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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 Yoon의 피에타 -글 : 청야 김민식(수필가, 캘거리)
청야 김민식
 
지난 팬데믹 기간 중, 상가 전체가 전기 누전으로 냉장고 모터들이 문제가 되어 교체 수리하는 5일간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가게를 인수하고 28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쉬는 날이란, 고작 일년 중 크리스마스 하루, 정규적인 휴업과 겨울 폭설로 도시가 마비되어 가게를 하루 문 닫았던 기억이 전부입니다.
가게의 식재료들을 정리하느라 이틀을 분주히 보내고 사흘째 되던 날 아침, 해바라기 화분 1점을 어렵게 구했습니다. 해바라기를 문하생들에게 그리도록 권하기를 좋아하셨던 기억 때문입니다.
사전 연락도 없이 평소에 존경하던 윤병운 화백의 댁을 불쑥 방문했습니다. 그 집 앞에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언 15년만의 방문인 것 같습니다. 미술대학을 지망하는 아들 때문에 다운타운 “서울 갤러리” 화랑으로 자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이민 초창기의 깊은 인연 때문에 황급한 무례를 범했습니다.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커피나 한 잔 하고 가지요” 힘없는 전화 목소리였습니다.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옆방에서 부인 이명자(Julia Yoon) 화백께서 초췌한 모습으로 문을 살짝 열고 목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심장 재수술을 하고 오늘 퇴원 했지요”라며 인생 삶의 죽음의 문제로 담소하던 중, 나는 당황해서 서둘러 나서며 “혹시 다음 기회에 초상화 크기의 작은 그림 한 점을 주시면 저의 서재에 걸어 놓겠습니다”하며 은행에서 인출한 100불짜리 몇 장을 봉투에 넣어 식탁에 놓고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그 분의 그림은 1점에 3,000불 정도 하지요.” 윤화백 그림을 소장한 화가 한 분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윤화백께서 직접 포장된 큰 그림 한 점을 가게에 놓고 차 마실 시간도 없이 나가셨습니다.
추상화였습니다. 가로 40cm 세로 30cm 그림 위에 가로 66cm 세로 56cm 화려한 황금색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오른쪽 밑에 작은 글씨로 < Julia Yoon 2006 > 작가 서명이 있었습니다.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추상화 관련 eBook 서적 두 권을 구입해 얇은 식견을 쌓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수요일 노년대학이 개강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등록했습니다. 미술반 지도 강사로 참석한 윤화백 내외분을 만났습니다. 취미반 시간에 저는 합창반을 등록했고 바로 옆 교실이 미술반이었습니다.

저는 이명자 화백에게 그간의 설명을 드리고 간단한 텍스트 작품 해설을 정중하게 부탁 드렸습니다. 그 이튿날 200자 원고지 9장 분량의 작가 해설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카톡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피에타(Pieta) 의미는 “비탄의 성모 마리아”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의 시신을 무릎에 올려 놓은 채 깊은 슬픔에 잠긴 성모를 뜻합니다.
수많은 화가, 조각가, 작가들이 그림과 조각, 글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 동안 미켈란젤로가 남긴 조각 세 작품 - 바티칸 피에타, 반디니 피에타, 론다니니 피에타 - 중 75살에 조각한 반디니 피에타와 비교하며 감상 공부를 했습니다. 정교한 조각 두 작품과는 달리 추상화된,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과 슬픔이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Julia의 피에타’는 고난 당하신 예수, 슬픔에 잠긴 성모의 이야기로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처절한 예수의 마지막 기도가 평생 기도가 된 여인의 모습을 봅니다. 예수의 십자가에는 버림받은 인간의 모습을 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긍정할 수 있는 예수의 힘, 고통을 피한 것이 아니고 그 자체를 의미 있는 변화의 힘으로 창조하는 예수의 힘을 봅니다.
이 추상화를 감상하면서 시련이나 고통이 나에게 올지라도 나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도 어느덧 눈물이 고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추상화에는 성경 전체의 스토리가 의연하게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Julia Yoon님이 카톡으로 보내 온 작품해설 말미의 글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고통 속에 피 흘리며 죽어간 아들의 모습, 마리아는 당신의 모습으로 아들을 낳았지만 아들과 함께 한 날들은 무척이나 짧은 생애의 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먼 발치에서 아들이 걷는 고난의 길을 바라만 볼 수 없는, 예리한 칼에 찔린듯 가슴 아픈 어머니의 심정, 아들은 이미 숨이 끊어져 목을 뒤로 젖히고 오른팔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꺾여진 두 다리도 힘이 없어 늘어져 있으며 그리스도는 지상에서의 삶을 끝내고서야 어머니 마리아 품에 비로소 안겼었습니다.
어머니라는 한없이 넓은 품에,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이 맨 처음 올 때처럼 어머니 품에 안겨져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풍성한 품은 세상에서 얼마나 큰 것인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Pieta" 작품해설을 하면서 몇 번이고 멈추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고통 받으며 죽어가는 아들의 모습 그냥 지켜만 보아야 하는 어머니,성모 마리아의 가슴에는 끝없이 메어지는 오열과 비탄을 견디어내는 긴긴 침묵 속에는 끝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제 그림은 이 내용이 담긴 “Pieta” 의 추상화입니다.

검은색은 죽음이고 보라색은 숭고함이고 청색은 무한한 사랑 핑크색은 부활의 상징, 흰색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숭고함과 성스러움 나타냅니다.
추상화는 무형에서 유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제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 보세요.
피에타 작품을 해설하게 됨을 하늘에 감사 드립니다. “ 이상이 작가의 작품해설이며 부활 주일 아침, 개신교 새벽 연합예배를 마침 후 그렌모어 저수지 길을 걷다가 동녘 햇살에 비껴 하얀 눈으로 덮인 호수 위에 비친 나의 그림자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등록일: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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