 식의 이민정착은 결국 우리를 황폐함으로 몰아가게 될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국을 떠나올 때는 적어도 그간 그 땅에서 겪어 오고 또한 어쩔 수 없이 파묻혀 편승해온 천박한 이기주의와 반 공동체적 배타성을 진저리치며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거듭나는 기분으로 살고자 간절히 희망하고 소원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이 곳 이민사회에서 조국에서의 부정적인 구태를 한층 심화시켜 살아가는 모습의 일단을 예서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과 신뢰, 양보와 겸양이 주를 이루는 ‘존재의 삶’보다는 조국에서보다 더욱 치열하고 혹독하며 모진 ‘소유의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것 때문일까요.

 

‘이민까지 왔으니 반드시 성공해야겠다.'

' 보란 듯이 일어서야겠다.’

 

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자칫 기죽을  수 있는 생소한 환경 속에서 하루바삐 적응하여 살아남아야한다는 절박함... 제한된 밑천과 배경의 미약함 속에서 작은 손해조차 두려워하며 살아야하는 이민자로서의 팍팍함이 앞서다 보니 마음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사라져 그런 것일까요.

 

이민자 사회의 속내는 참으로 알기가 어려운 미스테리이기도 합니다. 뭐 속속들이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동체적인 관계라면(COMMUNITY) 서로를 잘 이해하는 가운데 예측 가능한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참으로 우리들의 COMMUNITY는 난해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너무 쉽게 주다 보니 스스로도 그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두터운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형상들입니다.

좁은 이민 사회라 그런가요?  작은 손해와 작은 이익에 지나치게 예민합니다.

살다보면 흔히 겪을 수 있는 작은 손해와 사소한 오해, 작은 불편에 대해서조차도

마치 목숨을 걸고 대항하듯 싸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듣고 목도합니다.


흔히들 하고 또 듣는 소리 중에 다음과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 한국 사람들 지겨워...... 없이 좀 살았으면 좋겠어.”

“ 이민 가면 한국사람 조심하세요.”

“ 나는 한국 사람들 없는 곳에 가서 살거예요”

“ 한국 사람들은 서로 등쳐먹고 도와주는 법이 없어”

............

이와 같은 끔찍하고도 위협적이며 파괴적인 언사들을 거침없이 해대는 분들이 주위에 적지 않은 듯 합니다.

그 중에는 실제 그런 일을 당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딘가에서 듣고 하는 소리이며 또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인데도 위에서처럼 과장되게 해석하고 침소봉대하여 소문을 나쁘게 만드는 경우도 흔히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의 수단을 통해 이와 같은 것이 더욱 기승을 부리지요.


제 아이가 겪었던 일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잘못된 이민 상식과 조국의 형제자매에 대한 치졸한 경쟁의식, 살벌한 생존의 논리가 앞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 왔으면 이 땅의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마치 조국의 모든 것을 부인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오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의 것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그것을 이 땅에서 캐네디언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종의 변증법적 전환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조국의 훌륭한 전통, 예를 들어 따스한 품성과 정이 넘치는 문화는 우리 고유의 멋이지만 때로는 그것이 지나쳐 우리를 불편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즉, 자신은 하기 싫어도 전체가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한다든가 정을 앞세워 개인의 소중한 권리와 프라이버시가 너무도 쉽게 무시당하고 짓밟히는 경우가 있기도 한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우리의 전통을 버리고 완전히 캐네디언 방식으로 변신한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또 그렇게 될 수 도 없습니다. 조국에서의 삶이 지긋지긋하고 힘들었다고 하여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부인하고 캐네디언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때로 한국 사람으로부터 어려운 일을 당했다하여 그것으로 한국인 전체와 조국을 송두리째 부인하고 폄하하는 듯한 잘못된 언사는 삼가야할 것입니다.  우린 살아가면서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훨씬 많이 만나고 있음을 상기해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성심껏 도와주지 않는다면

너그러이 이해하고 용서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지 않는다면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누고 함께하지 않는다면

누구라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소중한 정체성을 지키고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


제 작은 아이는 이제 이민초기의 여러 가지 어려움과 마음고생에서 꽤 벗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영어도 점점 익숙해지고 의사소통 때문에 힘들었던 케네디언 친구들과도 더 많이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영어가 어려워 헤맬 때도 가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국 교보문고에다 인터넷으로 한국책을 주문하여 읽히고 있습니다. 어차피 영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소중한 우리말을 잊어버리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 완성할 수 있도록 계속 애써야겠다는 생각아래...

 

아카데믹한 영어를 하는 것이 이민 1.5세의 목표이지만 동시에 아카데믹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목표 중의 하나라고 여기기에...

 

“우리 아이 영어 잘해요”  이 것은 자랑이 결코 아니지요. 여기가 한국이 아닌데요.

“우리 아이 한국어를 완벽하게 해요” 이 것이야말로 자랑거리 아닌가요?


비록 좀더 나은 삶을 찾아 조국을 떠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에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소명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고유한 품성, 즉 이타적이며 친절하고 참을성 강했던 아름다운 기질을 우리 모두가 회복하여 보여주며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했던 자랑스런 조국의 전통을 이 땅에 심어가는 nice and beautiful Korean이 되어 그것을 우리의 다음세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지혜롭고 멋진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조국을 욕하고 부인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를 한국인의 이름으로 비난하면 할 수록 우리들의 아이들이 겪게될 혼란과 씁쓸함, 슬픈 상실감은 더욱 깊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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