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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사상, 반야심경, 대승불교
작성자 내사랑아프리카     게시물번호 7614 작성일 2014-10-12 20:56 조회수 3823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없으신 분은 지루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인기있는 법륜스님께서 캘거리에 오신다는 사실은 신나는 일입니다. 몇 년전 달라이 라마께서 캘거리에 오셨을 때도 저는 표를 사서 새들돔에 갔었습니다. 만남은 항상 신선한 것이고 새롭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법륜스님 즉문즉설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캘거리에 서래사도 있기에 서래사 불자님들도 많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치면, 불교가 두번째로 큰 종교이지만, 불교, 개신교, 가톨릭으로 분류하면 가장 큰 종교는 불교입니다. 그런데 북미 이민사화에서 불교인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미국과 캐나다가 기독교국가는 아니지만 기독교적 문화가 주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캘거리만 봐도 교회는 수십개가 되어도 불교는 서래사 하나 밖에 없고, 정토회회원은 몇분인지 모르지만, 아직은 invisible group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불교의 승려가 캘거리 같은 기독교 주류 사회에 오셔서 새로운 설법을 하신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할 때, 가장 대별되는 것이 바로 붇다는 역사를 넘은 존재이며, 예수는 역사적 존재라는 개념에 기초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원시 불교에는 역사적 붇다에 대한 돌에 새겨서 하는 묘사가 부재합니다. 원시 불교는 기존의 베다전통과 동시대의 마하비라의 자이나교  전통과 교류하면서 붇다는 깨달음의 우선성을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시 붇다라는 인물보다는 깨친 붇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원시불교를 가장 잘 보존했다는 깨달음은 깨닫는 주체 자신의 용맹정신을 통한 것이지,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사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에 대승불교는 법신, 보신, 화신이라는 세가지 형태의 비역사적 붇다는 물론 역사적 붇다사상을 확산시켰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역사적 예수와 신앙으로서의 그리스도와 비교될 수 있는 모습이죠.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반야심경은 원시불교에 대승불교적 사상의 핵심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른바 "순수한" 원시적 불교는 아니라고 봅니다. 반야심경이라는 짧은 글 안에 [관자재보살]에 대한 발문을 담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관자재 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동의어로 사용됩니다. 법륜스님은 조계종의 전통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그분이 한 주요강좌는 바로 [반야심경]과 [금강경]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분이 원시불교의 경전이자 테라바다(소승불교)의 소이경전인 [아함경] 일반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대승불교사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분입니다. 보수적 개신교도도 공관복음서와 바울의 데살로니가 전서를 항상 읽죠. 이것은 어쩌면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을 반영한듯합니다. 그동안 한국 불교가 우물안 개구리처럼 갖혀 있다가 남방(소승)불교나 달라이 라마와 티벳불교, 그리고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에 기초한 연구가 활발하면서 대승불교의 지평을 넘어 원시불교 그리고 소승불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의 후배인 캘거리의 어느 법사님으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남방계의 수행법이자 원시불교의 명상 수행법이라고 하는 "비파사나"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관심도 다른 불교전통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 지평을 넓혀가는 듯합니다. 대승이든, 소승이든 두 전통 모두 깨달음에 있지 윤회라는 영원한 회귀가 본연이 아닌 것은 상식입니다. 


오늘 제 서가를 뒤지다 보니 제게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정토학회에서 준 책이 있더군요. 아마 작년에 어느 모임에 갔을 때, 얻어 온 책같습니다. 책 제목이 [Pure Land Principles and Practices]입니다. 이 책에 보면, 흥미로운 사실은 대승불교적 전통이 강한 나라인 대만, 중국, 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의 경우엔 대승이 강하다고 하지만 소승도 강하다고 함) 등등은 거의 비슷한 불교적 정서를 갖고 있는 듯 하군요.  우리가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스님들이 맨날 "나무 아미타 불 관세음 보살]이라고 염불을 외는 장면을 어릴 때부터 보았는데, 싱가포르도 다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 단체의 스승께서도 정토종에 입각하지만, 선불교는 선불교의 방법이 있듯이 결국 하나로 만나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정토사상과 선불교의 만남은 동아시아 대승불교사상에서 언제나 중요한 형이상학적 세계관이었다는 생각이 들구요.


그런면에서 한국의 마하야냐 불교 전통에서 선불교냐 정토사상이냐 또는 원시불교로 되돌아가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불교는 devotion의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의 종교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주술적인 민간신앙 형태가 발전된다 하더라도 그 원천, 즉 불교의 본래의 샘물은 바로 깨달음입니다. 그래서 유동식교수 같은 분들이 한국불교가 습합(syncretism)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외피이지 본원은 아닙니다. 즉 한국불교가 습합된형태이긴 하여도 이것은 문화적 적응과정에서 현지문화를 담은 것이지 깨달음에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주장을 담은 책이 바로 로버트 버스웰의 [The Zen Monastic Experience]라는 것이죠. 


