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덫! 잘 보면 보입니다. _ 김대식 기자
사기냐 아니냐 뜨거운 논란이 일었었다. 또 쉽게 분열 되는 듯도 했다. 중심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마도 학창시절 교련복에 각반차고 줄 맞춰 '각 중대 별 분열'을 너무 많이 했던 후유증일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사기꾼들도 혼자서 설레발 치지 않는다. 합법적인 기업을 차려 당당히 사기행각을 벌인다. 허기사 조폭들도 기업형으로 변신한지 오래다.
제이유(JU) 그룹의 주수도 회장(사진 오른쪽)이 검거된 모양이다. 사기 피해 금액 1조원을 넘기며 단군이래 최대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도피생활 끝에 결국 검거 된 그는 아직도 자신이 음모세력의 희생자 일 뿐이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용의주도하게 펼친 사업이 법에 저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에서는 그의 행각에 대해, 하나씩 보면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역시 그를 기소하는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제 법 적용은 그들이 증거하고 증명해야 할 몫이다.
또한 한국발 뉴스에는 비리 법조인들이 무더기로 말썽을 부린 모양이다. 사법사상 치욕의 날 이란 표현도 따른다. 법 좀 안다고 법을 파 헤치고 분석해서 제 돈벌이로 삼는 사람들이 문제다. 법 이전에 도덕과 사회규범이 있다. ‘바른 생활’이 있다. 법을 들이대는 사람들의 맹점은 그들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버스에 올라 볼펜을 팔던 대단히 “친절한 아저씨” 들을 기억하는가. 일명 ‘너나 잘 하세요’ 깍두기 아저씨들 말이다. 법 없이도 주먹만으로 사실 분 들이 법의 제재를 받고 또 법의 선처에 따라 법대로 사회에 복귀하신 분 들 얘기다. 먼저 차내에 계신 신사숙녀 여러분과 운전기사에게 깍듯한 인사를 보낸다.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아무도 예상치 않은 시간에 잊을 만하면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그것도 정중히, 혹시 당황해 본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화려한 과거의 경력과 학력(?)을 들이댄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어차피 들어버렸다. 기분 더러워 진다. 벌써 모욕당했지만 더 들어야 한다. 가끔은 은전을 베풀어 번호표를 돌리며 당첨의 영광을 주기도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그 배경은 화려하다. 사회정의 실현과 국민 대화합, 국가발전을 위해 믿어 줘야만 한다.
그들은 거래를 원한다. 절대 강요가 아니며 거지 같지만 선택권은 대개 우리 몫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목마른 사슴의 눈물 어린 호소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의 정형이 보이는 것 같다. 사기꾼들은 이렇게 협박은 하지 않는다? 정답이다. 그들은 이렇게 단도직입 적이지는 않다. 좀더 시간과 머리를 투자한다.
협박도 교묘하다. JU도 그랬고 그도 그랬다. 그들이 내세우는 건 당연히 대의명분이다. 지역사회를 위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자선사업 하듯 구국의 변을 들이댄다. 거기에 말발과 글발이 뒷받침 된다.
현란하다. 그런 면에서 야바위 꾼과는 또 구별될 줄 안다. 그들은 법망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선구자의 사명감에 불탄다. 정부도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려 노력한다. 실패는 그들에게 있어 또 하나의 성공신화로 재창조 될 뿐이다.
판을 벌이면 잔칫상에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고 벼의별 인간 군상들이 꾸역꾸역 몰려 가기도 한다. 때로는 대의명분이 너무도 그럴듯해 거절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순수한 마음으로 줄을 대고 선을 대기도 한다.
