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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을 등에 업고 갈 자 = 친구 (1편) , 죽산 이정순 (캘거리)
Ainsworth동굴 온천 앞 Ainsworth Lake 
2023년 8월 20일 새 신발을 신고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 함은 돌아 올 곳인 내 집이 있기 때문에 여행이라 한다. 괴나리봇짐 하나를 메고 떠나더라도 볼일을 보고, 아니면 유랑을 하다 일이 끝나면 돌아 올 내 가족이 있는 안식처가 있어야 여행이라 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돌아올 곳이 없다면 방랑이지 여행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리 여행 계획을 잡던, 갑자기 든 여행이란 설렘과 기대에 잔뜩 부푼다. 막상 가봐야 별 것 아니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돌아올망정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쉼이 있다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터이다. 우리 부부는 역마살이 있는지 여행을 좋아하는, 도를 넘어 남편의 직업까지도 기자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역만리 이민을 왔다.
나는 여행을 실컷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민결정에 흔쾌히 수락했다. 언감생심, 이민을 하고 보니 여행은커녕 내가 살고 있는 타운을 벗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23년을 보냈다. 참 열심히 살았다. 이제 은퇴를 했다.
은퇴는 영어로 리타이어(Retire)라 한다. 그것은 65년 동안 두 타이어(다리)로 열심히 달렸으니 낡아 버린 타이어를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새 삶을 위해 또 한 번의 리타이어를 끼울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즉 제 2의 인생 막을 올렸다. 이제 은퇴한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새 타이어는 이제 발에 막 익으려고 하고 있다. 달릴 준비도 만반을 갖추었다.
은퇴 후 세 번째 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친구부부와 함께 했다.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은퇴 후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친구네가 가지고 있는 캠핑 트레일러의 공간은 네명이 쓰기에는 좁았지만 친구의 마음공간은 아주 넉넉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의 모든 것을 내 놓을 친구가 두 명만 있어도 인생을 잘 살아 온 것이라고 했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뜻은 ‘내 슬픔을 등에 업고 갈 자’ 란다. 굉장히 의미 깊은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라면 이미 우리는 두 친구를 업을 수 있는 등이 있다. 남은 인생 함께 할 수 있는 등 말이다.
우리 부부는 간단하게 여행할 수 있는 루프 탑 텐트를 하나 최근 장만했다. 간편하게 후딱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것, 큰 돈 들이지 않고 여행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한 결과 장만한 것이었다. 늦은 나이에 트레일러를 끄는 불편함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구입했는데 막상 사고 나니 아무래도 짐이 될 것 같다. 차 지붕위에 설치하는 거라 아주 아슬아슬했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겁 없이 이런 물건을 망설임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가 청춘의 피가 끓어오른다는 뜻일 것이다. 하
지만 마음과 몸은 일부 일치하지 못함을 여행 첫날 감지했다.
우리는 아침 7시에 캘거리 집에서 출발해서 코크레인 모 주유소에서 친구 부부를 만나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가 늘 산행 때 산우들과 1차 조우하는 장소다.
친구는 캠핑트레일러를 운전하기 때문에 2시간에 한 번씩 쉬면서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첫 번째 휴게소인 Siksika Nation River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Siksika 라는 강 이름을 안내판에서 읽는 순간 나는 우리 식으로 발음해서 “씩씩한” 강이네.” 하는 바람에 친구도 ‘아! 하며 동조를 했다. 무식이 처음으로 노출되는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재미있어 소녀같이 까르르 웃을 수 있었다.
계곡물은 로키정상의 눈이 녹아 흘러 투명한 회색 빛에 가까웠지만, 물 냄새가 싱싱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산행을 하면서 매번 보는 산이지만, 오늘은 그 모양조차도 다르게 보였다. 남편의 발음대로 ’시크시카‘를 출발해 미리 예약해둔 레벨스톡국립공원 캠프장에 도착했다.
캠핑카를 정박시키고 레벨스톡 댐에 갔다. 수력발전소의 어마어마한 시설이 장관이었다. 직경 7.9미터의 파이프라인이 5개의 관을 통해 흐르는 물로 방대한 량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물을 가두고 있는 콘크리트 댐을 비행기의 높이와 비교 해두어 숫자로 표현한 것보다 쉽게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보잉 747의 비행기 가로 6대, 높이 9대를 쌓아 올린 것을 비교 해 두었다. 시멘트는 콘크리트 트럭(레미콘)의 243,755대 분량의 양이 필요했다고, 어른 아이 모두가 그 크기를 쉽게 알 수 있게 표기해 두었다. 댐 주변에는 아름다운 야생 꽃이며, 댐 하류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올라왔으며, 원주민들은 영하 50도의 캐나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연어를 잡아 훈제해 두고 겨울 내내 먹었다고 했다.
그 댐에는 5.3 billion 리터 물을 가둘 수 있으며 그 양은 올림픽 수영경기장 물의 2백만배라고 했다. 그 방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깊이는 140미터 즉 카약을 세워 길이의 30배라고 되어 있었다. 카약 1개의 길이는 4미터다. BC 3개의 댐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1년에 8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량이라고 한다.