이것은 전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한국불교의 주술적인 면만 보면서 모든 한국불교가 습홥되었다거나 원시불교에서 떠난 tainted된 종교라고 하면 한국불교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환경을 인지하지 않은 결과라고 봅니다. 한국불교의 장점은 어쩌면 상가(승가)와 일반 불자의 공존을 잘 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산중불교에서 해방 이후 조계종의 개혁을 통하여 선불교의 전통을 확립하는데 노력하였고, 구룡사 등에서 보듯이 개신교가 갖는 조직력을 갖춰 점점 경쟁력이 있는 종교로 발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함께 흥미있는 사실은 캐나다 칼튼 대학에서 종교를 가르치셨든 고 정대위 교수는 자신의 예일대 박사학위논문에서 한국기독교의 발전은 혼합주의를 통한 현지 적응을 통해서 가능했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주장은 나중에 한국개신교 신학자들에 의하여 이른바 순복음교회 신흥개신교 집단을 비판할 때도 나타나곤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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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신교가 초기부터 혼합된 종교라면 현재에 어느 정도 혼합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터인데, 미국개신교보다 더 근본주의적이고 더 미국적인 한국개신교를 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저는 한국개신교의 발전은 anti-syncretism(반혼합주의)-그런데 반혼합주의적 태도를 견지한다고 혼합현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태도와 현상 자체는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정대위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현지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과 습합(혼합)은 구분해야죠.  


그런데 한국의 불교나 기독교를 막론하고 이른바 종교엘리트 집단과 평신도집단이 적절한 배합이 되어서 발전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단언컨대, 한국불교가 테라바다 불교와 교류를 하더라도 테라바다적 불교, 또는 원시불교적 형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봅니다. 대승불교의 종교의 경제학은 물론 정치학 논리나 보살사상은 이미 대중 깊숙히 뿌리내려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예수사상, 또는 역사적으로 예수가 가진 사상과 신앙 역시 이미 해석된 것이듯, 우리는 역사적 붇다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예수나 붇다 모두 이미 2000년 전이나 2500년 전의 인물이고 그 시대의 산물입니다. 


이것은 유학에서 원시의 공자, 맹자로 되돌아가서 역사적 공자와 맹자가 가르친 것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고려해야 합니다. 기독교에서 만일 어거스틴과 토마스 아퀴나스가 없었다면, 현대기독교에서 폴 틸리히같은 신학자가 없었다면 아찔하듯이, 유학에서 유학을 집대성한 주희가 없었다면 조선의 퇴계와 율곡도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없었더라도 나름대로 사상적 발전이 일어났겠지만, 모든 사상은 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의 도전을 반영합니다. 만일에 중국에 화엄사상이나 천태사상이 없었다면, 신유학의 비조 주희는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중국의 유학은 외래사상인 불교와의 만남을 통하여 논리적 정치함을 이뤘고, 중국의 선불교는 바로 중국의 도교적 전통과 유학의 도전속에서 탄생한 중국적 종교였습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어거스틴이 플라톤을 몰랐다면, 토마스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를 몰랐다면, 폴 틸리히가 실존주의 철학과의 만남을 외면했다면 그런 위대한 체계를 세우지 못했을 겁니다. 


적어도 우리가 원시 기독교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어거스틴, 아퀴나스, 틸리히와 논리적 대결을 해야 하고, 유학 또한 주희라는 거대한 벽과 씨름해야 하듯이, 불교역시 중관사상과 유식사상에 깊이 천착해야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역사적 사상을 깡그리 무시하고 원시로 되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시대의 자녀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세기는 21세기와 다르며, 22세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형이상학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은 다원주의시대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종교가 종교 시장에 나타납니다.  이러한 종교시장에서 어느 종교가 어느 종교를 많이 닮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불교가 기독교의 devotion 전통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며, 기독교가 불교의 enlightenment 전통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기독교화와 기독교의 불교화는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만남에서 각 종교전통에서 변혁적 또는 새로운 운동을 하는 전개하는 소수의 외침 역시 존중되어야겠죠. 이것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불교의 뛰어난 형이상학적 논리와 기독교의 역사적 참여는 서로를 자극하고 도전이 될 것이며, 그런 면에서 21세기는 두 대극적인 종교의 만남이 크지 않을가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 봅니다. 이렇게 서로가 만나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 종교가 서로 같아져야 된다거나 동질성(homogeneity)을 가지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럴 경우, 하나의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고 우리에게 비판적인 형이상학을 구축하지 못할 것입니다. 비교는 같음을 확인하는 것만이 아니라 차이를 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다름은 오히려 같음보다 더 우리의 종교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할지 모릅니다. 대화도 비교와 같은 과정을 밟습니다. 

 




* 아래 참고로 참 흥미로운 기사의 일부가 있습니다. 선불교와 정토사상은 보완적 관계에 있으면서 긴장관계에 있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에 염불 및 참법수행과 정토사상을 연찬하며 참선수행을 하는 종단 지정 수행기관이 설립된다. 봉선사에 설립되는 수행기관은 지난 3월 삼장원·염불원법이 제정된 후 최초로 지정된 승인된 기관이다....// //올 하안거부터 운영되어질 ‘봉선사염불원’은 삼장원·염불원법 및 동법시 행령 의거하여 ‘아미타경’, 무량수경’,‘관무량수경’의 정토삼부경과 ‘반주 삼매경’등 정토사상의 근본이 되는 경전을 연찬하고, 참법수행과 염불선 등을 함께 병행하게 될 것이며, 봉선사 염불원’에 입방하여 수행하게 될 대중스님 들은 2013년 전국 사찰 결계록에 등재되어 안거로 인정을 받게 된다.//

http://www.shinmoongo.net/sub_read.html?uid=4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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