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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 유니버스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8466 작성일 2024-11-20 12:29 조회수 126

 

 

캐나다로 이사할 때 한국 생활을 정리하며 오랜 기간 모아 놓은 살림살이들을 처분해야만 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입하여 붙이기 전에 우선 큰 가구나 살림 도구들을 집 밖에 빼 놨다. 그랬더니 못 보는 사이에 그 가재도구들이 점차 사라졌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주변 마을 사람들이 쓸만한 것을 골라 가져갔기 때문이다. 개꿀!

 

참으로 버리기 아까웠던 것은 책이었다. 그간 이사를 할 때마다 고집스럽게 많은 책들을 이고지고 다녔었다. 노끈으로 책뭉치들을 묶어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게 이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겁고 부피 큰 것을 캐나다까지 가져갈 수는 없었다. 중고책 장사 아저씨가 용달차를 끌고 와 책을 가져가면서 내게 푼돈을 지불했는데, 지금도 그 중고책 서점 사장의 땡잡았다는 표정이 생각난다.

 

내가 갑자기 이렇게 옛날 생각을 하는 것은, 그때 팔아 버렸던 책 한 권이 지금 아쉽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elegant universe 였으며 지은이는 이론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이다. 주로 끈 이론에 대한 설명을 일반인을 위해 수식 없이 설명한 책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당시도 그 책을 잘 이해했다는 건 아니다. 그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자로다, 하면서 읽었고 걸핏하면 “이게 뭔 개소리야?” 를 내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끈 이론에 대해서 끄적거려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책이 현재 수중에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끝을 봐야겠지. 기억도 희미한 20년 전에 읽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무식한 얘기를 끄적거려 보자.

 

아, 20여 년 전에 끈 이론이 상당히 핫했다. 나 같은 무식쟁이도 여기저기서 들어 봤으며 위에 언급한 엘러건트 유니버스라는 끈 이론에 대한 책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이다. 하지만 현재는 짜게 식었다. 수식은 아름다운데 도대체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코미디 시트콤 중에 빅뱅 이론이라는게 있다. 거기 주인공 중 셸던이 끈이론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로 나온다. 그런데 일곱 번째 시즌 즈음, 즉 약 10년 정도가 흐른 다음에 극 중에서 끈 이론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는 장면이 있다. “내 청춘을 여기에 바쳤어. 그땐 이 수식들이 정말 우아하게 보였거든. 하지만 난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눈이 먼 시골뜨기일 뿐이였네.” 극중 셸던의 한탄이다.

 

끈 이론 연구자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방정식이 틀렸을 리가 없어!” 라고 하지만, 단지 수학일 뿐이다.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선 태양 둘레를 도는 수성 궤도 길이만큼의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단다. 현재 지구상 최대의 입자 가속기가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의 LHC 인데 이것의 둘레가 불과 27Km 짜리다.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은 주류 과학 이론으로 정립될 수 없다. 그래서 현재는 주류 물리학에서 소외됐다.

 

그런데 과거에 끈 이론이 각광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위 사진은 본 시리즈의 속초 앞바다에서 오줌을 쌌던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세상은 17개의 소립자로 이루어졌다. 입자 가속기를 통해 중성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깨부순 후 그 파편들을 연구해 얻어낸 결과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많지?

 

문제는 더 있다. 표준 모형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자연계의 4대 힘 중 세 개인 강력,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중력 어딨어?

 

그렇다. 표준 모형에서 아직 중력을 규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이 따로따로 논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말년의 아인슈타인부터 시작해서 난다긴다 하는 물리학자들이 지금까지 뛰어들었지만 해결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돌연 끈 이론이 나타나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끈 이론에서는 세상 모든 물질이 작은 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끈의 진동 모양에 따라서 표준 모형의 여러 쿼크들, 일렉트론, 뉴트리노들, 보손들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은 17개의 소립자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끈으로 이루어졌고, 끈의 진동에 따라서 각 소립자의 성질이 나타난다고 한다. 오컴의 면도날에 부합하는 아주 우아한 설명 같기도 하다.

 

내가 엘러건트 유니버스 책을 현재 가지고 있지 못해서 더 이상 끄적거릴게 없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나는게 책에서 자주 나오는 아래 그림들이다.

 

이론을 수학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10차원 혹은 11차원이 필요하다. 끈 이론은 이런 차원들이 아주 작은 소립자 크기 안에 얽혀져 있다고 주장한다. 너무 작기 때문에 인간은 도저히 볼 수 없는 차원인데 이런 믿을 수 없는 차원을 상정해야만 수식이 성립한다. 물론 실험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인간은 현재 끈 이론에 대해서 매력을 잃었지만 삼체의 세계관에서는 끈 이론이 진실이다. 삼체인들은 실제로 궤도를 도는 입자 가속기를 만들어 냈으며 소립자 내 숨겨진 차원을 3차원 공간에 풀어내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양성자 하나 속에 숨겨진 11차원을 3차원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거기에 전자 회로를 인쇄하여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원래의 양성자 크기로 돌려 보냈다. 이렇게 소폰이 만들어졌다. 즉 소폰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양성자 크기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것이다. 이것은 빛의 속도로 지구에 침입하여 지구인의 과학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차원이라는게 무엇인가. 다음 편에서 살펴보자.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9.html

10) 엘러건트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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