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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울음속에
오랜만에 꿩울음 소릴 듣는다. 장끼소리다. 인공으로 사육하여 강변숲에 풀어준다. 야들야들 빛나던 앞이 초록물감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검푸르다. 꽁꽁 얼어붙었던게 그 언제더라. 풀벌레 울음속에 꺼벙이(병아리 꿩)도 제 어미를 부른다. 이것이 자연의 기도이며 생명찬가로구나. 숲의 바람은 그 맛이 다르다. 햇볕의 그 결이 다르다. 어렸을 때 뒷동산 같은 정서가 스며난다. 어디에 살아도 정이 들고 때가 묻으면 그곳이 고향이라 했던가. 뒷동산에는 꿩들이 많이 날아 다녔다. 지금이야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가마솥 밑에는 아궁이가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우리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면 그렇게 생기가 났다. 굴뚝연기도 옛 동화책속에서나 나올까. 더군다나 캐나다에선 상상도 안 된다. 그런데 뒷동산의 꿩이 이곳까지 따라왔다. 뒷동산에서 보았던 그 장끼와 까투리다. 몇마리씩 어미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꺼벙이를 보니 새삼 뒷동산이 그립다. 꿩울음소리에 ‘아! 이거로구나’ 심호흡을 한다. 고향집처럼 한 없이 포근해진다. 이곳엔 매미가 없다. 쨍쨍 여름태양볕도 드물다. 그런데 오늘은 숨어있던 모든 생명이 환호한다. 하느님의 손길이 아니신가. 하느님은 인간두뇌로 상상해 낼 수 있는 그 어떤 형상도 아니시다. 안 계신 곳이 없는 무한한 존재로서 저 밤하늘의 작은 별 같은 지구호에도 계시다. 1분당 27km의 속도로 자전하는 지구호에도 계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하느님 마음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바람맛이 다르고 햇살결이 고운걸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묵상하니까 잠시 스칠 뿐. 잡초속에 피어나는 야생들장미에도 계시다. 첫사랑처럼 수줍고 오래오래 남는 들장미 향기! 들장미는 시끄러운 곳을 피하는 야생꽃이다. 잡초라고 업신여기지 않고 그들 속에 함께 산다. 정원에서 호화롭게 피어나는 장미하곤 거리가 있다. 사치스럽게 화려하지 않다. 다섯개의 빨간 꽃잎과 노란꽃 숲속에서 은은한 향내가 좋다. 상쾌한 향기는 멀리간다. 연달아 꽃봉오리가 매달린다. 첫사랑의 채취랄까. 은밀한 고백에 떨던 그 순박한 떨림같다. 역겨운 향수가 아니라 살짝 바람에 스치고 가는 고백이라고나 할까. 하느님의 숨결이 있다면 바로 들장미 향기속에 계시겠지. 첫사랑은 대부분 실패한다. 결혼은 타산이 따르지만 첫사랑은 달콤하기만 한 맹목적이다. 한없이 순수하다. 저 굴뚝연기나 꿩울음처럼. 이제 내 나이의 절반이상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첫사랑처럼 뒷동산이 떠오른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아름답다. 뒷동산의 고향을 잊지 않고 가슴깊이 안고 사는것도 물보라처럼 시원하다. 꿩울음속에서 바람의 맛을 즐긴다. 햇볕의 밝은 결속에서 어머니 손길을 느낀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8/1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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