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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 시리즈 : 무게를 재 보자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7727 작성일 2024-02-14 08:13 조회수 1066

 

트럭커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게 있는데, 여기저기에 트럭을 위한 저울이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무게로 정산을 하는 데가 많습니다. 도살장에서 돼지나 소를 실은 트럭이 오면 먼저 무게를 잽니다. 그리고 라이브스탁을 내린 후 다시 빈 트럭과 트레일러의 무게를 잽니다. 그 무게의 차이로 정산됩니다.

 

그레인 엘리베이터에도 반드시 저울이 있습니다. 곡물을 싣고 온 트레일러는 무게를 잰 후 그레인을 비우고 다시 빈 트레일러의 무게를 잽니다. 곡물을 실으러 온 트럭도 먼저 빈차의 무게를 잰 후 그레인을 가득 실은 다음 또 무게를 측정합니다. 늘어나거나 줄어든 무게가 총 곡물의 양이 되죠. 그 무게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또한 미국의 도로교통법상 세미트럭의 총 무게 제한이 있습니다. 총 8만 파운드를 넘어가면 안 됩니다. 총 무게가 그렇고, 또 액슬 당 무게 제한도 있습니다.

 

위 그림과 같이 세미 트럭은 세 개의 액슬이 있습니다. 먼저 스티어링 액슬은 12,000 파운드까지입니다. 그리고 드라이브 액슬과 트레일러 액슬은 각각 34,000 파운드까지 허용됩니다. 북미의 도로 곳곳엔 이런 무게에 대한 위반 사항을 적발하기 위해 웨이 스테이션이 산재합니다. 따라서 과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트럭커는 짐을 실은 후 트럭스탑 등에서 자신의 전체 무게를 확인하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전체 무게가 8만 파운드 미만이지만 드라이브 액슬이나 트레일러 액슬이 34,000 파운드를 초과하면 어떻게 할까요? 보통 트레일러 액슬 위치를 조정하여 균형을 맞춥니다.

 

트레일러 액슬은 앞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액슬이 무겁다면 트레일러 액슬을 앞으로 보냅니다. 거꾸로 트레일러 액슬이 무겁다면 뒤로 보냅니다. 트레일러 액슬 핀을 고정하는 구멍이 여러 개 있는데요, 이 핀을 조정하면 구멍 하나당 400 ~ 500 파운드를 원하는 액슬에 보내거나 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레일러 액슬을 한없이 뒤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주마다 길이 제한이 있습니다. 가장 제한이 많은 주는 산악 지형이 많고 급커브가 많은 캘리포니아입니다. 트레일러 액슬을 캘리포니아에 맞추면 북미 전역을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마다 트레일러 액슬 간격이 법으로 정해진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만약에 트레일러 액슬이 트레일러 맨 끝에 위치한다면 트럭커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와이드 턴을 해야만 합니다(6편 참조). 트레일러 액슬이 맨 끝에 위치한 상태에서 아예 턴이 불가능한 도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주의 트레일러 액슬 위치는 그 주의 도로 사정에 맞춰서 정해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트레일러 액슬이 한참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항상 테일 스윙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그래서 짐을 실은 후 트럭커가 처음 하는 일은 자신의 무게를 재고 트레일러 텐덤 위치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아마 자기 체중보다 더 자주 자신의 트럭과 트레일러의 무게를 측정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근처에서 코스트코에 납품할 커클랜드 마가리타를 싣기 위해 왔습니다. 북미 중북부 지역은 영하 40도에 근접하는 강추위였는데 이곳은 에어컨을 틀어야 될 정도로 후덥지근했습니다. 쉬핑 오피스의 여자분께서 제 트레일러가 뭔지 물어봐서 리퍼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짐이 리퍼에 싣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왜 리퍼를 가져왔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왜 리퍼가 필요한지 압니다. 옛날에, 소주가 21-23도인 시절에, 태백산에 혼자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 정상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잤습니다. 텐트 안에서 가져온 팩 소주를 따르니 소주가 얼어붙어 슬러시가 되어 잔을 채우더군요. 마가리타는 리퍼로 보온을 해 주며 캐나다까지 가야 합니다.

 

짐을 실제로 실어 주는 포크 리프트 운전사까지 와서 고민을 하더군요. 총 27개의 스키드인데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저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일단 실어 보기로 했습니다.

 

짐을 실은 후 근처 트럭스탑에서 무게를 쟀습니다. 딱 캘리포니아 법에 맞춘 상태에서 트레일러 액슬이 약 650 파운드 정도가 초과됐습니다. 다시 쉬퍼로 가서 짐을 내리느냐, 아니면 모험을 해야 되느냐 선택의 기로였습니다.

 

트럭커를 위한 앱을 켜고 네바다 주까지 상황을 봤습니다. 네바다 주 경계까지 약 250마일이고 그 중에 웨이스테이션은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상태가 Closed 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핀을 하나 뒤쪽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저는 캘리포니아 핀 규정을 하나 어겼고, 트레일러 액슬은 규정보다 100 ~ 200 파운드 무거운 상태입니다. 점점 어둠이 깔리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웨이 스테이션이 가까워져 옵니다. 웨이 스테이션 직전 도로 바닥에는 Weigh in motion 센서가 있습니다. 센서가 좀 무거운 트럭을 발견하면 웨이 스테이션으로 들어오도록 신호를 합니다. 그리고 정밀하게 무게를 재죠. 저에게 웨이 스테이션에 들어오라는 신호가 왔습니다. 망했습니다. 그런데 웨이 스테이션 앞 전광판이 Closed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웨이 스테이션이 다른 트럭들로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전에 표시가 바뀐 것이었습니다. 엄청난 행운입니다.

 

몇 시간 후 저는 캘리포니아 주 경계를 넘어 네바다로 들어섰습니다. 마음 놓고 다시 홀 하나를 뒤로 옮겼습니다. 저는 이제 액슬 포지션과 무게 모두 합법인 상태가 됐습니다.

 

휴, 진땀 뺐습니다.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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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팀 드라이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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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게를 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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