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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인력 노인세대 활용법 (1/2) _ 이정순 (수필가+아동문학 작가, 캘거리)
캐나다 자연산 고사리 
다섯 가지 나물과 소고기 볶음 [출처] 《칼럼》고 인력 노인세대 활용법/이정순|작성자 사랑별에서 온 아이 
어제 우리 집에서 다섯 커플 노년 청춘들이 모였다. 사람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사람을 초대하고 보니 내 생일날이었다. 남편은 "당신 생일 축하겸 친구 초대하자"고 해서 흔쾌히 승락했다. 캐나다까지 와서 집에 식사 초대까지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에 흔쾌히 초대할 수 있는 친구가 둘만 있어도 잘 살아온 인생이라 했는데 내게는 여덟 명이나 있지 않나 말이다. 내 생일에 내가 음식을 장만해서 손님을 초대하게 된 것이지만 음식을 장만하는 내내 힘들지만 즐거웠다. 물론 남편이 거들긴 했다.
나는 사나흘 전부터 손님맞이 할 준비를 했다. 청소를 하고 시장을 봐와서 음식을 만들었다. 대 종갓집 딸로, 종갓집 며느리로 살았던 터라 손이 크기도 하다.
10인분 LA갈비를 6.6kg를 재고, 나물 비빔밥을 하기 위해 나물을 아홉 가지나 데치고 볶았다. 콩나물, 무나물, 호박나물, 시금치나물, 오이, 샐러리 나물, 고사리. 색깔을 내기 위해 당근채 나물, 그리고 소고기 볶음. 웬만한 잔칫상을 방불케 했다.
부추 고추전, 소고기 동그랑뗑, 청포묵 무침은 묵을 직접 쑤었다. 경상도식 탕국은 해물 다섯 가지에 두부를 넣었다. 비빔밥에는 당연히 생선이라며 돔을 다섯 마리나 구웠다. 부부당 한 마리씩. 레드 와인이 한배씩 돌았다.
한바탕 잔칫상이 벌어지고 나면 당연히 자식 자랑에 손주 자랑은 단골 메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녀가 있는 친구는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곧 그럴날이 올거라며 위로 말을 한마디씩 잊지 않았다.

​하여, 손주 자랑하려면 돈까지 내야 한다는 유행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지지 않고 손주 자랑에 열을 올렸다. 손주가 아장아장 걷는 것에서부터 방긋방긋 웃는 모습까지 흉내를 내며 누구 소리가 더 큰지 톤을 높였다. 그들이 손주 자랑을 할 때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그러다가 며느리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누구 하나 쉽사리 손주 자랑을 하던 것처럼 며느리 자랑은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요즈음은 옛날 시어머니들처럼 싸잡아 며느리 흠담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교양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요즈음 시어머니들은 현대 며느리보다 훨씬 지식이 많고 많이 배워 자존감이 높은 시어머니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자랑하지도 흠 담하지도 않는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시댁 이야기는 며느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메뉴로 오르내린다.
오늘 모임의 친구 중 한 사람은 며느리가 일을 하면서 아이 둘을 데이케어에 도시락을 싸서 보내는 걸 보며 안타까워 "손주를 봐 줄까?"라고 물었다가 며느리한테 말한 걸 후회했다며 구체적인 사연은 삼가는 사려 깊은 시어머니도 있었다.

왜 우리들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를 사랑하지 못할까?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 최고의 환경에서 양육하고 최고로 가르쳐 며느리의 남편으로 내주지 않았나 말이다. 물론 나도 한때는 며느리였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시어머니야 그 옛날 조선시대 시어머니처럼 교육을 받았으니 우리 시대는 시어머니 앞에서는 상추쌈도 못 먹는다는 말을 들어가며 시어머니를 여왕 떠받들 듯이 받들며 살았다.
우리는 그러한 시어머니 일지라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당연히 모셔왔고, 지금도 모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 세대는 며느리 앞에서 상추쌈도 못 먹는 시어머니로 전략? 되어있다. 시어머니가 못난 건가? 아니면 며느리가 덧 세진 건가?
우리 세대가 끝나면 그나마 어른을 공경하며 모시던 시대는 끝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샌드위치 세대라 어쩔 수 없이 인내하며 견뎌내고 있지만 말이다.

명절이 한 번씩 지날 때마다 시댁은 뜨거운 감자로 이슈화되고, 이혼율이 가장 많을 때가 명절 뒤가 된다고 했다. 시댁 혐오는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본인들은 절대 시어머니가 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다음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4-01-10
Juksan | 2024-01-15 1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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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글을 새삼 읽으니 그날의 감회가 새롭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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