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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일도하사불성_김대식 기자
여름철 내내 일은 안하고 노래만 하는 베짱이와 땀 흘려 일하는 개미. 겨울철에 허름한 옷으로 배고픔과 한기를 피해 개미를 찾는다는 우화는 젊어서 열심히 일하자는 교훈을 주기 위해 인용되곤 한다.
어린 시절 메뚜기, 방아깨비 잡으며 논 둑을 뛰어다녀 보기도 했지만, 우화 속에 삽화로 자리잡은 모습 때문에 베짱이 하면 나비 넥타이에 정장을 하고 얄밉게 바이올린 켜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늘나라 갈 때 제일 중요하다는 ‘동심’을 잃어갈 무렵 이었을 게다.
문득 그 시절에 이 우화가 혹시 반공법이나 국가 보안법에는 위반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어찌 보면 일만 하는 개미에서는 천리마 운동으로 몸짱 만들어 주던 공산주의가 떠오르고, 베짱이에서는 일면 자유민주주의 냄새가 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베짱이가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켜는 일은 없었으며 당시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서양악기를 연주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실 우화란 우화일 뿐이다. 쉽게 세뇌 시키는데 이보다 편리한 은유도 없을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한다, 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솔잎만 먹고 살 송충이는 아니다. 할 수 있다면 할말은 하고 따질 건 따져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물론 겸손을 말하고 있지만 벼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결국 추수철이 되었다는 소리다. 베어갈 것이다. 여기서 혹시 지배논리를 발견하고 욱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비유에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의 뜻풀이로 ‘정신을 한곳에 집중해도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던 한 너스레도 떠오른다.
급조된 기획에 의해 재계의 기린아로 떠오르다 역풍에 휘말려 단칼에 운명을 다했던 판타지 만화 같은 기업, 바로 제세그룹 이창우 회장이 망하고 난 뒷담화를 적은 책 “옛날 옛날 한 옛날” 내용 중에 있다. 아무리 읽어봐도 그의 친구였던 소설가 황석영의 대필의혹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아직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질문을 던져 보자는 것이다.
지난 주 이 시대의 참 지식인으로 추앙 받던 리영희 교수가 공식 집필활동을 마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환으로 인한 오랜 투병의 후유증 때문이다. 7, 80년 대를 거쳐 온 사람들은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비롯한 여러 저서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것이다. 또 그 영향을 어떤 식으로든 받았을 것이다.
권력은 관망을 원했지만 시대는 참여를 바라던 시절이었다. 리영희 교수의 발언으로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구 소련이 붕괴되고, 공산주의가 몰락하던 시절로 올라 간다.
휘파람 소리로 기억되는 스콜피언스의 Wind of change를 배경으로 베를린 장벽이 까부숴지는 장면이 TV 화면을 점령하던 때다. 당시 한 일간지에 공산주의 몰락을 바라보는 그의 대담기사가 실렸다.
고이 스크랩 했던 기억이 떠 올라 뒤져 봤지만 불행히도 찾아 낼 수 없다. 어지러운 시대의 중심을 잡기 위해 옥고와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긴 여행을 마감하며 이제 마지막으로 모두가 보내드리는 길에, 팔만대장경을 조각하는 심정으로 당시 기사 원문을 한자한자 타이핑하며 여기 소개하고 싶었다. 아쉬움이 남는다. 이민 길에 너무 많은 걸 버려 때로 즐겁지 않다.
자본주의 승리, 결국 서방세계의 경제적 승리에 도취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던 그 시대를 그는 인간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 했었다. 어느 체제가 우수한 지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 본성이 자유민주주의를, 자본주의를 택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바로 더 힘 세고 머리 좋은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과의 고른 분배와 무상 공헌 시스템을 거부한 것이 공산주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뜻으로 읽었었다. 체제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너무 까져 공유될 수가 없다는 얘기로 받아 들였었다. 그래서 많이 슬펐던 기억 있다.
세월이 한참 흘렀건만 그의 저서들 속에 녹아 든 정신과 혼은 아직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은 그다지 진보하지 못했으며 저항은 역사를 오락가락 하게 하고 있다. 우리들처럼 검인정 국정교과서에 매여 획일적인 교육을 받은 국민들도 많지 않을 터인데 어찌 우리는 사는 게, 또 생각하는 게 이리도 다른지 정말 미스터리다.
