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안영민의 세상읽기) 아듀~ 2023!
 
마침내 코로나의 기세가 꺾인 2023년. 하지만 캐나다는 참으로 힘겹고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를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절박했던 한 해였을 것이고 운이 좋은 누군가에게는 작년과, 혹은 내년과 비슷했고 비슷해질 ‘평범한’ 한 해였을 것이다.
우리는 한 해를 보내며 지나간 시간을 곱씹고 가능하다면 아팠던 기억을 접고 달라질 새해를 고대하면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눈다. 내년은 올해처럼 힘들지 말자, 기도하거나 또는 내년도 올해처럼 아니 올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되어주길 기도한다. 어느 기도를 하든 그 기도에는 소망이 담겼고 삶을 버텨줄 (최소한의) 기대와 희망이 담겼다.
해는 매일 떠오르지만 우리를 비치는 햇빛은 한번도 같은 적이 없다. 아침마다 눈을 뜨지만 매번 몸과 마음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을 새로운 세상이 여러분들의 소망 안에서 환하게 펼쳐지길 기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올 한 해를 돌아본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기상이변이었다. 산불부터 홍수까지, 연기로 가득 찬 하늘부터 토네이도까지, 폭염부터 한파까지, 올 한 해는 극심한 날씨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전국 곳곳이 활활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산불의 기세는 엄청났다. 화재가 기승을 부릴 때 캐나다산불센터(CIFFC)의 데이터 보드는 전국을 빨갛게 도배한 듯 1천여건의 산불 발생지역을 표시했다. 그중 절반이 넘는 산불이 통제불능 상태였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12월 마지막주에 CIFFC에 다시 들어가보니 10월 시점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통계 수치에 잡힌 산불 진행형은 29건이었다. 총 1,850만 헥타르가 소실됐다고 적혔다. 결국 거의 잡힌 듯 한데 올해 산불은 물적 손실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피해가 컸던, 사상 유례가 없는 최악의 자연재해로 남게 됐다.

산불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두는 경제다. 저스틴 트뤼도 연방 총리는 이 문제로 정치적인 압박을 받으며 지지율도 곤두박칠쳤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릴 정도로 올 한 해 캐나다 경제는 무엇 하나 좋은 지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중 금리는 일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작년에 8번 금리를 인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6월과 7월 두 차례 0.25%씩 인상해 5%까지 치솟았다. 이는 22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마지막 금리 인상 후 계속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미 캐나다는 높은 금리의 영향권 안에서 신음하고 있다.
도대체 금리는 왜 올려서 힘들게 할까?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경제활동이 중지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당사자가 아니면 피부에 와닿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정부가 돈을 풀었다. 개인과 소상공인에게 여러 종류의 정부 지원금이 전달됐다. 예상치 않은 위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당연했다.
그렇게 돈이 풀리자 물가가 뛰기 시작했다. 11월의 물가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지만 지난 8월에는 4%까지 치솟았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는 7%까지 올랐다. 하반기들어 물가가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에 생활비가 부담스럽다.
중앙은행은 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금리를 올리면 사람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택한다. 이자가 늘기 때문이다. 기업도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에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물가상승을 저지할 수 있다.
물가의 상승폭을 둔화시킨다는 것 뿐이지 여전히 높은 물가에 서민들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봉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니 씀씀이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소비가 주니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업자들도 딱 그만큼 장사가 안된다. 회사는 손실을 만회할 가장 손쉬운 방법을 찾는다. 직원을 줄이는 것이다. 실업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데이터인 캐나다의 11월 실업률은 5.8%다.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악순환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다.

역사적인 인구 증가도 주목을 받았다. 3분기에만 43만6천명이 증가했다. 연간 성장률은 3.2%로 1958년 이후 가장 높다. 이같은 천문학적인 인구 증가가 거의 전적으로 이민에 의해 주도된 점도 화제가 됐다.
그러다보니 주거비 상승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매달 하늘로 치솟는 임대료는 서민들에게 피말리는 싸움을 강요한다. 캐나다에 정착하려다 주거비용 때문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민자들도 크게 늘었다. 워낙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캐나다를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올 3분기만해도 3만여명이 빠져 나갔다. 역사적으로 이 정도 수치는 4번째로 큰 것이다.
밴쿠버는 방 1칸짜리 임대료가 3천달러가 넘는다. 가난한 유학생들이 쪽방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앨버타주로 사람들이 몰렸다. 가장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이 앨버타다. 가장 임대료가 급증하는 곳도 앨버타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밴쿠버나 토론토보다 캘거리와 에드먼튼의 임대료는 절반 이상 저렴하다. 앨버타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의 임대료는 상승세를 멈췄다. 새해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증가와 주택 인프라 사이에서 주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 주택 문제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이민자가 지목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높은 인구증가는 대부분 이민자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이 늘 고민인 캐나다인 만큼 그 빈자리를 채워줄 인구 역시 이민자 밖에 없어 딱히 누구나 공감할만한 해법은 찾지 못한다. 이민 확대는 자유당 정부의 핵심 정책이므로 물러설 자리도 없어 보인다.

