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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 이야기_2 (오충근 에드몬톤 통신원)
앨버타 가을답지 않게 며칠씩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리곤 했다. 섬찟함을 느끼게 하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며 부산하게 들떠 있던 여름을 생각한다. 이 비가 그치면 날씨는 더 쌀쌀해질 테고 곧 쓸쓸한 색의 잔치를 벌리다 낙엽이 바람에 날려가는 썰렁한 계절이 될 것이고 차가워진 가슴에 옛추억의 불씨를 찾아 가슴을 덥혀야 할 것이다. 늦가을 주말 오후, 서울의 연인들은 코트 깃을 올리고 스산한 가을바람에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뒹구는 노란색 은행나무 잎을 밟으며 경복궁, 중앙청 일대를 걷거나 덕수궁 돌담 길을 걷다 날씨만큼이나 스산한 마음을 녹이려 가까이는 삼청동이나 안국동, 종로, 아니면 좀더 멀리 명동으로 나가 음악다방이나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쥴리엣 그레코나 에디뜨 피아프, 이브 몽탕의 샹송을 듣곤 했다. 쥴리엣 그레코는 1927년 생이니 80 가까운 나이인데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공연 때마다 검정 옷을 입어 ‘검은 드레스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는 ‘시인의 혼’, ‘파리의 하늘 밑’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물랑 루즈’, ‘라 메르’, ‘고엽’, ‘로망스’ 등 서정적 노래를 많이 불렀다. 검정 스웨터 차림에 긴 머리, 신비한 표정의 흑백사진이 박혀 있는 그녀의 앨범을 사고 돈이 없어 비 맞으며 집에 까지 걸어 오던 기억이 나는데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 쟝 콕토와 친분이 깊어 ‘타부’라는 카페를 자주 갔었다는 데 22세 때 ‘고엽’을 불러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시인, 작가, 화가, 영화감독 등 다재다능한 예술 천재 쟝 콕토는 자신이 만든 영화 ‘오르페’ 에 그녀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 의하면, 쟝 콕토는 막달라 마리아 후손을 보호하는 성전 기사단 그랜드 마스터의 한 명 이었다, 하는데 소설은 소설에 불과할 뿐. 쥴리엣 그레코는 필립 르메르라는 배우와 결혼했다, 이혼하고 한 때 우울증을 겪기도 했는데 카페에서 알란 드롱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되었다. 가을 비가 내리던 그날, 쥴리엣 그레코는 상 자르망 데 쁘레 지하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죽 잠바를 입은 젊은이가 혼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떼거리로 몰려 다니는 젊은이들 중 한 명이었는데 그날은 혼자 왔다. 그는 무엇에 쫓기는 듯한 불안한 표정이었다. 아직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쥴리엣 그레코는 그 미남청년이 눈에 익었다. 노래를 마치고 그녀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한창 이름을 날리는 유명한 가수의 접근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의 요청에 그는 마지못해 그녀와 자리를 같이 했다. 그 때 쥴리엣 그레코 29세, 알랑 드롱 20세. ‘그가 미남이라서 눈에 끌린 것은 아니다. 비를 맞고 혼자 카페에 들어 오는데 마치 광야에 내던져진 상처 받은 야수의 처절함이 느껴졌다.’ 훗날 쥴리엣 그레코는 그렇게 회상 했는데 자신이 영혼의 상처를 입고 있어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둘은 연인이 되었다. 그녀는 포근한 모성애로 음울하고 어두운 알란 드롱을 감쌌다. 4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남의 손에 자라났고 청소년 시절 내내 의붓아버지를 증오하며 반항아로 살았던 알란 드롱의 어두운 과거를 그녀는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삶의 목적이나 방향 없이 뒷골목에서 불량배로 지내던 알란 드롱에게 그녀는 빛과 희망을 주었다. 일년 후 알란 드롱은 그녀의 주선으로 영화계에 진출했다. 비정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미남 청년의 연기는 곧 전세계 여성을 사로 잡았다. 1960년에 개봉된 ‘태양은 가득히’ 에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친구를 죽이는데 흥분하지 않고 무감각한 표정은 증오로 청소년기를 살아온 그의 내면세계에 잠재된 의식이었을 것이다. 벼락출세한 혈기왕성한 젊은이는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어했는지 쥴리엣 그레코와 헤어졌다. 쥴리엣 그레코는 순순히 그를 놓아주었다. 사랑이란 강물과 같은 것, 한곳에 고여있지 않고 천천히 흘러 가는 것… 그게 쥴리엣 그레코의 사랑이었을까? 로망스 라는 낱말 마치 미소 짓는 아침처럼 파리의 봄기운에 시작되는 사랑이지 파리,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야 하지만 원하면 너의 것이야 내 사랑을 그대에게 주겠어 바로 우리 둘을 위한 선물 -쥴리엣 그레코의 ‘로망스’ 중에서-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9/2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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