깊고 깊던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가 싶었지만, 여전한 사상적 혼돈을 목격하면 크게 바뀐 건 없다고 봐도 오류는 아닐 것이다.
오래 전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일제 강점기 또 해방 전후 시대로 거슬러 올라 간 것 같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거 한국의 근.현대사가 시대를 초월해 오늘 다시 믹스 앤 매치되며 어둡게 재현되고 있다. 이미 다 빼돌린 친일재산 환수하자는 데도 별 얘기가 다 들린다. 별꼴이 반쪽이다.
또 전시 작통권 환수문제와 관련해 일련의 국회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사대주의와 조공외교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핀 모양이다. 주책도 유분수다. 술렁이는 사람들 속에 해방 후 신탁통치문제를 놓고 친탁 반탁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지럽다.
멀리 보자.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어디에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 본다. 상해 임시정부에 있는지, 독립군에 있는지, 친일파에 있는지 궁금하다. 배워서 알고 있는 상식이 과연 맞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 싶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역사의 변혁기 마다 준동하던 그 무리들이 또렷이 보인다.
우리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는 한일관계에 내일은 없다고 주장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 흔히 독일의 주변 국가에 대한 반성이 비근한 예로 올려진다. 그렇다면 그들의 나찌와 그 협력자들에 대한 청산 노력이 얼마나 장기간 집요하게 행해졌는지도 함께 거론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 현실은 따로 놀고 있다. 뭔가 구린 세력들이 있어 보인다. 친일파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제 나라를 팔아 먹고 적국에 협력한 매국세력의 원죄를 이렇게 안고 가는 나라가 세계 역사상 어디에 있는가 묻고 싶다. 왜 그들은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 해방 후 반세기가 훨씬 지났어도 정도의 차이와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숨기고 속이며 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변신하며 책임으로부터 면피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통성은 임시정부와 독립정신에 두고, 실제로는 해방 이후부터 오늘까지 친일후손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들여다 볼수록 거대해 보인다. 겉 다르고 속 달라 우리 헌정사와 민족정기가 바로 서지 못하는 이유일 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굴곡의 뿌리는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친일파가 중용되고 우리 힘으로 친일 매국세력을 척결하지 못한 잘못, 바로 거기로부터이지 싶다.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다는 것은 결코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과를 요구 받는 일본 우익세력들이 황당해 하고 있을 것이다. 배고픈 북한주민들이 지들만도 못하다고 비웃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사회 각계 각층을 쥐락펴락하며 지금도 건재하다. 보무 당당하고 목소리 크며 아는 것은 많고 주머니는 두툼하다. 제 발로는 죽어도 안 떠날 기세다. 이러니 애국을 외치고 통일을 부르짖으며, 아무리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해도 아무 일도 제대로 되는 게 없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지 모른다.
할 일이 너무 많은 대한민국은 심하게 딴지 걸려 있다. 건국이념은 어디에 있는가. 이러려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게 아니라면 바로 세우자. 정체성이 바로 서야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 길이 떳떳한 민족통일로 가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좀 더 분명히 하겠다. 캘거리에서 이와 같이 들었다. 사안은 다르지만 지금을 시대흐름상 보수반동의 시대라고 정의한 세계인식을 인용한다. 괴질이 창궐하는 모양이다. 역사를 기만하고 우습게 아는 일은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소리 내어 말 하지는 않아도 물론 잊지는 않겠다. 골백번 고쳐 죽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만수산 드렁칡 같은 화합을 이루고자 한다면 가서 손 씻고 참회하고 오는 게 먼저다. 멀리서나마 함께 할 날을 기다리겠다.
9/11 음모론은 아메리카가 그들의 불순한 정권에 의해 공중납치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에서도 분명한 혐의가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이제 대한민국이 특정 반동세력에 납치 되어 왔다는 음모론이라도 제기 되어야 한다. 지금 조국이 가야 할 먼 길을 생각한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9/2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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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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