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고제천, 캘거리 중앙냉동사 대표 E-Mail)
jcko@shaw.ca
4년전 10월 어느 토요일 오후3시 가벼운 복장으로 나의 헌팅(사냥)카 볼보는 캘거리 북쪽 디스버리 건너편 비포장 도로를 헤매고 있었다. 앗! 밀밭 작은 숲속 100M 전방에 우뚝 서있는 크고 검은 놈은 한발쯤되는 뿔이 달렸으니 틀림없는 무스였다.
무스는 호수가 얼기 전 산에서 내려와 물에 있는 수초를 먹지않으면 위장병으로 못살기 때문에 록키산에 사는 무스는 대부분 드럼헬러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여기서 쉬고 있었다. 오-어쩌나. 이날은 운동삼아 메추리 사냥이나 하려고 410게지 소형 엽총과 작은 디어(사슴) 헌팅용 윈체스타30-30 라이플만 들고 나왔다.
무스는 M1소총 250그램 이상으로 쏘아도 심장을 명중하지 못하면 잡기 힘든데 150그램 실탄으로 저큰 무스를 쏜다는 건 상식 밖이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실탄 두발을 장진하고 앗! 소리를 질렀다. 순간 무스는 나를 바라보왔고 나는 스코프에 들어온 무스의 눈과 눈사이 급소를 사정없이 쏘아버렸다.
다웟이 돌 팔매로 골리앗을 때려잡은 격 이상이였다. 사슴잡는 작은 총으로 300킬로가 넘는 무스를 잡았다는건 어떤 사냥꾼도 믿지 못할 기적이였다. 골프에서 홀인원을 어찌 여기다 비길건가…… 캐나다에서 사냥 15년만에 사냥꾼으로서 별을 딴 순간이였다.
무스는 아무나 잡는게 아니고 일년에 몇마리를 추첨해서 라이센스를 사는건데 나는 15년만에 처음 낙첨되어 산 라이센스와 태그를 이날 무스다리에 꿰어단 것이다.
나는 소득없는 여행이나 운동은 안 한다. 등산을 가면 버섯을 따고 산나물을 뜯는데 운동 중 가장 흔한 골프는 안친다. 왜냐면 골프장에서 딱 치면 돈 나가는 소리고 사냥은 빵- 쏘리가 나면 고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저 넓은 황야에서 메추리떼나 헝가리언(까투리 비슷한 것)떼를 쫓다보면 차를 어디에 세워두었는지 허둥 댈 정도다. 뛰어 다니다 허기져서 라면을 생으로 깨물어 먹는데 그것마져도 꿀맛이다.
나는 이민와서 도착 2주만에 총기허가(FIREARM’s LICENCE)를 신청해 1개월 후 총을 샀다. 서툰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 달달 외우고 육군 일반 하사때 찍은 사진 한장을 갖고서 경찰서 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묻는 질문에 말이 막혀 엉겹결에 손가락을 펼쳐들고 “코리아 솔저 화이브” 라고 외치니까(사실 군복무는 3년간이였지만) 담당 경찰은 웃음을 머금으며 “오 코리아 솔저…유 스페셜 케이스 오케이..” 하고 통과였다.
지금은 부인의 동의와 목사님 그리고 은행 지점장 등의 보증 싸인이 있어야 하나 그때만해도 보증인없이 서류접수 후 본국에 신원조회기간 한달을 거처 총기 허가를 받았다. 감격의 순간이였다.
모국서 3~4공화국 시절때 나는 신문기자로 일하였는데 당시 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였다. 그덕에 나는 어느 기관장으로부터 엽총 한 자루를 선물로 받았고 매년 제주도로 사냥을 다닐 수 있었으니 올챙이 기자는 아니였던 것 같다.
한국에선 총을 관할서에 보관했다 사냥때만 출고받고 비행기에도 특수화물로 제주도에 도착하여 신고필증을 받아 사냥을 하며 라이플(외알총)은 일반인은 소유할 수가 없어 보통 사냥꾼은 산탄총이 아닌 화약을 쓰는 M1소총이나 윈체스타를 갖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나는 총기류 소유 허가를 받은 다음 곧바로 존 웨인이 즐겨쓰던 7연발 윈체스터와 M1소총, 22소형 라이플, 12게지엽총, 410게지 산탄총. 22핸건등 총6정을 샀는데 권총은 별도 교육필증이 있어야 반출되어 2개월 후 찿았다.
