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1세기에 예수에게 솔직한 신앙과 삶은 기독교 교회의 선택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다시 말해 실종된 역사적 예수를 되찾는 탐구는 현대 기독교인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1700년 전, 로마제국이 멸망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325년에 콘스탄틴 황제는 제국을 부흥시키기 위한 정치적 야욕으로 교회 지도자들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여 강압적으로 니케아 신조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인간 예수는 삼위일체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변형되었으며, 지금까지 참 사람 예수는 종교체제와 정치체제의 부족적인 생존의 수단으로 심하게 왜곡되었다. 갈릴리에서 98%의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은 농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도록 그들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며 동고동락했던 예수는 교회와 제국의 지도자들의 부와 권력을 의해서 높은 성상의 자리에 앉혀졌다. 탄압받고 착취당하는 농민들에게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가르치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일깨워 주었던 예수는 느닷없이 하늘 위에서 땅으로 내려온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되었다. 이 만들어진 예수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1700년 동안 인류사회에서 인종차별, 종교차별, 빈부차별, 계급차별,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황금만능주의, 성공주의로 인간의 존엄성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여 가정과 사회와 세계를 분열과 혼란에 빠트렸다. 더욱이 이분법적인 이원론과 내세론을 신학의 핵심으로 삼는 교회는 인간과 하느님을 분리하고,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고, 현세(이 세계)와 내세(다른 세계)를 분리한다. 설상가상으로 교회는 죽음 후의 지옥행과 천국행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교회로 끌어 모으려는 상업적인 거짓과 은폐의 집단이 되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제국과 교회에 의해서 실종된 참 사람 예수, 인간 예수를 되찾아야 한다. 오늘 대부분의 교회들은 만들어진 예수, 왜곡된 가짜 예수를 열심히 맹신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예수는 지난 1700년 동안 교회가 참 사람 예수 위에 이분법적 교리와 거짓과 은폐로 더덕더덕 덧칠한 상업적인 예수가 아니다. 예수 위에 두껍게 씌워 놓은 덮개들을 벗겨 내야 한다. 역사적 예수를 재구성하는 데에 가장 설득력이 있으며 보편적인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필자도 이 방법들을 신학교의 필수과목으로 수강했으며, 목회지에서 설교와 교육프로그램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오늘 전 세계의 신학계를 선도하는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이 방법들을 필수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항상 필자의 칼럼 마지막에 <더 읽을 책> 문헌목록을 소개하는 목적도 독자들이 그들의 역사적 예수 탐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역사적 예수 탐구의 대표적인 세 가지 방법들은 각자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종착점은 역사적 예수이다.
(1) 첫번째 탐구방법은 교차문화적 탐구이다. 이 방법은 예수가 살았던 사회적 상황에 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수가 태어나고 살았던 사회는 물론 예수 당시에 세계를 정복하고 통제하던 로마제국의 사회들을 역사적으로 검토한다. 예를 들자면, 고대 지중해 문화는 현대 북미와 한국 문화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예수와 성서가 속했던 고대 문화와 그것들을 해석하는 현대 문화를 비교 검토한다. 고대 농경 사회는 현대 공업 사회와 어떻게 다른가? 복음서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되는 현상들 곧 악령, 치유, 귀신축출 등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나? 2% 지배층과 98% 농민들이 있었고, 식민지 백성들과 제국주의 지배자들이 있었던 예수의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그러한 사회에서 정치와 가정, 세금과 빚, 계급과 성별관계 같은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탐구의 가치는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읽고 예수상을 곡해할 가능성을 없애 준다. 다시 말해 예수를 교양있는 중산층 목수로 그리려 한다면 교차문화적 탐구는 고대사회에서는 중산층이 존재하지 않았고, 예수의 출신인 농민계급은 주로 문맹자였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따라서 예수 당시의 실제적인 상황에서 존재할 수 없었을 예수 곧 만들어진 가짜 예수를 오늘 현대인들이 맹신하는 것은 큰 실수이고 잘못된 일이다.
(2) 두번째 탐구방법은 예수 당시의 그리스-로마 및 유대인들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역사적 탐구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1세기에 로마 총독에 의해 직접적으로 통치되고 헤롯 왕가에 의해 간접적으로 통치되고 있던, 거대한 로마 제국의 한 식민지로서의 이스라엘의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1세기의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 시기에 대해 두 개의 분리된, 상당 부분 중첩되는 이야기를 기록해 놓았다. 예수는 혁명이 이제 막 발발할 기회를 찾고 있던 그러한 땅에서 농민들의 불안과 동요의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일생을 보냈다. 틀림없이 예수의 의식 속에는 사회적 혁명의 의지가 강렬하게 넘쳐 흐르고 있었다. 역사가 요세푸스가 당시의 저항가들, 예언자들, 강도들, 그리고 메시아들에 관하여 언급한 것들에 대단히 깊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수에게 솔직하고, 예수의 참된 모습을 탐구하려고 한다면, 그 당시 대다수의 농민들의 가슴 속에서는 화산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처럼 뜨거운 불이 지펴지고 있었던 상황과 불평등과 불공정한 불의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공개적인 폭동과 당시 농민들의 불안한 상황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무시하고 예수에게 솔직할 수 없으면, 결국 만들어진 가짜 예수를 맹신하게 될 수 밖에 없다.
