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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동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밤이 어두울수록 별이 더 빛난다

4월27일 전 세계의 이목은 이례적으로 한반도 허리에 위치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구역에 있은 평화에 집에 몰렸다. 전 세계 이목이 이렇게 몰리기로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이후로 최초라는데 통산 세 번째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준비과정부터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남북관계는 이명박근혜 9년동안 꽁꽁 얼어붙어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 동안에 진행되었던 남북교류는 중단되고 2016년 2월10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되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정부의 발표가 있었으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당시 대통령 박근혜의 독단적 결정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막말과 폭언, 전쟁을 암시하는듯한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 등 한반도의 캄캄한 밤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빛난다고 했다. 북한과 미국이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을 시작할 듯 마주 달려오는 기차가 당장 부딪칠 듯 한치의 양보 없이 치닫는 숨가쁜 대결은 다가올 대화합의 전주곡이었다.


제비가 물고 온 이파리 한 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선거공약으로 남북공동선언 존중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는 베를린 초청연설에서도 확인된다.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 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 할 수 있다.”는 베를린 선언에 북한은 궤변이라고 일축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올해 신축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고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해 변화가 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그 한 마리 제비가 물어 오는 푸른 이파리가 봄이 오는 징조임을 말해 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 발표에 사회주의 지도자들의 단골 페션 인민복 대신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양복을 입고 나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는 솔직한 자기고백이었다. 교황 무오설에 버금가는 수령 무오설 국가의 최고 지도자 입에서 나온 ‘자아비판적’ 발언은 믿기 어려운 사실로 북이 변하고 있다 라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자신감을 가진 북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철도 도로 등 기간시설이 열악함으로 인정하며 대통령이 오면 불편할 수도 있어 민망하다고 말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 강한 북한은 자신의 어려움을 밖에 내보이지 않는다. 전에 뮨헨 있을 때도 북한 사람들에게 “내가 밥 살 테니 만나자”고 하면 “일 없습네다.”라면서 안 나왔다.
잘못을 인정하거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비겁한 사람일수록 요설로 자기 합리화를 하려 하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과오를 인정하고 기간 시설 열악함을 인정하는 태도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핵 무력 완성에서 오는 자부심이다. 북한은 핵개발은 수 십 수백만 명의 인민이 희생된 대가로 핵 무력완성으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자신했고 그 자신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다.


놀라움을 안겨준 남북 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남한 땅을 밟은 최초의 인물이 되었는데 그는 공산당 지도자들이 보여준 경직되고 근엄한 모습과는 달리 소탈하고 담대하고 직선적이고 유쾌하게 농담도 던졌다. 예의를 지킬 줄도 알았다. 이를 두고 공산당 특유의 ‘보여주기 식 이미지 변신’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지만 대중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아 신비감 경외감을 주었던 김일성 김정일 시대보다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사실은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적 면모보다 이번 회담에서 발표된 판문점 선언이다. 이 선언의 핵심은 종전이다. 1950년6월25일 시작된 전쟁은 1953년 7월27일 휴전하여 오늘날까지 이르렀는데 남, 북한이 전쟁이 끝났음을 인식하고 올해 안으로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
5월 중으로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친다는 가정하에 종전 선언은 7월27일 유력하다. 휴전협정 65주년에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다. 꼭 그날이 아니더라도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을 해 남북한 대치상태를 끝내겠다는 사실에 모두가 가슴 떨리는 감격을 누리는 것이다.
종전회담이나 평화협정은 남한이 전쟁 당사국이 아니라서 법적 위치가 제한되어 있으나 종전 선언은 전쟁의 실질적 당사자 자격으로 얼마던지 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일어난 전쟁을 우리가 그만두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늦어도 올해 안에 65년을 끌어 온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난다.
핵무기 폐기선언은 망외의 성과다. 핵 폐기는 남북한 현안이 아니라 북한-미국의 현안인데 핵 폐기 선언을 이끌어낸 문재인 정부와 그 회담 실무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정부가 입이 귀에 걸려 흔쾌히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받아들인 이유도 핵 폐기 선언에 있었다.
그 동안 두 차례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려 실시간 중계를 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함으로써 경직되고 생경한 외교적 수사로 장식되는 다른 정상회담과 달리 농담과 웃음,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 담긴 두 사람의 파격에 전 세계가 놀란 것이다.
정상회담이 부부가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공산권 국가들은 대개 정상회담에 부인을 동반하지 않아 미. 소 정상회담도 홀아비들끼리 진행하기 일쑤였고 두 차례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부인 동반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부부동반의 정상회담으로 진행되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했다. “우리도 당신들과 똑 같은 사람이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기대를 갖게 만드는 북미 정상회담