캘거리에서 18년간 한국인 파트너가 없어 나는 케네디언 친구와 한해도 안 빼놓고 매년 사냥을 다녔는데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과 4~5월 곰을 잡는 봄철에는 스릴 만점의 사냥 스포츠를 캐네디언들이 즐긴다. 벌판에 나가 150야드 지점에 타켓을 세우고 실탄20발(한케이스)를 쏘아대고 달려가 100% 명중한 과녁을 볼 때 그 통쾌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수 있겠는가?
유감스럽게 지난 18년간 캘거리에 한국인 사냥꾼은 나 혼자뿐이였는데 이번 기회에 사냥의 규칙과 총기 소유 절차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총을 사려면 허가를 받아야
우선 총을 사려면 총기허가(FIREARMS)를 받아야 한다. 경찰서나 Gun Shop에 가서 신청용지를 얻어 작성하는데 필히 부인의 허락과 교회목사나 거래 은행장의 보증 싸인을 받아야하며 접수하면 모국에 신원조회를 거쳐 1개월 후 교육필증을 지참하고 찾아가라는 통보가 온다. 캘거리의 사냥 교육장(Tel 252-8474)에서 18시간의 교육을 받게 되며 캘거리의 Hunting Control(3511-12St NE)에가면 자세한 안내서와 가이드 북을 무료로 나누어 준다 (www.albertar elm.com)
교육은 주로 총기 안전 수칙이며 시험에 통과해야 교육필증을 준다. 화이어암 라이센스를 받아야 총을 살수있고 총을 살 때 총기등록을 한다. 캐나다는 지난 2000년까지 총기등록 없이 M16등 모든 총기를 살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개인이 보유한 총기의 실태를 정부나 경찰이 파악할 수 없었는데 2001년 연방정부에서 총기 일제 등록 기간을 정해 모든 총에 고유 번호(씨리얼 넘버)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총 하나하나의 기종과 번호가 명시된 카드를 발급했다. 나는 6정의 카드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등록하지 않은 총기는 불법무기로 간주되어 경찰서에 신고 반납해야하며 등록증이 부착되지 않은 총으론 사냥을 할 수 없으며 팔고 살수도 없는 무용지물이 된다.
들판에 새 한마리도 잡으려면 돈을 내야
사냥총을 갖추려면 3가지는 기본으로 필요한데, 곰이나 엘크등을 잡을 수 있는 큰 구경의 총과 토끼사냥용 22구경 라이플 그리고 오리등을 잡는 12게이지 산탄엽총등이다.
한국전쟁시 주 화력무기였던 M1소총(8연발)이나 카빈총은 구형이라 300~$400 이면 살 수 있는데 나는 다루기 쉬운 존 웨인이 즐겨쓰던 7연발 윈체스타94를 애용한다. 캐나다는 모든 총기를 3연발 이상 못쓰게 되어 있으며 사냥시 실탄을 3발 이상 장착했다 적발되면 총을 빼앗기고 $500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올해는 사냥 씨즌이 1주일 앞당겨져 9월1일부터 기러기나 오리사냥을 할 수 있는데 사냥총을 산 후 사냥 라이센스는 잡으려는 동물 종류별로 나누어 살수있다. 케네디언 타이어에서 Win card를 신청 발급받고 지참해서 잡으려는 동물 종류별로 사는데 기러기 오리등 조류를 잡을 수 있는 기본라이센스가 $45 이고 사슴한마리에 $36, 검은곰은 한마리 14불이며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을수록 요금은 비싸진다. 사슴이나 곰은 한사람이 4마리까지 살 수있다.
따지고 보면 캐나다 정부는 들에 새 한마리도 돈을 받고 팔아 먹는 셈이다. 무스, 엘크, 곰, 트로피 등은 사냥할 수 있는 마릿수가 제한되어 있어 스페샬 라이센스로 신청하면 추첨해서 뽑는다.
