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래도 글을 읽을 수 있으니 괜찮겠다.’
Class 1 운전면허를 따고 겨우겨우 직접 트레이닝을 받을 때의 일입니다. 제 인스트럭터는 대학원을 졸업한 인텔리 중국인이었습니다. 트립의 첫 날 그가 저에게 한 말이 바로 제가 영어 교통 표지판을 읽고 해석해서 대처할 수 있다는 데에 대해 안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배경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2017년 봄에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취직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떤 트럭 회사가 운영하는 운전면허 학원에 심화과정으로 다시 등록했습니다. 과정을 마친 후 그 트럭 회사가 저를 채용하는 조건이었죠. 뭐, 간단히 말해서 돈을 내고 취직 기회를 산 겁니다.
그 트럭 회사와 학원은 인도인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직원과 대부분의 드라이버와 학원 수강생들이 인도인이었습니다. 기본 언어가 힌디어죠. 사방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인도어가 들렸습니다. 인클래스 수업도 저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를 했습니다만 그들끼리 질문과 응답, 잡담 등등은 힌디어였습니다. 저는 완전히 이방인이였죠.
약 한 달간 과정을 마친 후 겨우 제 인스트럭터를 모시고 캘리포니아로 트립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취직된 건 아니었습니다. 6주간 트레이닝을 받으며 무급으로 운전했죠. 그리고 그 중국인 인스트럭터가 한 말이 대부분의 인도인 초보 운전자가 운전을 하며 교통 표지판을 읽고 해석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6주간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드디어 급여를 받으며 팀 드라이버의 일원으로서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팀 드라이빙이란 두 명의 드라이버가 밤낮없이 트럭을 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명 모두 초보입니다. 한 명이 운전을 할 때 또 한 명은 벙커에서 잡니다. 개인적으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처음부터 단독 드라이빙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짐을 받거나 내릴 때 비좁은 곳에서 후진을 해야만 합니다. 초보때는 좁은 곳에서 후진을 할 때 한 사람은 밖에 나와 봐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미트럭은 관절이 있어서 후진시 많은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값비싼 트럭이 계속 운행을 할 수 있기에 커다란 이득입니다.
제 파트너는 젊은 시크교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토론토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알버타로 건너와 영주권 취득을 위해 트럭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와 한 5 개월간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회사의 젊은 인도인 드라이버가 큰 사고를 냈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을 위한 Runaway ramp 를 트럭 전용도로인 걸로 착각하고 고속으로 진입해 버린 것이죠. 트럭은 폐차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파트너에게 어떻게 영어를 잘 읽지도 못하는 인도 청년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후훗, 다 방법이 있지. 우리 인디언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하지만 너에겐 비밀이야!’
저는 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2018년도 사스카추완의 인구 6,000명 정도의 소도시 험볼트에서 큰 비극이 일어납니다. 캘거리에 사는 인도인 초보 트럭 드라이버가 스탑 사인을 무시한 채 스쿨버스를 들이받아 16명이 숨지고 13명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희생자는 모두 험볼트에 사는 어린 하키 선수들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제가 심화 과정을 마쳤던 그 학원은 주 정부에 의해 폐쇄됐습니다. 그리고 그 트럭 회사도 일감이 많이 줄어든 코로나 팬데믹 시절 파산하고 없어졌습니다. 더불어서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엄청나게 많이 강화됐습니다.
이제 면허를 취득하려면 의무적으로 Class 1 MELT (Mandatory Entry Level Training)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제가 2017년에 면허를 취득할 당시에는 없던 것입니다. 코스 비용만 1만 불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시험에 응시할 때, 건강 검진 등등에 별도의 비용이 듭니다. 제가 2017년에 학원을 조사할 때는 이른바 야매 - 가라, 유도리 - 가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인도계 트럭킹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자그마한 운전면허 학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듯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면허취득 방법과 노하우에 대해서 떠벌릴 입장이 못 됩니다.
제가 면허를 취득하고 여기저기 입사 지원을 할 때, 가장 처음, 그리고 빠지지 않고 질문 받은게 ‘어떤 학원을 수료했는가’ 입니다. 트럭 회사들도 야매로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를 가려내기 위함이었겠죠. 여튼 저는 캘거리에 있는 CCA TRUCK DRIVER TRAINING LTD 에서 수강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전화 면접을 하던 모든 트럭 회사들은 이 학원을 알고 있었고 최소한 저는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면허를 취득한 걸로 인정해 줬습니다.
MELT 프로그램이 의무화된 이 때, 아직도 이게 유효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운전 학원 만큼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에서 수강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건승을 빕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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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lass 1 면허를 딴 후 트럭커가 되는 방법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0/class-1.html
1) 영어를 어느정도 해야 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1_19.html
2) 트럭 운전 면허를 취득하는 절차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3/12/2_23.html
3) 어떤 운전면허 학원에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