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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라’ 사태가 몰고 온 논쟁의 단상_강현 컬럼
강현( 에드몬톤 교민) sarnia@hanmail.net

K 형.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전대미문의 사기사건이 곧 그 추악한 몰골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몇 개의 인터넷 사이트에 이미 올린 글에서 이미 다루었듯이 이번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다수 대중의 ‘집단광기’ 이지만 또 다른 문제는 드러날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자기의 입장에서 사태를 해석하려고 하는 ‘포스트 집단광기’의 징후들이 일부에서 이미 고개를 내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생명공학을 들러 싼 주도권 쟁탈 과정에서 벌어진 음모에 한국이 (또 좁게는 황 교수가) 희생됐다는 시각이 그것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구라 황우석을 비롯해 신파극 노성일, 도망자 새튼, 횡설수설 김선종, 공갈협박 이학수 등 등장인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이 가지고 있는 석연치 않은 연관관계로 미루어 복마전처럼 얽힌 아직은 보이지 않는 음모의 마수가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같은 종류의 음모론은 사실 줄기세포연구에 시종일관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온 미국의 집권세력과 보수교회를 가상 적(敵)으로 염두에 두어 온 저 같은 사람한테는 매력적이기 짝이 없는 논리입니다.
이 논리는 또 사실과 관계없는 자기가치판단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사태를 해석하고 결론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혹적입니다.
흥미 있는 것은 나찌에 열광하던 1930년대의 독일대중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던 한국의 애국주의자들을 부추 키고 선동했던 극우언론이 이 애국주의자들의 새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짜집기 해 나갈까 하는 점입니다.
K형에게 보낸 제 답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황우석 사태를 통해 극우세력은 원론적인 의미의 그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극우세력은 왜 가당치도 않게 다원주의 와 자유주의를 걸핏하면 주장하고 있는지 아주 못마땅(?)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국가와 민족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극우 본연의 임무에 매우 충실했습니다” 라고.
만일 황우석 사태에 미국의 음모가 개입 되었다고 한다면 황우석 교(敎)는 과연 이들을 친미반북(親美反北)주의자 라는 사이비 극우에서 한국형 나찌주의자들로 개종시킬 만큼 위력이 있는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것은 마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다빈치 코드 학파’를 우선 제압하기 위해 ‘예수의 연인은 막달라 마리아가 아니라 미소년 요한이었다 ‘ 고 주장하는 ‘반(反) 다빈치 코드 학파’ 사람들과 과연 손을 잡을 것인가 하는 시나리오를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에야 국가지상주의나 민족지상주의가 정치집단이 아닌 일반 대중들의 집단심리 안에서 종교에 필적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목전에서 목격하고 전율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말을 하는 소수를 향해 집단적인 폭력 과 테러를 휘두른 그 많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줄곧 몰상식한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보통사람들이었다는 것에도 새삼 놀랐습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보통사람들이 황우석 사태 수준의 비상시에 어느 정도의 몰상식한 사람들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광기’라는 말은 아카데미즘의 용어로는 부적절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용어는 이 집단에 속한 개인 하나하나의 실존적인 고뇌와 문제들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사태의 지역-역사적 의미를 해석해 주지도 않는다는 K형의 문제제기에 동감합니다.
그러나 집단심리의 모든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저널리즘 용어로써 이 단어처럼 이번 사태를 제게 잘 포현 해 주는 다른 단어는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
우리 모두가 예견하고 있는 것처럼 황교수 편에 서있었던 많은 사람들은 조사위원회의 사실규명 결과와는 별도로 자기들만의 선택적 가치판단을 토대로 해서 이 사태를 재해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한 자연과학자의 무모한 과욕에서 비롯된 이 비극적인 대립은 사실관계를 둘러 싼 이론논쟁이 아닌 지극히 피곤하고 소모적인 ‘사상논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현재 조사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검찰 등 사법당국의 개입도 불가피 할 전망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조사기관이 어떤 결론을 내든 양측 모두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와 다른 결론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하나로 인해 이미 극심한 아노미상태에 빠진 한국사회는 사태의 배경을 둘러싸고 또 다른 극적 충돌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로 그 비겁함과 무책임함으로 인해 집중비판을 면할 길이 없는 과학계와 정부만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몸을 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판국에 돈키호테처럼 그 추운 길거리로 혼자 나가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근혜 양은 아무래도 이번 황구라 사태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실성을 한 것 같습니다. K형. 나라 꼴이 정말 갈수록 점입가경입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12/2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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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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