경착륙의 우려는 있었지만 캐나다 경제는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이면 어느 정도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봄께 이런 ‘봄날’이 가시권에 들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고 당장 3천 달러하던 임대료가 2천 달러로 내려갈 리 없고 치솟았던 모기지비용이 뚝 떨어질 리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어느새 내가 살아가는 습관과 방식과 기대치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에서 자리를 잡는 것을 느끼게 될 지 모른다. 마치 3년 이상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가,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틈을 노리며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어느새 독감 같은 퐁토병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과 같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새해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까? 새해에 주목할만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먼저 5월부터 캐나다 치과 진료 계획(Canadian Dental Care Plan, CDCP)이 시작된다. 올 12월부터 해당되는 연령층은 이 베네핏을 신청할 수 있다.
고용정책도 일부 바뀌는데 1월 1일부터 고용 지역(POE)에 관한 새로운 CRA 관리 정책에 따라 풀타임 원격 근무 계약이 체결된 경우 직원은 고용주의 시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연방 규제를 받는 은행이나 공공기관 직원에 해당하지만 2월부터 해고 통지가 종전 2주 전에서 최대 8주 전으로 바뀐다. 근무연수에 따라 결정된다.
담기 임대도 1월 1일부터 변경된다. 토론토, 밴쿠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임대를 금지하는 지역에서 단기 임대를 운영하는 경우 이로 얻은 소득에 대한 공제를 청구할 수 없게 된다.
또 1월부터 디지털 플랫폼 운영자는 교통, 숙박,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로부터 얻은 수익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세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캐나다의 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법 개정안이 3월 17일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정신 질환만을 앓고 있는 사람도 MAiD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주 별로 새해 변경되는 부분도 있는데 앨버타의 경우 다음과 같다.
1월 1일부터 앨버타 집주인은 세입자 보증금(tenant security deposits)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주정부는 이율을 1.6%로 정할 예정이다. 지난 14년 동안 제로 상태였지만 지방 금리 인상으로 이같이 결정됐다.
자동차 보험도 일부 바뀐다.
앨버타 주 정부는 자동차 보험료가 급등하는 가운데 좋은 기록을 보유한 운전자에 대한 가격 보호를 도입할 예정이다. 주정부에 따르면 운전 기록이 좋은 앨버타 주민들은 가격 보호를 받게 되며, 이는 보험료가 인플레이션보다 높게 인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제도 역시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2023년을 넘기면서 올해 있었던 우리 관심사와 내년에 변경될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정책들을 살폈다. 평소 기사로 작성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동안 보도했던 기사들을 들여다보면서 정리했다. 그러다보니 참으로 부정적인 기사가 많았음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올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새해에는 좋은 기사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앨버타에 총영사관이 들어오는 기사도 (기분좋게) 쓰고 싶다. 웨스트젯의 한국 직항이 정규노선으로 편성됐다는 기사도 쓰고 싶다. 캘거리에서 출마한 김강민 후보가 보수당 당내 경선에 승리했다는 소식도 전하고 싶다.
아무쪼록 우리 교민들이 무탈하고 소망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시인 김남조의 달 그믐날이란 시를 읽었다. 가슴에 남는 글귀가 있어 그것으로 올해 마지막 칼럼을 마무리한다.

새해가 와서 앉으라고 /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 당신이라 부르련다 / (중략) / 마지막이란 / 심오한 사상이다 / 누구라도 그의 생의 / 섣달 그믐날을 향해 달려가거늘 / 이야 말로 / 평등의 완성이다 / 조금 남은 시간을 / 시금처럼 귀하게 나누어주고 / 여윈 몸 훠이훠이 가고 있는 당신은 / 가장 정직한 청빈이다 / 하여 나는 / 가난한 예배를 바치노라.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12-29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캘거리 고급주택 진입 가격 10..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연방치과보험 드디어 5월 1일 ..
  캘거리 부동산 시장, 2024년..
  캘거리 초미의 관심사, 존 Zo.. +1
  캘거리 22세 남성, 아내 살해..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주정부, 캘거리-에드먼튼 철도 ..
댓글 달린 뉴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캐나다 동부 여행-뉴욕 - 마지.. +1
  동화작가가 읽은 책_59 《목판.. +1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초미의 관심사, 존 Zo.. +1
  캘거리 존 Zone 개편 공청회..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