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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을 말한다
글 : 최우일

7월의 더위에다 바람 한 점 없는 대낮입니다. 마치 작정이라도 하였는지 온 세상이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하늘까지 더위를 먹은듯 나무 끝에 간신히 얹혀 있습니다. 나는 하릴없이 나른하여 ‘보우’ 강가에 나와 있습니다. 강을 뒤울안에 두고도 여태까지 아는체하기가 왜 이리도 어렵기만 하였는지.

강은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강은 생명입니다. 생명이 흐르는 강을 거슬러 우리의 근원이 있습니다. 생명의 강가에서 ‘헷세’의 ‘싣달타’는 깨달음을 얻고, ‘랑스튼 휴즈’는 탯줄로이은 어머니의 강을 확인합니다. 번거로운 도시에 그만 짜증나 내가 지금 발 담그고 삶을 식히며 있는 강, 강을 끼고서 인류의 문명이 발상하였는데..... 그러나 어찌된 일입니까, 문명의 심장을 흐르는 물이 이리도 혼탁해 있는 것은!

강을 유심히하면 알아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온갖 생물의 생존과 직결된 생태계의 혈맥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공존동생(共存同生)이란 없습니다. 기생물(寄生物)도 숙주(宿主)를 희생하지 않는 법인데, 어쩌자고 인간은 생명의 강물을 흐리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인류의 성공은 많은 후유증을 몰아옵니다. 인간중심의 생활환경을 억척스레 구축하면서 모든 생물체가 공유해야 할 자연생태계를 분별없이 망가트립니다. 그 책임은 우리말고는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습니다. 자체 균형을 유지하여 오던 자연계의 화목을 훼손하는만큼 거기서 소외되는 것도 모르고 우린 자연을 정복하노라 뻐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 두십시다. 정복이란 어짜피 힘드는 것이니 정복자라도 간간히 휴식은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라도 강은 건강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든’(W. H. Auden)은, “물, 맑은 물이 시내를 희롱하누나. 쏜살같이 혹은 어정어정 살면서, 누구라 네 옆에서 쉬기를 마다 할까보냐!” 하였습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조금 비켜서 강심을 어림해보고, 그래야 할 우리 모두의 강입니다. 그런데 도심에서 빠져나와 강가에서 서성거려 본 것이 언제였습니까? 도시의 삶이란, “가령, 자연을 얘기 할라치면 꽃집으로나 달려가고, 주말에 교외로 나갈뿐.....”(Today 1967 A.D. by W. Ting)입니다.

자동차 안에 앉아 텔레비젼 화면같은 차창으로 내다보는 도시인의 자연감상법까지는 탓하지 않으렵니다. 하지만 강 속의 물고기 아가미를 꿰어 올리고, 훨훨 하늘을 나는 물새를 쏘아 떨어트리는 것만은 우리의 강가에서 허락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이것을 스포츠라고 하는지, 죽이는 장난이 운동이라면 전쟁이야말로 온 인류가 참여하는 지상최대의 축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아직 망나니였을 때 수 많은 작은 생명이 나의 검정고무신에 잡혀 죽었습니다. 송사리나 피라미 같은 하찮은 것 쯤이야 생명의 경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것으로 나는 무덤덤하였습니다. 나처럼 아주 늦기 전에, 자연과의 연대를 거부하지 않는 사람들만이 체험할 수 있는 이 지구의 박동(搏動)에 지금의 어린이들은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합니다.

간간히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쩌다가 장난꾸러기들에게 붙잡혀 밀폐된 환경 속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송사리들의 운명이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갓 재미로가 아니라 자연생태학습의 산 체험으로라면 이 아이들의 세상은 안심하여도 될 것입니다.

견딜 수 없이 졸음이 밀려옵니다. 그러다 아이들 소리에 소스라쳐 이 우주 안에 내가 살아 있음을 한 번 더 확인합니다. 모처럼 옛 양반네들 탁족(濁足)의 멋을 내면서 나는 여기 이 땅의 더럽혀가는 혈맥, 생명의 강을 말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8/11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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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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