(3) 세번째 탐구방법은 본문 탐구이다. 이것은 역사적 예수에 관한 물음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본문 탐구는 신약성서에 수록된 네 복음서들만 아니라, 신약성서에 포함되지 못한 외부의 다양한 복음서들까지를 포함한 전체 복음서들에서 역사적 예수의 발자취를 식별해내는 작업을 포함한다. 왜냐하면 예수가 죽은 후, 기독교가 탄생하기 전까지 적어도 2백 년 동안 대단히 다양한 예수 운동 곧 예수 전승이 로마제국 전역에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약성서 만으로는 예수에 대해서 보다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 탐구는 문헌전승의 세 가지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1) 첫번째 단계의 문헌 전승은 역사적 예수에게서 비롯된 말들과 사건들을 보존한다. (2) 두번째 단계에서는 그렇게 보존된 자료들이 발전하게 되는데, 예컨대 원초적인 예수의 말들과 행동들을 이야기로 편집한다. (3) 세번째 단계에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이나 말들이 창작되어 마치 예수가 직접 한 것으로 들리는 과정이 포함된다.
오늘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왜 본문 탐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말해 예수와 성서에 솔직한 신앙과 삶에 필수적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예를 들자면, 만약 어떤 사람의 다락방에서 발견된 옛날 어느 유명한 화가의 값비싼 그림 한 점이 실제로는 그후에 다른 사람에 의해 덧칠해진 것이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면, 어렵지 않게 본문연구가 어떠한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박물관의 관리자가 최첨단 컴퓨터와 연장과 화학약품을 가지고 덧칠한 부분들을 제거하여 원초적 작품을 되살리려고 하듯이,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여러 가지 복잡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예수에 관해 해석된 여러 겹의 퇴적층들을 벗겨내고 본래의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한다.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의 말(Words)과 행적(Acts)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했다는 역사적 예수 학자들의 탐구에 대하여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은 대단히 심각하게 불안과 공포감을 드러내며 심지어 폭력적인 분노를 터뜨린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약성서가 밝히듯이, 초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죽은 후에도 계속 자신들과 함께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다시 말해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은 예수의 계속적인 현존을 생생하게 체험했으며, 그들의 산경험이 예수 전승의 전달자들에게 경이로운 이야기로 창작되는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예수가 죽은 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예수 전승은 50년에서 100년이 지난 후 성서로 기록되기 시작했을 때에 성서 저자들은 예수가 과거에 누구였는가에 관해 기록하기 보다는, 현재에 누구인가에 관해 기록하고 있고, 과거에 말하고 행동했던 예수가 아니라 현재에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 예수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의 말들과 행동들을 현재 그들 자신의 시대 및 공동체의 특수한 요청과 도전에 대한 메시지로 기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예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복음서들은 역사도 전기도 아니다. 그것들은 단지 특수한 시대, 특수한 장소, 그리고 특수한 공동체를 위한 주관적인 해석들일 뿐이다. 역사적 예수를 만나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해석들의 배후로 들어가야 오늘 21세기의 참된 인간 예수를 만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의 정신을 인식할 수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1세기의 상황에서 기록된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그대로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예수 이야기가 문자로 기록되기 전에 여러 지역에서 그곳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이야기들로 창작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상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예수 전승의 출처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예수는 한 사람이었지만 예수가 죽은 후에 세월이 흘러가면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게 독특한 예수 이야기들이 창작되어서 더 넓은 지역들로 퍼져 나갔다. 따라서 여러 출처들 중에 어느 것이 정통이고 다른 것들은 가짜라고 말할 수도 없다. 또한 현대 기독교인들이 읽고 있는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이 수많은 사본들 중에 지극히 소수의 모음집이며, 기독교의 공식적인 정경으로 채택된 적도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읽혀져 왔고 그래서 기독교의 성서로 생각될 따름이다.
기독교인들의 신학과 신앙의 핵심은 예수와 성서에 이성적이고 지성적으로 정직한 자세를 갖추고, 역사적 예수가 말한 것처럼 말하고, 예수가 산 것처럼 사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 하느님으로 왜곡하거나, 예수가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교리를 맹신하거나,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 때문에 억지로 교회의 권위에 굴종하는 그런 유치한 행위들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가정과 사회의 밝고 건강한 삶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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