나는 15년만에 처음 이것을 받았는데 진짜 하늘에 별따기다. 앨버타주에는 천적이 없는 기러기(구스), 사슴(디어) 등이 과잉 번식을 해서 농작물 피해가 심하기 때문에 이들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매년 30%정도를 사냥꾼들이 잡아야 한다. 앨버타주에 등록된 총 18만명의 사냥꾼들은 지난 몇해동안 광우병과 조류독감 등으로 사냥이 줄어들어 사냥허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많으며 또한 계절에 관계없이 잡을 수 있었던 늑대는 지난 2003년부터 사냥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그 이유는 늑대들이 사슴종류를 잡아 먹게 해 생태계 비율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늑대숫자가 현재 2,000마리(추정)에서 적정선인 4,000마리로 늘어날 때 까지는 사냥을 금지한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포화상태의 사슴을 잡는 사냥꾼은 국가 시책에 부응하는 애국자가 되는 셈인가?
실제 등록된 18만명의 앨버타주 사냥꾼들이 내는 라이센스 비용 $50을 모으면 9백만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인데 정부에서는 이 돈으로 사냥꾼들의 스포츠 기술 향상을 위해 Brooks란 작은 마을에서 매년 꿩 15만 마리를 인공 사육하여 매년 10월 Brooks 빅게임 벌판에 풀어 놓고 샤냥 경기를 한다. 꿩은 방사한 후 1개월 이내에 잡지 못하면 미국으로 내려가 겨울을 맞게 된다.
사냥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
사냥을 하기 위해선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법규를 알아야 하는데 비포장 도로에선 임의로 사격할수있으나 포장도로에선 150야드 들어가 쏴야하며 민가에서도 150야드 밖에서 잡을 수 있고 민가나 철망이 쳐있는 개인농지에선 땅 주인의 허락을 받고 잡아야 한다. 허락을 받으려 민가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총을 들고나와 섬짓한때가 많으나 이는 정당방위다.
부담 없이 사냥을 하기 위해 지도상 파란색으로 표시된 국유림에 가서 마음껏 하면 된다. 매년 사냥 개시일엔 실탄을 100발(대략$100)이상 가지고 나가 타켓을 세우고 영점조정을 하는데 스코프가 정확해 150메터 거리에서도 백발 백중이다. 서부활극에서 총잡이들이 비겁하게 뒤에서 쏘지 않듯이 사냥꾼도 앉아 있는 오리는 쏘지 않고 날려서 쏜다.
요즘은 오염방지를 위해 납이 들어간 실탄은 못쓰게 해서 스텔탄만 쓴다. 잡은 사슴등은 돼지 비게를 섞어 쏘세지로 가공하는데 헌팅 씨즌엔 돼지 비게가 동이난다. 나는 이민 전 디스크 중환자였는데 의사에 권유로 곰탕을 오랫동안 먹었다.
한국의 옛말에 허리 아픈데에는 노루 때린 부시깽이만 삶아 먹어도 난다는 속담이 있는데 우리집엔 매년 10여마리의 사슴뼈가 모인다. 사냥꾼 친구들이 버려야 하는 사슴뼈를 내게 주어 내가 헌팅을 안해도 냉동고가 그득하다. 뼈에도 녹용성분이 30% 있다는데 뼈를 압력솥에 장시간 끓인 후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한약제를 첨가해 다시 끓여 식히면 묵처럼 되는데 이것을 냉동보관하였다가 허리가 뜨끔 뜨끔할 때 끓여 마시면 거짓말같이 거뜬해진다.
고기중 최고는 메추리다. 메추리의 묘미를 아시나요? 중국수퍼(연달중심)에 가면 사육한 메추라기 다섯마리씩 넣은 팩을 $8불씩 파는데 사다 전기오븐에 구어먹으면 뼈까지 아삭아삭 최고다. 그 메추라기들이 들로 나가면 떼로 날라 다닌다. 자연산 메추리의 맛!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간 잡아 먹었던 메추리!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최고의 고기였음을 사냥을 통해 실감한다. 그래서 운동중에 사냥을 난 제일 좋아한다.
이외 곰을 잡아서 아내와 함께 숲에서 질질 끌고 나온 이야기 등 사냥을 통해 있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이만 마쳐야 겠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8/1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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