심증은 가나 물증은 더디 보인다. 굵직한 이벤트성 행사를 주관한다. 나라 잘되고 지역사회 발전시키겠다는데 함부로 거절하거나 딴지걸기 참 곤란한 경우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다. 지식을 자랑하고 자금력을 자랑하고 배후를 병풍처럼 들러리 세운다. 어마어마한 이름과 직함들이 욕되게 들먹거려 진다. 가끔 거물급과 맞장뜨며 본인의 레벨이 그와 버금가 보이도록 잔꾀를 굴리기도 한다. 잔챙이들은 빠지라는 얘기다. 간혹 고래를 문 새우새끼처럼 힘에 부쳐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낯 간지러운 선행을 공개적으로 베풀기도 한다. ‘이 분이 그럴 리가 없어!’라는 확신이 맹신이 될 때까지 깔짝 밀어 부친다. 때론 폭력을 동원해 협박하고 한번 발들인 추종자들이 흔들리지 못하게 단도리 한다. 작은 반발에도 용서는 없다. 생매장이다.
방에서 쫓겨난, 파계된 사람들이 홀로 그들에게 대적할 힘은 없다. 철저하게 짓밟아 본보기로 삼는다. 자비는 없다. 부러운가? 한발 늦었다고 생각되는가? 누군가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만 같다. 아니라면 천만다행이다.
제이유 그룹의 틀은 바로 다단계 판매에 기초한다. 거기에 군산 앞바다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대박사업을 곁들여 홍보하며, 앨버타 붐보다 더 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켜 다단계 판매업체 국내 1위 자리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다.
오일 붐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오일 붐을 스스로 조성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분야에도 급수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 동안도 다단계 피해사례는 숫하게 열거되어 왔었다. 그 만의 독특한 계산방법에 현혹된, 또는 그에 빌붙어 한 몫 챙기려는 시정잡배들에 의해 제이유 그룹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확장되고 이제 그 밑 빠진 독, 다단계 어느 한 구석에라도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서 다단계 판매방법의 옳고 그름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 치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 안달인 사람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그 심정을 이용 하는 데는 땡초 또는 사이비 교주 역도 마다 않는다. 돈에 사정 따윈 붙지 않는다. 말기 암 환자들의 다급한 심정을 이용해 부적을 팔고 시체 썩은 물을 만병통치약으로 고가에 팔아 먹었다는 어느 땡 중 놈! (사실 여자다.)
어느 소설가가 ‘중놈’이란 단어 풀이를 '스님이 멀리 있을 때 뒤에서 수군덕대며 부르는 호칭' 이라고 정의 내린 적도 있지만 이 경우엔 제대로 들어 맞는 호칭 아닌가 싶다. 또 사이비 교주들은 어떤가. ‘절대 믿음’ 만이 살릴 수 있다는 협박으로 온갖 비리와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 말이다. 믿음이 강조되는 곳, 속세의 가치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 결국 살고 싶다면 전 재산을 헌납하라는 집행명령이 된다. 교리에 지나치게 철저한 일면을 보인다.
무슨 놈의 비즈니스에 날 믿고 따르라는 교지가 발표되는지 모를 일이다. 한번 이상한 교리에 휘말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점점 말려들어만 간다. 계약을 계약대로 맺지 못하고 뭔가 야릇한 냄새가 나도 반문하지 못한다.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캐 묻고 확인을 요구할 수도 없다.
한국인 특유의 정 때문이다. 불신은 대역죄로 정죄되며 믿지 못한다면 “그만 둡시다” 당당히 선언한다. 호의를 무시하는 배은망덕한 놈이 된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으리!” 물러설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허약함이 바로 그들의 노림 수이자 쥐 덫이다. 한국인 특유의 한이 맺힌다. 따져 물을 시에 돌아 올 불이익이나 기회박탈 우려에 숨 죽이고, 믿기지 않는 것을 믿으려 눈물을 쏟아내며 미신 같은 기다림의 세월 속으로 하염없이 몰린다. 떡 같은 건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 국부터 마시겠다?
