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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13번째)
빨래터에서(13번째) 1999년 9월 여름방학을 끝내고 새학기를 시작할 때가 되면 우리 세탁소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세탁소 근처에 Catholic School이 있는데 세탁소 이웃에 사는 아이들이 교복을 사가지고 남자들은 바짓단을 고쳤고, 여자들은 치맛단을 고쳤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아이들은 아무 문제 없이 바짓단을 고쳐 가는데, 여자 아이들은 엄마들과 함께 와서 말다툼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딸들은 가능하면 치맛단을 짧게 할려고 했고, 엄마들은 가능하면 길게 할려고 다투었다. 어떤 때는 곁에 사람들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언성을 높일 때도 있었다. “에구~ 딸이 없는게 천만다행이네!” 나는 아들만 있어서 딸을 기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딸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딸을 기르는 재미가 좋지만 한번 속을 뒤집어 놓기 시작하면 머리가 돌 지경이라고 했다. 거이 두주일 동안 교복 바지와 치마를 가지고 씨름을 했다. 모두 학교갈 준비에 바빴고 더우기 지난 일주일은 눈코 뜰 새가 없이 바빴다. 세탁소에 드나드는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세월이 빠르다고 느꼈다. 세탁소를 시작할 때 진이와 찬이는 고등학생이었고, 현이는 중학생이었는데…… 몇일만 있으면 현이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다. 그러면 우리집은 여기 사람들이 말하는 Empty nest(빈둥지)가 된다. 아이들은 모두 떠나고 우리 부부만 둘이 큰집에 남게 되는 것이다. 큰아들 진이는 벌써 8월 마지막 주말에 Soccer House(축구팀에 속해 있는 선수들이 집을 빌려서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에 이사해 들어갔다. 진이가 쓰는 가구는 모두 남편이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침대, 책상, 책꽂이 모두 조립식이었다. 진이의 이사짐을 차 두대에 나누어 실고 가서 모두 조립해 주는 것으로 진이의 이사는 끝났다. 찬이는 기숙사에서 나와서 학교에서 운영하는 Town House에 친구 네명과 함께 지내면서 자취를 해야 했다. Town House에는 침대, 책상, 옷장이 모두 설치돼 있어서 진이 보다는 훨씬 쉬웠다. Computer, Stereo, 이불, 식기, 옷, 책이 전부였다. 현이의 기숙사는 Labour day long weekend 월요일에 open한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부터 서둘러서 현이의 짐을 실었다. 현이는 한껏 들떠있었다. 집을 떠나서 대학에 가는 것이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섭섭했다. 진이나 찬이가 대학으로 떠날 때는 “그래도 현이가 집에 있는데 뭐!” 했었는데 이젠 현이마져 집을 떠나는 것이었다. “얘~ 그렇게 좋으냐?” “그럼 좋지!” “난 섭섭한데?” “엄마~ 내가 없다고 울지 마~!” 현이가 나를 끌어 안았다. ‘어이구~ 이놈이 언제 이렇게 컸어!’ 현이 한테 안긴 나는 작은 아이 같았다! 대학 Parking장에 가까워지니, 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서둘러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들은 모두 다 똑같은 것 같았다. Parking장에 들러서니 상급 학년 학생들이 길옆으로 늘어서서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대단한 환영이었다. 학생들은 다른 색갈의 Uniform을 입고 있었다. 기숙사가 다섯동이 있었는데 각 건물마다 다른 색갈의 Uniform을 입은 것 같았다. 차를 세우고 나니, 여학생 두명이 닥아와서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Welcome to McMaster! 어느 기숙사를 배정받으셨습니까?” “Brandon Hall인데요” “와아~ 우리가 Brandon Hall에서 살아요! 반갑습니다!” “그래요? 반갑습니다!” 여학생들은 너무나 반가워서 어쩔줄 몰랐다. 아주 기분이 좋았다. 어리둥절해 할 신입생들을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게 너무나 고마웠다. 여학생들은 현이의 이름을 Check하여 방번호를 알아내더니 “짐을 내려 놓으시고, 잠간만 기다리세요” 그리고는 어디론가 뛰어갔다. 2~3분 지나서 남학생 세명을 데리고 왔다. “이 학생들이 방으로 안내해 드리고 짐을 날라드릴겁니다” “그래요? This is really surprise!!! Thank you” “You’re welcome! Have a great day!” 