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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여행_마지막편) 서울 후기
나는 내 나라 바깥에 나와 소수민의 한 사람으로 오래 살았고, 국외생활이 점점 길어가면서 나도 모르는 새 난 애국자가 되어 버린 걸 알았습니다. 애국심이라야 내가 태어나 자란 나라에 대한 개인차원의 감정일 뿐, 이것은 민족주의의 집단 감정과는 다른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인접 국가들의 침략을 받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고, 근래에는 세계 국가들과의 인종교류가 빈번하니까 단일민족이라 우기면서까지 민족감정을 과열시킬 수는 없습니다. 민족주의 배후의 정치성 의도, 곧 배타성 또는 동일화에의 강요로 자칫 맹목적 광기로 돌변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 특히‘미국하면 꿈벅 죽는 체하던 때’가 있던 것을 상기하면, 지금 민족을 내세운 잘난척은 좀 부끄러워야 됩니다. 솔직히,‘입으로는 우리나라 우리민족하면서, 맘 속에는 남의 나라 들여놓고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는 것은 한국에 속속드리 박혀 있는 세계 여러 나라를 보면 다 압니다. ‘척’하려면 자신이 먼저 당당해야 됩니다. 나는 고국을 떠나 북미주에 꽤 익숙해져 살다가 참으로 오래 만에, 한국의 변모한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쳤습니다. 그리고는 곳곳에 엉망이 된 채로 널린 사고뭉치를 단번에 보아 버렸습니다. 그것은, 뿌리 뽑혀 발개 벗긴 현실입니다. 뽑힌 자리에는 현대판 초대형 기업이 들어서서 번영의 길을 사방으로 열고 있습니다. 느긋한 평면성 삶에서는 오다가다 마주칠 일 많은 사람의 세상이었는데, 현대공간은 무한 확장되어 그 속의 인간은 아주 하찮아 졌습니다. 길을 넓히고 빌딩을 높이 올려 지으면 세계가 몰려들어 오고,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가를 자랑한다는 뚱딴지같은 발상으로 창연한 우리의 전통의 축적을 쓸어내고 있습니다. 진짜이어야 할 우리나라는 대책 없어 맥을 놓고 있습니다. ‘역사는 그 본래의 자리인 땅 속’에 묻어 버리고 사람이나 나라나 마구 뜯어내 우선 성형부터 하고 보는 시대라지만, 찬찬히만 들여다 보면 이곳저곳 곳곳에서 옛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싶었습니다. 스쳐가고 오며 사람들을 엿들어 보며 이것저것 흘낏거려 보면 냄새나 색깔이나 멋, 하여간 그 어떤 독특한 무늬가 남아 있어 만나 볼 수 있을 것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라지고 ‘높이-많이-빨리’내일을 열기에 급급한 나라가 온통 열에 들떠 뛰기만 하니 이러다간 영영 돌아 올 길 잃지는 않을까? 나라 사람들이 벌써 길을 잃고 있습니다. 길 잃은 대다수는 사는 게 쉽지 않은 변두리 인생들입니다. 하나의 복판을 감싸고 있는 대부분 변죽들이 ‘변죽을 울려도’ 복판은 들은 체도 않으며 정서함량 미달의 증세까지 보이고, 국가의 중심이어야 할 중간층은 민주평등한 제 나라에서 대다수권 없는 저질 불량품으로 밀려납니다. 이 둘은 맞서서 서로를 부정(否定)합니다. 비참한 일이지만, 어쩌면 양극현상은 자본경제나 구조상의 매정한 특성으로, 또 부정과 비판은 지양에로의 필연적 과정으로 참아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서울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악착스레 영악한 현실 틈에서 나는 얼간이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한 교포가 모처럼 싸들고 간 추억을 다독거려 줄만치 한국은 여유롭지도, 덜 떨어진 여행자에게 인정을 쓸 만치 너그럽지도 않습니다. 한국인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실은‘인정의 용량’이 문제가 아니라 정을 보일‘여유, 바로 그 약간의 여분’이 없는 게 사고입니다. 헐겁게 사는 게 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항상, 미완의 여백은 상상을 동원하여 사람을 사람이게끔 하고, 쓸모없어 뵈는 공간이 있어서야 사람 사는 게 수월해 집니다. 나는 지금 여유 없어 각박한 효율성을 탓하고 있는 것입니다.‘사는 게 이게 아닌데....’, 그들도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할 것입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관광객 흉내하며 우쭐대는 꼴불견을 곱게 봐 줄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았습니다. 관광객의 푼돈이 절실하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돈이라면 서울에선 있는 체 할 데도 아니고, 세상 구경이라면 세계 어디고 안 가는 데 없는 요새 한국인들 이지만, 문제는 돈 많음이나 발 빠름이 아닙니다. 진정,‘여유’는 그러면서 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을 떠나기 전, 한눈에 내려다 본 남산에서의 서울은 어쭙잖은 한 방문자의 부정적 눈초리에는 아랑곳없었습니다. 이 나라에 아무 권리 없는 한 교포가 고국에 대해 심히 비판적이었다면, 그건 마음이 쓰인다는 뜻일 겁니다. 나는 언제고 다시 나의 고국을 찾을 것입니다. 내가 시작 된 곳, 그곳은 나의 둥지였습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5/1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7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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