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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_1> 글 : 이호성 (캘거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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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드립니다~”

“어여 내리세요”

안정인 교장 선생님의 차가 이 곳 차산리 초등학교 정문 앞에 정차하자 마자 교직원, 제자들이 꽃다발과 종이 테이프를 던지며 그를 맞이하였다.

‘벌써 40년이 흘러 버렸단 말인가?’

감회에 젖은 그의 눈에 “안정인 교장 선생님 정년 퇴임식”이란 플랜카드가 보인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40년이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 자라 나갔던가? 여학생들 고무줄 끊어 먹다 벌서던 녀석이 의사가 되고 서리하다 걸려 손들고 벌서던 눔이 검사가 되는 것도 즐겁게 지켜보았다.

길고 긴 40년의 세월이라지만 안선생의 머리 속엔 속기사가 또박또박 새겨 놓은 속기록처럼 하나하나 모두 담겨 있었다. 앞으로 남은 40년이 있더라도 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지만 이제 나라에서 그만두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의 앞에 불쑥 꽃다발 하나가 떠밀려 든다.

“축하 드립니다. 선생님!”

“예끼 이 사람! 퇴물 노릇 시작하는 게 뭐가 축하할 일인가!”

그러자 안선생의 노부인이 눈물을 찍어내며 한 소리 거들었다.

“괜찮아요? 서운해서 어제 한숨도 못 주무시고선….”

“어허~ 이 할망구 또 긴소리 하기 전에 어여 들어가세!”

그랬었다. 노부인의 말대로 안선생은 어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난 40여 년에 대한 자랑스러움, 회한 그리고 즐거웠던 때를 생각하며 들뜨고 또 눈물도 났다.
자신의 평생을 바쳐 서 있었던 교단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평생 해 왔던 자신의 천직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간의 수많았던 추억들이 낡은 8미리 영사기가 뿌연 먼지 속을 비집고 비추듯 그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하나 더…
내일 제자들이 마련해 준 퇴임식에서 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안선생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눈망울 하나 가득 눈물이 고인다. 바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40여 년을 스승으로서 누구 못지 않게 바르게 살아왔다 자부했지만 단 하나 가슴 시리게 응어리진 아픈 상처가 있었다. 안선생에게 남아 있는 마음 속 흉터의 흔적을 볼 때마다 언제나 싱글거리며 웃기만 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안선생은 불에 데인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머쓱해진 그가 창 밖을 쳐다보자 낮부터 내리던 비가 밤이 되자 눈이 되어 내린다. 비가 온다. 눈이 내린다.

‘ 그 친구를 보냈을 때도 비가 왔고 눈이 내렸었지...’



기사 등록일: 2024-04-01
운영팀 | 2024-04-01 0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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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에서 거주하면서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호성님이 중편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보내주시어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좋은 작품 기고 감사드립니다.

이호성님의 소설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가 지난 2021년 4월부터 본지에 연재된바 있습니다
https://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2345&code2=1&code3=280&idx=27457&pag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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