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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거나 그렇지 않거나
1. 엄마는 섬 그늘에 굴 따러 가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섬에서는 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 가슴에선 바닷바람 같은 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바다는 더 이상 자장가를 불러 주지 않는다. 그때부터 아이도 자라지 않았다. 꽃도 나무도 자라지 않았다. 내내 겨울이었다.

2. 얼마 전 한 캐나다 여성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삼십 대의 이 여인은 어려서부터 남다른 발육상태를 보여 뭇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차츰 십대의 나이에 접어들며 그의 남다르게 성숙한 가슴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그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가슴 때문에 가슴 아팠다.
처녀가 되어서는 남성들의 부담스러운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녀의 사회생활에 큰 장애를 불러왔다.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을 기피하는 피해망상과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가슴축소 수술을 결심했고 수술은 무리 없이 끝났다. 남들과 같은 보통 가슴을 갖게 된데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녀가 출산을 하며 발생했다.
젖먹이에게 수유를 시작하면서 그녀의 가슴은 크게 변형되기 시작했다. 가슴이 줄었다. 이제 가슴이 너무나 작아져 다시 한번 남들과 같지 않은 가슴을 갖게 된 것이다. 과거와는 또 다른 시선을 의식하며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녀는 심각하게 고려한 끝에 또 한번의 수술을 단행했다. 여러 번 가슴 아팠다.

3. 캐나다 세 번째 준주로 명명된 누나붓(Nunavut)이 신음하고 있다. 준주로 태어난 지 칠년 만에 누나붓은 살인, 성추행, 강도, 강간, 자살율 면에서 국내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신음하고 있다. 총질이 난무하며 사람들이 쓰러지고 절망 속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누나붓은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학교 중퇴율, 문맹률, 흡연, 성병 등 모든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이를 전혀 새로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누잇 원주민 혈통의 많은 젊은이들은 범죄와 각종 사회악적 질병에 감염되어 있다. 분노와 절망이 그들을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 누나붓의 인구는 증가세에 있어 삼만 명까지 늘어났지만 실업률과 가난, 가정폭력 범죄는 더 빨리 만연되어 왔다. 그들의 분노와 절망은 치명적인 알코올과 마약중독에 휩쓸리며 더욱 난폭해지고 있다.
2003년 조사된 누나붓의 자살율은 국내 평균보다 아홉 배까지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자 중엔 젊은 이누잇 토박이 청년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누잇 원주민 연령 15세부터 24세까지의 남성 자살률은 국내 같은 그룹 평균의 40배에 달한다.
이 지역 젊은이들은 자살사건과 그에 관한 이야기들에 포위된 채 성장하면서 대부분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도 진행 중으로 점점 더 큰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단기간에 엄청난 변화가 밀려 든 것이 누나붓의 불행을 키웠다고 말한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는 것이다.
사회가 팽창하며 더 많은 알코올과 마약, 그를 충족시키는 돈이 뒤따랐다. 변화를 제대로 관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그들에게 변화는 쥐약처럼 작용했을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북극의 살인적 추위나 굶주린 야생동물과 싸우는 대신 자신들이 쏘아대는 총알세례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마약과 술로 인한 범죄 증가는 캐나다 어디서나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 땅은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 선 듯 하다. 누나빗 내 28개 커뮤니티에서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관공서는 물론 주민들도 제발 내버려 두기를 희망하고 있다.
누나붓의 눈 덮인 길거리는 젊은이들로 넘쳐 난다. 이상하다. 절반 이상의 인구가 21세 미만의 어린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혹한의 1월. 주중 임에도 자정을 넘긴 시간에 밤거리를 배회하는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는데요’ 가 정답일 것이다. 반면에 낮 길이가 몇 시간 되지 않는 햇빛 좋은 날에도 대낮의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극지방 젊은이들은 영구동토 위에 자신들이 처한 삶을 지겨워하고 있다. 그들은 지긋지긋한 절망의 현실로부터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어떻게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 동안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어 왔지만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도 말한다. 그 동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도움의 손길, 재활 프로그램, 사회적 지원이 지속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를 거부하고 파멸의 길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너무 늦어, 아무 것도 힘이 되어 줄 수 없는 절망의 나락 속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가사 상태에 빠져 모든 것이 무료하고 무의미해졌을 것이다. 그들도 방송을 통해 타 지역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있다.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실감하고 있다. 낙후 된 지역이 상대적인 좌절감을 뿌리깊게 하고, 목표의식 없는 현실은 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박탈했을 것이다. 스스로 설 힘을 잃게 했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역사인가? 원주민들의 문제는 극지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캘거리의 얼어붙은 겨울을 떠 도는 인디언들, 그 썩어가는 그림자는 또 누구의 잘못인가? 어느 누구도 쉽게 처방을 내 놓지 못하고 있지만, 분노와 절망으로부터 그들이 구제 받아야 할 특별한 이유를 기억해 내야 한다.
인디언을 원주민(Native)으로, 에스키모를 이누잇(Inuit)으로 호명해 준다고 별반 달라질 것은 없다. 캐나다, 이 땅에 사는 사람 누구나, 먼저 왔건 나중에 왔건, 범선을 타고 왔건 비행기를 타고 왔건, 면피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들도 아주 가끔씩은 말달리는 꿈을 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_김대식 기자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1/1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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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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