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生의 솔숲에서 /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감상 & 생각>
꼭이, 솔숲이 아니라도 좋으리라.
세파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숲의 넉넉한 품에 안기게 한다는 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숲 속에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있다.
잊고 살아왔던 맑은 영혼으로, 푸르게 비워지는 마음.
그 자연스러운 모습에 얄궂은 세상살이로 남루해진 몸과 마음을
한 번쯤 잠겨보게 할 일이다.
비록, 그것을 느끼는 대로 현실의 나를 당장에 바꿀 수는 없어도...
- 희선,
어느 봄날 & 들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