마셔라. 김치국은 공짜다. 대신에 떡값이 열 배로 청구 될 테니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벌써 고맙다고 꾸벅 절을 했다고? 이런, 그래도 할인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다들 욕해도 그대에겐 지극정성 일뿐, 하등의 사기성이 보이질 않는다고? 돈 한푼 받지 않고 하찮은 일에 솜사탕을 들려주고 덤으로 온천관광도 시켜준다고? 축하한다. 당신은 성공사례로 간택됐다. 당신은 근사한 모델하우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간증하는 영예를 얻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당신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무 기뻐하지는 말기 바란다. 단 두 장의 사진만을 찍으면 된다. Before 찰칵! / After 찰칵! 금방 끝난다. 당신이 거부할 자유는 이미 없다. 아무거나 받아 먹은 죄와 벌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탈출을 기대하겠다. 기회를 보면 기회가 보일 것이다. 그들은 당신을 고립시킬 것이다. 본인 만이 구세주라고 우길지라도 돌아오라. 사람 사는 세상이 당신이 원하고 꿈꿔오던 그 곳일 테니까.
또한 그대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는 없다는 걸 명심하자. 스스로 돌아보라. 그대만 간택될 이유는 충분치 않다. 특혜를 받아 들인다면 그 것도 비리 일 뿐이다. 한 방에 올인 하고 나서 죽일 놈 살릴 놈 할 자격 없다. 누군가 그대를 칭찬하고 고무시킨다면 한 발 뒤로 물러서 생각하자.
아직도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 믿고 있는가? 부질 없다. 함부로 아무나, 아무 말이나 믿지는 말자. 기다리던 고도우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 아무리 정에 주린 세상이라 해도 아무데서나 치마를 내리진 말아야 한다. 알면서 속옷을 내렸다면 너무 많이 원망하지는 말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고 했다.
그 옛날 빡빡머리 깎던 시절 이발소 그림 속에 갇힌 푸쉬킨의 오래 된 당부이기도 하다. 너무 기대지도 말자. 너무 기대면 넘어 간다. 전철 문에 붙어있던 스티커를 기억한다. 생리하듯,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회식 술자리에 거나하게 취하며 3호선을 타고 한강다리를 넘었었다. 전철 출입문에 기대어 어질어질 강물을 내려다 보면, 늘 차창에 붙은 금지 스티커가 “기대지 마시오!” 하고 내 몸을 밀쳐내곤 했다. 그래도 그때마다 물위에 앉은 달 빛은 따뜻했다.
황우석, 그리고 그 이후 황빠와 황까! 또 한때 이곳 앨버타가가 들썩했었다. 다른 복제 희생양들이 발생하지 않길 기대해본다.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설칠 빌미는 쉽게 허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가끔씩 일어나는 일들도 눈꼴 시려 못 봐주겠지만. 뭐 그리 크게 신경 쓸 건 없다. 다들 동의 하겠지만 앨버타는 까딱 없다. 잘 보면 보인다. 그래야 한다.
며칠 째 캘거리 밤 하늘엔 만월이 퀭하니 걸려 있다. 둥글고 큰 달이 검붉고 또 무거워 보인다. 달 빛이 깊다. 달이 아픈 모양이다. 세상을 보며 달이 아프냐고 묻고 있는 듯 하다. 사실 나도 아프다.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8/11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08-28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연방치과보험 드디어 5월 1일 ..
  캐나다 금리 인하 임박…연말 4..
  캘거리 부동산 시장, 2024년..
  “범죄 집단에 비자 내주는 캐나.. +1
  캘거리 4월 주택 매매량 올라 ..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자영이민 신청 접수 전면 중단 ..
  캘거리 22세 남성, 아내 살해..
  주정부, 캘거리-에드먼튼 철도 ..
  캘거리, 에드먼튼 타운하우스 가..
댓글 달린 뉴스
  요즘은 이심(E-Sim)이 대세... +1
  에드먼튼 대 밴쿠버, 플레이오프.. +1
  캘거리 시의회, “학교 앞 과속.. +1
  “범죄 집단에 비자 내주는 캐나.. +1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캐나다 동부 여행-뉴욕 - 마지..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