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그만둘 결심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_ 서동국 (캘거리 문협) |
|
|
|
조금은 흐릿한 옅은 날 닮은 가로등 불빛을 따라 걸었다. 내 나이 만큼의 가로등 숫자를 세며 걸었다. 스물여덟, 스물아홉 공무원 시험 준비를 관둘까? 1년만 더 해야 할까? 가족들의 두꺼워지는 걱정과 하나씩 적어지는 친구들과의 채팅방 숫자 내 또래들은 골프도 하고 테니스도 친다는데 나의 취미는 편의점 할인 시작된 제육볶음 삼각김밥 사 먹기 서른 서른하나 가로등 지날 때 "바스작 바스작" 내 발에 밟힌 낙엽 그 부서지는 소리에 내가 놀랐다. 가을이 왔구나! 가을이었구나 낙엽도 아프면 이렇게 소리치는데 내 가족은 얼마나 날 기다리며 소리도 없이 아파했을까? 서른두 번째 가로등 밑에서 멈춰서서 이젠 가족을 향해 걸어가 보자 낙엽을 덮어버릴 새하얀 눈보다 더 하얗고 더 무거운 월급봉투를 엄마 손위에 살포시 내려보자 엄마도 이제 곧 소리쳐요 우리 아들 회사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테니스도 치고 소고기도 사준다고 바스작 바스작 낙엽 쌓인 그 길 끝에 있는 소고깃집으로 가족들과 걸어 들어갈 결심
|
기사 등록일: 2023-09-22 |
|
|
|
|
|
|
나도 한마디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