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 나 사랑해? “여보~ 당신 나 사랑해?”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날 사랑하냐구~?” “왜 안 하던 짓을 해?” “날 사랑 하냐니깐~?” “……” 어느 날 한국식품을 Shopping하러 가는 차 안에서 느닷없이 아내가 내게 물었다. 아주 쉬운 질문이었다. “그러~엄” 하고 대답하면 간단히 끝날 것이었는데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에이~ 쓸데없는 소리 집어쳐!” “나 사랑 안해~?” “당신 사춘기 소녀야? 갑자기 사랑타령이야?” “……” 아내는 못내 섭섭한 모양이었다. 까짓거 “그럼 사랑하구 말구~!” 하고 속시원히 대답해 줄걸…… 저녁내내 아내의 질문이 머리 속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30년간 함께 살았다. 아들 셋을 낳아 기르면서 많은 기쁨을 누렸고 어려움도 함께 격어왔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우리는 “괜찮은 부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왜 “그럼 사랑하지~! 하늘만큼 땅만큼!”하고 시원하게 대답을 못하고 핀찬을 주었을까? 낯이 간지러워서 그랬을까? 그런데 사실은 “사랑~ 뭐 어쩌고 하는 것”은 사춘기의 아이들이나 아니면 결혼하기 전에 여자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 하는 사탕 발림의 소리라는게 나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생활을 30년을 했다면 몸동작 하나만 봐도, 손짓만 봐도,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게 아니던가?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하루종일 세탁소에서 일한 아내의 어깨에 가만이 손을 올려 놓으면서 “오늘 많이 힘들었지? 어깨 근육이 뭉쳤네!” 하면서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 아니란 말인가? 그걸 꼭 입으로 이야기 해야 하나? 운동삼아 공원을 둘이 걸을 때, 그냥 문뜩 손을 잡아 보고 싶어서 살며시 손을 잡아 보는 것으로는 부족한 걸까? 꼭 “사랑해~!” 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이제 30년 이상을 함께 살고 나니 사실 “사랑”이라는 말보다는 “정”이라는 말에 더 마음이 끌린다. 사람들은 좀 모자라서 정말 귀중한 것은 귀중한 줄 모르고 산다고 했다. 살면서 공기의 귀중함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물의 귀중함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느끼면서 살까? 공기는 항상 있었고, 물은 언제던지 수도꼭지만 틀면 됐다. 너무나 가까이 있었기에 너무나 쉽게 얻을 수 있었기에 중요함을 귀중함을 못 느끼고 살았다. 어머님도 마찬가지였다. 소리치면 항상 달려오셨기에 항상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시는 분이셨기에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얼마나 중요한 분이셨는지를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기에 귀중함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랑해”라는 말도 안하고 사는게 아닐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야 하는거야~?” “그걸 꼭 들어야 속이 풀리는거야?” “피부로 느끼지 못해?” 불평에 불평을 늘어 놓는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내 책임일 것이다. “아~니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았기에”…… 아내가 “당신 나 사랑해?”라고 물어볼까? 나는 말보다는 행동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행동만 가지고는 안돼는 걸까? 아니면 행동이 신통치 못했나? 춤을 출 때나 타령을 부를 때 “조~오타~!”나 “얼~쑤”하는 추임새를 잘 넣어 주어야 흥이 나는 것 처럼 “사랑해!”라는 추임새를 적시에 넣어 주어야 하는 걸까?. 약간 낯이 간지럽더라도…… 그러면 인생살이 더 흥이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