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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페터 한트케 (감상평/이명희)
 
서론- ‘이별’이라는 메타포를 갖고 가출한 아내를 추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이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아성은 거두어 내고 새로이 자각하는 것이 전체 내용이다.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했다. 나는 화자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고뇌하고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가 궁금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주관적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줄거리-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 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 아내 유디트가 짧은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오스트리아 출생인 화자는 황당한 심정으로 아내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자신도 편한 남자는 아니지만, 유디트의 예측 불허의 행동에 분노를 느끼며 뒤를 쫓는다.
아내를 추적한다는 게 자연스레 여행 아닌 여행이 되고 만다. 화자는 유럽에서 느껴보지 못한 미국 문화를 맛보며 이런저런 분위기에 취한다.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몽땅 인출해 간 아내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지만, 기왕에 돈에 구애 없이 여유를 부려 본다. 전에 미국 왔을 때 알게 된 클레어라는 여자에게 연락해 그녀의 두 살 된 딸과 함께한다.
유디티를 찾는 건지 자유여행인지 알 수 없이 그들과 가족이 되어 미국의 곳곳을 누빈다. 보수적인 유럽과 다르게 자유분방한 곳에서 개성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과 성향이 달랐던 유디트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클레어가 엄마로서 아이를 책임지는 행동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도와야 할 부분을 감수하고 유디트를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여행 중 클레어의 친구인 ‘한 쌍의 연인’이라는 집에 머물면서 그들 부부가 취미나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면서 조율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생각에 젖는다. 유디트와 극적으로 만난 화자는 은퇴한 영화감독 존 포드의 집에서 함께 조언을 듣게 되는데 인생에서 ‘나’가 아닌 ‘우리’라는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된다. 서로 죽이고 싶도록 증오한 부부였지만 걱정과 달리 유디트의 폭력 없이 평화로운 이별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본론-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데 부부의 문제를 자아의 문제로 풀어나가는 어렵고도 지루한 소설이다. 페터 헌트케는 ‘관객 모독’의 작가로 유명한데 그의 작품세계는 ‘자기 긍정과 자기 부정, 가까움과 멂, 친근감과 이질감 등 과거의 체험과 현재의 삶이 충돌하는 내적공간이자 자아의 억압된 욕망을 환기시키는 중심 기호이다’
이와 같은 갈등 스토리에는 남녀의 다름을 피력한 재밌고도 쉬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는데 남녀의 갈등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된다. 화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소설 속 주인공과 자신을 비교해 본다. 개츠비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은 했으나 사랑했던 여자를 쟁취하지 못한 욕망을 재력으로 근사하게 접근한다.
개츠비의 나이스한 행동과는 달리 화자는 다혈질로 유디트에게 인내심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 유디트의 제멋대로인 성격과 살림이나 모든 면이 엉망인 게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와 다툴 때면 고함을 치며 대응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부부가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면 남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부부의 유형에는 애정으로 스킨십이 가능한 부부, 애정과 우정을 넘나드는 부부, 한 지붕 아래 동거 수준인 부부, 여건상 헤어지지 못하고 원수인 부부 등이 있다.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건 부부의 욕구를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 하고 스트레스도 풀기 때문이다.

내 안의 타자와 화해하는 법- 바람직한 부부의 길은 인생 선배들이 후회하며 제시해 준 길을 따르면 된다. 부부 상담학에서 말하는 부부의 갈등은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열등감, 상처로 비롯되는데 문제를 자신에게 찾지 않고 상대방에게 찾기 때문에 골이 깊어지는 것이라 한다. 현대 사회는 성격은 물론 경제적 사유로 이혼율이 높다.
옛날 같으면 백년해로할 부부가 없겠다. 사랑이 가난을 덮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 TV 예능에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가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갖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민으로 상담받는데 심리적인 문제점을 찾아내어 해결해 주는 유익한 프로다. 비상담자가 안고 있는 바윗덩어리를 상담자가 뽑아내어 억눌림에서 회복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전 연령층 남녀를 막론하고 시청하길 권한다.

경제력은 있어도 아내와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화자는 돈에 인색하고 완벽주의자에 포용력도 없다. 이는 젊을 때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거나 아니면 자기중심적 사고형으로 순수한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혼의 사유는 경제력보다 성격의 차이라고 한다. 부부는 상부상조하는 관계다. 아내는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문제를 너의 탓이 아닌 각자의 탓으로 여기면 갈등 해소가 빠르다.
부부의 대화에는 ‘소귀의 경 읽기’, ‘동문서답’, ‘일방적’, ‘원만한 피드백’ 등이 있다. 나의 경우 소통을 포기하지 않고 설명화법과 이해화법으로 일관했는데 처음엔 남편이 가부장적이라 가르치려 든다며 불쾌해했으나 가난과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싸워도 마음을 닫지 않고 문제점을 풀어나가려는 나의 진심을 알고 소통에 동조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정치, 경제, 건강 등을 나누는 찐한 친구가 되었다.

결론-한국은 황혼 이혼율이 높다. 그것은 소통의 부재로 서로의 가슴에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는지 헤아리지 않아 곪아 터진 결과다. 부부는 대화가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 이해만 바라지 말고 ‘나 전달법’으로 앙금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황혼기에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산다면 감사한 일이고 축복받을 일이다. 페터 한트케가 ‘자아의 문제, 실존의 주제를 드러내어 충돌하는 자아의 억압된 욕망을 환기 시켜’ 독자들을 깨우친다고 해도 완벽하고 까칠한 남편보다, 넉넉하고 따뜻한 남편이 아내와 행복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정리해 보았고 새삼 깨닫는다.


기사 등록일: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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