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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never know what's around the corner
작성자 philby     게시물번호 18267 작성일 2024-08-14 21:08 조회수 1092

문득 보우 호수(Bow lake) 보고 싶어 졌다. 장거리를 운전해 보우 호수를 가면서 이왕 가는 길에 보우 호수 부근 몇몇 군데도 다녀오려고 생각했다.

 

문제가 생긴 곳은 보우 호수였다.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서 그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비가 그쳤다. 차를 옮겨 놓으려고 시동을 거니 경고등이 들어온다. 인터넷 서비스도 안되는 지역인데. 매뉴얼을 찾아보니 발전기 문제다. Steer wheel 뻑뻑하기는 해도 차는 움직인다. 호수 구경할 맛이 달아났다. 구경이고 집어치우고 차 부터 고치자. 있는데 까지 가봐 야지, 전화 걸려면 인터넷은 터져야 하니까.

 

톰슨 하이웨이(David Thomson) 타고 올라오다 로키 마운틴 하우스를 코앞에 두고 차가 섰다. 다행이 갓길에 섰다. 잠금 장치도 창문 올리고 내리는 것도 안된다. 그래도 비상등은 켜졌다. 여기는 인터넷 서비스 가능 지역인데 전화가 터졌다 말았다 한다. AMA 전화해 마다 하다 끊어지더니 감감 무소식. 막막하다. 그래도 별로 걱정이 안된다. 안되면 로키 마운틴 하우스까지 걸어가자.

 

차에서 배낭을 꺼내 옆에 두고 히치 하이킹을 시작했다. 몇몇 차는 그냥 지나가더니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픽업 트럭이 섰다. 닷지 3500. 용접 콘트랙터 트럭이다. 차에서 건장한 남자 둘이 내리더니 그러냐?”
발전기가 맛이 갔나봐.” “내가 부품이 있을지 몰라, 기다려봐.” 여기저기 뒤져보더니없는걸. 내가 로키 마운틴 하우스 캐네디언 타이어까지 태워 줄게.”

 

차를 타고 가며 어림짐작해보니 세워놓은 곳에서 로키 마운틴 하우스까지 5-6 킬로미터 되는 듯했다. 캐네디언 타이어 주차장에서 내리는데 물을 준다. “ 마르지? 물이라도 마셔라.”
캐네디언 타이어에 들어가니 에어컨 빵빵 터져, 인터넷 빵빵 터져 마치 천국에 기분이다. 마시고AMA 전화를 했다. 3-4 전부터 AMA 프리미엄 회원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차가 늙다 보니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매년 회비 내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때마다언젠가 네가 효자 노릇할 때가 있으리라.”

 

드디어 이번에 프리미엄 회원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회에 한해 320 킬로까지 별도 요금 없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한다. 차 세워놓은 곳에서 정비소까지는 약 210 킬로.
그런데신원부터 꼬치꼬치 캐묻더니지금 네가 있는 곳이 어디냐? 차는 어디 세워 두었나?” 세워놓은 위치를 설명해주고 나는 로키 마운틴 하우스 캐네디언 타이어에 있다고 하니까거기 주소 알려줘.” “ 여기 주소 몰라.” “그럼 전화 끊고 주소 알아서 다시 전화해.”


전화 한번 하기가 하늘에 따기처럼 어려운데 전화를 다시 하라고? 사람 환장할 노릇이지. 안돼! “잠깐 기다려. 내가 물어볼 테니.” 매장 직원에게 “AMA 직원인데 너희 가게 주소 알려주라.” 하니나도 몰라. 사무실에 물어봐야 .” 전화 끊어질까 조마조마 하면서 겨우 주소를 알아서 알려줬다.

 

차를 견인해서 어디에 갖다 두면 되나? 에드먼턴 캐네디언 타이어?” 단골로 수리하는 곳이 있는데 내가 주소를 외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한번 장애물이 나타났다. 전화 끊고 다시 하라고 할까 엉겁결에, 사우스 커먼에 있는 캐네디언 타이어.” “거기 주소 알려줘.” 내가 주소를 어떻게 안다고 알려 달래? 지은 사람처럼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모른다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소를 알아본 모양이다. “거기 주소가 브라 브라여기 맞나?” 우선 맞다고 해야지. “ 맞아. 그런데 내가 견인 트럭 같이 타고 있나?” “태워 줄게. 트럭이 캐네디언 타이어 주차장으로 갈거야.”

 

견인 트럭이 동안 단골 정비소에 전화해서 카톡으로 주소 달라고 요청해 놓고 기다렸다. 트럭 운전사는 필리핀 사람이었다. “사우스 커먼 캐네디언 타이어로 가지 말고 여기로 .” 정비소 주소를 알려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심심하지 않게 에드먼턴까지 왔다.

 

1996 겨울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피스 리버(Peace River)에서 일할 때인데 에드먼턴 왔다 올라 가는 앞이 보일 정도로 눈이 쏟아졌다. 그럴 때는 회사에 전화해서 그친 다음에 간다고 이야기하는 건데 내가 무슨 충직한 일꾼이라고 묻지마 출발을 했다. 충직한 아니라 미련한 거다.

 

Fox Creek 지나서 허허벌판 밭에서 차가 눈에 갇혔다.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ditch인지 수가 없으니. 트렁크에서 비상 키트를 꺼냈다. 날은 저물고 들짐승 우는 소리가 들리니 으스스 마음까지 추워진다. "하루는 버티겠지. 버티다 보면 구원의 손길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지나가던 픽업 트럭이 섰다. 작업복 입은 젊은 여자가 내린다. “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비상 키트도 있어.” “ 여기 있으면 안돼. 내가 Fox Creek까지 태워줄 테니 내차 .”

 

Fox Creek 어느 모텔 앞에 내려주었다. 모텔 술집 안에는 나처럼 때문에 길이 막힌 사람들이 몇몇이 둘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형 트럭 운전수들처럼 보였다. 난로에서는 장작이 활활 타고 있고.
카운터에서 위스키를 한잔 사면서전화 쓰자.” AMA 전화해서 사정을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가고 내일 점심 무렵에나 견인해서 Fox Creek 모텔 앞에 차를 갖다 놓겠다고 한다. , 살았다!

 

You never know what’s going on around the corner. 세상 일은 한치 앞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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