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메이지 씨 위패가 봉안된 신사를 보기 위해 도쿄에 갔었는데
오늘은 서울에 가 보겠습니다.
새삼스럽게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기 보다는,
명가에서 만든 깔끔한 평양식 냉면과 서울식 곰탕,
정갈하게 차려진 소박한 가정식 밥상을 만나보기 위해서라고 해 두겠습니다.
심심하신 분들은 저와 함께 서울로 날아가 볼까요?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서울로 직접 가는 비행기는 하루에 두 번 있습니다.
오랜만에 에어캐나다 직항을 타 보겠습니다.
서울가는 에어캐나다는 D 구역 54 번 탑승구에서 출발합니다.
일본에서 에드먼튼으로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여행중 밴쿠버-에드먼튼 구간에서 싸르니아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교복차림의 고등학생들이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요코하마에서 왔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다시보니 일본 여고생들의 교복 치마는 좀 짧은 것 같습니다.
외항사지만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이니만큼 당연히 한국어 방송이 나옵니다.
억양으로 보아 동포 2 ~ 3 세가 분명하지만 오히려 알아듣기 좋은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 합니다.
조금 어색하면서도 듣기 귀여운 한국말 입니다.
기억력이 좋은 싸르니아가 그대로 옯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에어캐나다에 탑승하신 손님 여러분 환영합니다. 우리 비행기는 대한민국 서울인천으로 가는 에어캐나다 공육삼 (063) 편 입니다. 오늘 비행중의 날씨는 비교적 양호하겠으나, 알래스카 지역과 일본 지역을 통과할 때 기류변화로 인한 기체진동이 있을 수 있으니 안전벨트 사인이 켜지면 화장실 사용을 자제하시고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인천까지의 비행시간은 이륙 후 열 한 시간 삼십 분입니다. 현지시간으로 다음날 오후 네 시 이십 분에 서울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이륙 한 시간 후 점심식사를 드리겠습니다. 면세품 판매가 끝난 후 에는 스낵을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영공진입 두 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저희 에어캐나다를 이용해 주신 손님 여러분 고맙습니다"
가만 들어보니 기장의 영어멘트를 그대로 통역해서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신문은 타이틀만 대충보고 좌석포켓에 꽂아 놓습니다.
오늘은 1 면 사진 보자마자 기내식 밥맛 떨어질까봐 신문을 평소보다 빨리 접어 좌석포켓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영화는 주로 고전을 봅니다.
이 영화 등장인물들 기억하시는 분들이 혹시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고전 외에도 '내부자' 라는 제목의 한국영화하고 '빅쇼트' 를 보다말다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상하게 비행기 모니터 스크린으로는 고전 이외의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식당 이름이 시골밥상인데, 나오는 음식에 비해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은 편 입니다.
싸르니아가 자주 가는 분당에 있는 가정식은 1 만 원이었는데 여기는 1 만 5 천 원 입니다.
헌데,, 이렇게 종류가 많으면 음식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먹고나서 맛의 기억이 사라자는 단점이 있습니다.
보기는 좋은데 점수를 높게 주기는 어렵습니다.
세븐스프링스는 어떨까요?
지난 번에 갔었던 서교동점이 없어지는 바람에 광화문점에 갔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 맞은편 흥국생명 빌딩 지하에 있습니다.
그린테이블 주말 점심은 일인당 2 만 3 천 원 입니다.
메인디쉬는 가격이 별도입니다.
식사는 그린테이블만으로도 충실하고 충분합니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라면 세븐스프링스 그린테이블 추천합니다.
우래옥을 아시나요?
서울에는 평양식 냉면을 잘하는 전통있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그 중 우래옥, 을지면옥, 남포면옥은 을지로에 있고,
육수를 놓고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는 을밀대는 마포구 염리동이 있습니다.
함흥냉면의 명가 오장동 흥남집과 함께 싸르니아가 어렸을 때부터 단골이었던 식당이 우래옥입니다.
오 천 원에 불고기까지 얹어주는 조미료 냉면 맛에 미각이 길들여진 분들은
이 집 냉면 맛이 도대체 무슨 맛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품음식치곤 비싼 편 입니다. 1 만 2 천 원 입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9 천 원 이었습니다.
평양식 냉면의 명가 우래옥 본점 입구 모습입니다.
서울 북촌의 전통 곰탕맛을 지켜내고 있는 식당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촌이 아닌 중구 명동에 있습니다.
한 세기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식당을 가리켜 사람들은 서울식 곰탕의 명가라고 부릅니다.
보기엔 그저 그렇습니다.
고기 이외에 아무런 고명도 들어가지 않은 곰탕은 밥이 아예 말아져서 나옵니다.
국물이 맑고 투명한데 맛은 깊으면서도 깔끔합니다.
대파와 후추가루는 조금씩 넣습니다. 명품 국물맛을 그대로 음미해보기 위해서 입니다.
놋그릇과 놋수저에서부터 두껍고 견고한 나무식탁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식당 이름은 하동관 입니다.
하동관 곰탕 값 역시 단품음식 치곤 저렴하지 않습니다. 1 만 2 천 원 입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합니다. 주말에는 하루종일 손님들로 와글거립니다.
이 식당은 경복궁 경회루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오랜 세월 어떻게 따로 보관해 놓았었는지, 진로소주와 밀가루 막걸리를 팔고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선지 따로국밥 한 그릇에 500 원 입니다.
경복궁 산책 오시는 분들은 꼭 들러서 맛의 시간여행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