그 댐을 만드는데 연 인원 3천명의 사람들이 일을 했다. 댐 체험관은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되어 있었다. 댐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들이 세세하게 소개 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이 대단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곳을 나와 레벨스톡 국립공원 트레일을 걸었다. 트레일 주변에는 야생 불루베리가 지천에 있어 우리는 베리를 따 먹으며 산책을 했다. 곰이 하루 점심으로 20만 개의 베리를 먹기 때문에 곰의 식량을 훔쳐 먹지 말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만약 야생식물을 채취하면 벌금이 $25000 이라는 경고판까지 붙어 있어 입에 들어간 블루베리를 놀라서 뱉어냈다. 캐네디언들은 철저히 이 룰을 지킨다.
우리가 놀라자 남편 왈! “인간은 원래 곰이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국립공원 정상에 올라갔다. 그곳의 높이는1920M였다. 레벨스톡 인근에 산불로 경치는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산불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친구가 해온 돼지 불고기와 김치찌개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나와서 먹는 식사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맛! 사랑과 우정, 경치까지 양념으로 곁들인 저녁식사야 말로 왕의 식사에 비할 수야.
우리는 준비해간 루프 탑 텐트를 차 위에 설치하는데 빗방울이 뿌렸다. 루프 탑을 사서 미리 2박 3일 체험을 하고 왔기 때문에 설치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청춘이 아니질 않은가? 하지만 잠자리는 그런대로 편했다. 땅에 설치된 텐트가 아니니 일단 냉기가 올라오지 않아 춥지 않았다. 곰이 출몰해도 안심이었다. 좁으니 둘이 꼭 안고 잘 수 있으니 이 나이에 이런 보너스가 어디 있으랴.

2023 8.21
Ainsworth캠프 동굴온천

다음날 아침 남자 두 분이 준비한 브런치로 느지막이 커피와 푸짐한 과일,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Ainsworth캠핑장으로 출발했다. 레벨스톡 가까운 데서 산불이 나서 그런지 시야가 흐렸다.
오후에 캠핑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는 도중에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점심식사를 했다. 캠핑트레일러가 편리한 점은 캠핑카를 세울 수 있는 장소에서 언제든지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집에서처럼 편안히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큰돈 들이지 않고 숙식을 해결 할 수 있고 여행 경비가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불리 먹고 나니 왕이 부럽지 않았다. 좋은 친구에, 신나는 여행에, 아름다운 경치까지. 이만하면 인생 즐겁지 않은가?
동굴온천 Ainsworth를 향하여 다시 출발했다.
먼저 Ainsworth 동굴 체험을 하기로 했다. 캠핑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동굴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유황과 철분이 함유되어 천정에는 종류석이 쭈빗쭈삣 자라 있었다. 온도는 영하 1도쯤, 천연 냉장고였으며, 바닥은 1년 내내 살얼음이 얼어 있다고 했다. 친구가 “동굴 안에서 곰이 나올 것 같다”고 하며 몸을 부르르 떠는 바람에 또 웃을 수 있었다. 촬영이 금지된 동굴 안에서 몰래 동영상을 찍으며 어둡다고 하자 남편이 야단을 쳤다.
“어두운 동굴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 사람아,” 참고로 기자 출신인 남편은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금지 된 구역이다. 그 불법을 아내가 저지르고 있었으니 화를 낼 수밖에. 그리고 그곳은 어마어마한 호수를 끼고 있어 태평양 바다를 방불케 했다.
앞은 바다 같은 호수, 뒤는 엄청난 높이의 산, 우리는 이미 캐나다의 아름다운 경치에 익숙해져 있지만, 산을 정복하기 위한 고난의 행군과는 다른 맛이었다. 추운 곳에서 나왔으니, 뜨끈한 온천 물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아, 하나 더! 액티비션의 깜짝 이벤트도 남편이 준비해 왔다. 그 나이? 에 카약을 타겠다고 2인용 카약튜브를 사서 싣고 왔다. 카약을 산다고 했을 때 위험하다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꿩 대신 닭이라고 튜브형으로 사서 몰래 싣고 온 것이었다. 그걸 보고 나는 뜨악했지만, 이왕 산 것 마음껏 즐겨 보자는데 긍정적인 마음을 열어 청춘이라며, 칭찬을 해 주었더니 정말 자신이 청춘 인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준비해 온 카약을 타기 위해 두 남자분이 카약에 바람을 넣는 과정에서 얼마나 익살을 부리며 재미있었는지. 덕분에 우리는 처음으로 카약을 타보았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시간. 나는 그 과정을 처음으로 동영상으로 촬영을 하고 유튜버로 데뷔(?)를 했다. 동굴에서의 동영상은 예행연습이었다. 2시간여 카약을 탔다. 위험 할 줄 알았던 카약이 의외로 안전했다. 남편이 안전자켓까지 철저히 준비해 왔다. (다음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3-09-15
Juksan | 2023-09-15 1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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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 나는 여행기 참 새롭네요. 사실 우리 여행을 다녀 오면 몇 컷의 사진이 전부인데 글로 남기면 그 현장이 나중에라도 읽어보면 생생할 뿐더러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현재 함께 여행을 하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귀한 지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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