여학생이 활짝 웃으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뛰어갔다. 우리는 남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함께 짐을 들고 기숙사로 향했다. 현이는 금방 남학생들과 히히덕거리고 떠들며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여보, 다른 대학하고는 분위기가 다르지?” “그러게 말야~! 아주 좋은데?” 진이와 찬이가 기숙사에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달랐다. 진이의 경우는 축구부에서 다른 학생들 보다 일주일 먼저 들어오라고 해서 복잡한 것을 몰랐었고, 찬이 때는 짐을 모두 우리가 날라야 했었다. 그런데 현이는 귀빈 대우를 받으면서 기숙사에 들어가고 있었다. ‘거~ 기분 괜찮네!’ 남학생들은 짐을 현이가 지낼 방에다 놓고는 “McMaster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환한 웃음을 남기고 떠났다. 각 대학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밖에서 듣기로는 McMaster 대학은 단결이 잘 되는 학교라고 했었다. 그걸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작은 내장고와 모두 짐을 정리했다. 현이는 벌써 먼저 들어 온 이웃에 있는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몇년을 함께 지난 사이 같았다. 우리가 거기에 더 있어 봤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현이가 현관까지 배웅을 나왔다. “현아~ 우리는 갈께~ 잘지내!” “아빠~ Thank you!” 현이는 남편의 손을 꽉 잡고 흔들고 있었다. ‘저래서 아들~ 아들~ 하는 가봐!’ 악수를 하는 남편과 아들이 보기 좋았다! 나도 현이에게 인사를 할려고 하는데, 현이가 와락 나를 끌어 안았다. 나는 뭔가 말을 할려고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우리는 한 동안 서로 안고 있었다. ‘녀석이 아직 어리구나! 막내라 그런가?’ “현아~ 건강하게 잘지네! 주말엔 집에 오고……” 현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현이는 말없이 내 볼에 자기의 볼을 대고 끄떡이고 있었다. Campus에서 삼삼오오 떼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얼굴에 생동감이 넘쳤다.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여보, 현이가 잘 해내겠지?” 막내라 그런지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게다가 현이는 12학년에 OAC 과정을 끝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 보다 한 살이 어리다는게 걱정이 됐다. “별 걱정을 다하네! 당신~ 현이를 몰라?” “……” “현이는 어디다 갔다 놓고 굴려도 전혀 문제가 없는 애야!” 남편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됐다. 한국에서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는 어머니들의 심정은 이것 보다 훨씬 더 하겠지? 진이나 찬이 때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서니 집이 휑~해 보였다.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 보니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다. “이젠 정말 세 놈이 모두 떠났구나!” “내 마음이 이렇게 허전한데, 녀석들은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여보~ 뭐해~ 배고파~ 밥 안 줄꺼야~” 남편이 아래층에서 소리를 쳤다. ‘아~ 아직도 한 놈(?)이 남아있구나! ㅎㅎㅎ’ “알았어~” “이런게 Empty nest라는 거구나!” 층계를 내려 오는데 눈길은 자꾸 아이들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꼬리글: 세 아들은 매년 한명씩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모두 집을 떠나서 대학에 다녔다. 2년 동안은 세명이 한꺼번에 대학에 다녀서 그 뒷바라지가 만만치 않았다. 여름에 모두 일을 해서 보태긴 했어도 등록금, 주거비, 식비, 용돈, 책값 등등 허리가 휘는게 아니고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기사 등록일: 200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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