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영국 등도 실업 대란
전 세계에 ‘실업 쓰나미’ 물결이 일고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기업들의 해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실업자 지원을 신청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4월이 노동 시장에 ‘재앙’이 될 것이란 경고음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라도 정부의 실업 지원 프로그램을 긴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역대 최고, 금융 위기때 보다 10배 많은 실업자
미 노동부는 지난 3월 넷째주(22~28일) 미국에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665만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한주 전인 3월 셋째주(328만건)보다도 약 두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10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캘리포니아는 87만8727건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보고했다. 펜실베니아는 계절적 조정을 반영하지 않은 주 차원의 추정치에 따르면 40만5880건을 기록했다. 우한 코로나 확진자로 뒤덮인 뉴욕은 36만6403건을 보고했다.
온라인 일자리 시장인 커리어빌더의 이리나 노보셀스키 CEO는 "우리는 2008년~2009년 대침체와 9·11 사태 등을 겪었지만,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하다"면서 "직업 차원에서 보면 바텐더와 운동 코치, 대기 스태프, 택시와 트럭 운전사, 식품 준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슈워브의 최고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슬프게도 이것은 (실업수당 청구) 시스템의 과부하와 (전화 청구) 통화가 어려웠다는 점은 빠졌기 때문에 실제 실업자 수치는 과소평가된 것"이라면서 "숫자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실업률 10% 이상 치솟을 것
미국에서는 우한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이달 말까지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확진자가 이미 24만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2주간 고통스러운 기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각국 정부들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구호 패키지를 내놓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이미 난관에 봉착했다. 전 세계 식당과 상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소매업과 호텔업을 중심으로 직원 해고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2월에 3.5%에서 현재 3.8%까지 늘었다. 우한 코로나 사태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1969년 이후 50년 만의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완전 고용’ 시장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이 시기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의회예산국(CBO)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7% 감소하고 실업률은 1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개펜 바클레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월이 노동 시장에 재앙이 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면서 "아마 4월에 10% 이상의 실업률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랑스·스페인·영국 등도 실업 대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실업률이 엄청나게 급증하면서 경제학자들은 전 세계에 ‘실업 대란’이 예상보다 더 심각할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금융 시장도 혼란에 빠지면서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민간 부문 직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4만명의 프랑스 근로자들이 지난 2주간 임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번째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80만명 이상이 실직하는 등 실업률이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거의 1만명의 사람들이 국가의 혜택 제도인 통합 수당(universal credit)을 신청했고 아일랜드에서는 약 3만4000개의 회사들이 일주일도 안돼 정부의 임금 보조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업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체 노동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임시 근로자들의 실직이 많았다.
토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고 ‘속도’에 대한 최악의 우려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프로그램 가동이 너무 늦었고 기업들은 이미 (해고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