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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 전혀 다른 나라_ 마지막 편
14 번가와 파크애비뉴가 교차하는 곳에 있는 유니온 스퀘어에도 게이와 트랜스젠더들의 아성이라는 그리니치 빌리지와 이스트 빌리지에도 넘치는 인파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빨간 불이어도 차들이 막혀 가지 않는다 싶으면 횡단보도는 즉시 보행자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거꾸로 차가 보행자들에게 양보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곳곳에 깔려있는 경찰들은 교통위반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가다 보니 어제 점심 무렵 처음 맨하튼에 도착했던 차이나타운이었다. 이미 주위가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이제 내일 새벽이면 뉴욕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시간은 오후 8시였다. 30 분 전쯤 브로드웨이에 있는 극장에 도착했다. 이미 로비에는 칵테일 잔을 들고 서성대는 관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공연장 안으로 벌써 들어가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뉴요커들은 대부분 정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캐주얼 차림은 대개 관광객들일 것이다.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슬그머니 모자를 벗어 플라스틱 쇼핑백 속에 집어 넣었다.
내 좌석은 오케스트라 석 맨 앞 블록, 쉽게 말해 특등석이었다. 무대는 생각보다 작았다. 가스통 르루의 원작소설을 앤드류 로이드 웨어가 뮤지컬로 각색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에서만 17년째 롱런하고 있는 수작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마자 30만개의 유리구슬로 치장했다는 샹들리에가 관객들의 머리위로 날아 올랐다가 떨어진다. 놀랄 사이도 없이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화려한 볼거리들과 스토리에 빨려 들어갔다.
솔직히 말해 나는 뮤지컬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전에 뭘 봤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기왕 뉴욕에 왔으니 한 번 봐 준 다는 마음으로 표를 샀고 극장에 들어와서도 지루해지면 어떤 폼을 하고 잠을 청할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나의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지루하기는커녕 중간 휴식을 포함해 2 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특히 팬텀이 크리스틴을 배에 태워 죽음의 호수 저 편으로 사라질 때 환상적으로 변하는 무대장치와 조명 그리고 박자가 빠르면서도 장엄한 노래 ‘THE PHANTOM OF THE OPERA 와 팬텀이 혼자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은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공연이 막을 내리고 배우들이 잇달아 무대에 다시 차례로 등단하자 극장을 꽉 메운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일어나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가장 좋은 좌석을 40 퍼센트쯤 할인된 가격에 표를 구입해 공연을 볼 수 있었지만 100불을 다 주고 봤어도 후회는 안 했을 것 같았다.
극장을 나오자 브로드웨이 거리는 예의 인파로 뒤덮여 있었다. 대체로 비슷한 시간에 주변 극장가에서의 공연들도 끝나기 때문에 그렇게 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온 것 같았다. 그들과 섞여 걸어 가면서 뉴요커들은 참 빨리도 걷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문화는 아시아인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중남미계든 아니면 중동계든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이런 도시에서 인종이나 문화의 차이 따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촌스러운 일일 것이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뉴욕이었다. 진부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거대하고 요란하고 다양하고, 어떤 면에서는 ‘개판’ 인 것 같은 이 도시를 내가 앞으로 자주 찾아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숙소를 향해 8 번가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끝)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2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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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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