북미 회담의 전초전이나 예고편에 해당하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5월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 북미 정상회담은 1989년 몰타에서 열린 미 소 정상회담과 성격이 비슷하다.
미국과 무제한 무기 경쟁을 벌이던 소련 서기장 고르바쵸프는 무기 경쟁보다 개방 개혁을 통해 실질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했다. 군비경쟁으로 경제가 엉망진창이 된 소련에서는 젊은 여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몸 팔러 이웃 나라 국경을 넘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사회 인프라 미비를 토로하며 남북 경제력 차이를 인정한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와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어렵게 핵무기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라는 발언이 그 당시 소련 사정과 일맥상통한다. 혁명과업의 일환으로 김일성 시대부터 시작된 핵개발은 적대국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다.
북한은 그 동안 종전과 평화협정이 보장되면 핵개발 그만두겠다는 메시지를 몇 차례 보냈다. 그래도 제재가 심해지자 체제를 지키는 길은 핵개발뿐이다 라고 핵개발에 매달려 작년 말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으니 이제는 경제개발로 낙후된 경제를 끌어 올려야 한다.
핵 폐기의 정도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가설이 많지만 완전 핵 폐기에 이른다고 가정해도 그 핵으로 인해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평화협정을 가져왔으니 결국 핵이 북한을 보호하고 지켜 준 것이다.


평화의 사도가 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충동적 돌출 행동으로 무수한 화제를 뿌려 “과연 저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할 수 있을까?”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가졌다. 취임 초기부터 탄핵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심지어 캐나다로 이민 오겠다는 미국인들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선 때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렸다. 러시아 스캔들은 뮬러 특검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반역으로 탄핵을 당할 수도 있다.
스테파니 클리포드라는 포르노 여배우와 스캔들도 있는데 이 여배우는 성관계 사실을 비밀로 한다는 대가로 받은 13만 달러가 성에 차지 않는지 성관계 비공개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서 사람 입장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런 저런 스캔들을 덮고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정계 주도권을 잡고 재선을 바라본다면 북미회담 만한 게 없다. 북한과 종전회담과 평화협정에 합의가 된다면 미국 외교사에 빛나는 개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급상승 할 것이다. 이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유용한 쓰이는 자산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언급했지만 북한과 종전회담, 평화협정이 타결된다면 강력한 노벨 평화상 후보자가 된다. 남북 정상회담이 1순위고 트럼프 대통령은 2순위라지만 트럼프 자신도 노벨 평화상 수상을 한다면 좋아할 것이다. 돈 가진 자의 다음 목표가 명예니까.
많은 사람에게 혐오감을 안겨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고 평화의 사도가 된다. 이런 추세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가의 면모를 발휘한 문재인 대통령

노벨 평화상 이야기가 나오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우리는 평화를 갖자.”고 말해 명예에는 관심이 없고 우리는 진정 원하는 바는 평화라는 점을 다시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타임지 아시아판에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협상가”라고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만은 안 된다’라는 한 가지 원칙을 갖고 트럼프와 김정은을 설득해 평화를 가져왔다. 정상들끼리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칙과 소신, 언행일치가 상대방에게 신뢰를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리에 끝나 하나 둘씩 가시적 조치가 있을 테고 북미 정상회담이 남았는데 종전회담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져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오기를, 북미정상회담 끝날 때까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기사 등록일: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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