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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 읽기 _ 3월 24일자
 
지난주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후유증이 크다. 한일 외교에 진일보했다는 평가는 여권과 보수의 시각이고 반대 진영에서는 ‘조공 외교’,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 다시 국론이 분열되는 모습이다. 평등을 중시하는 좌파와 자유를 중시하는 우파의 합의점은 민주주의로 향한다. 합집합이 아닌 교집합이 서로의 개성과 스탠스를 인정하면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마련이다. 좌우로 갈린 갈등의 한국은 자꾸 누가 만드는가?
대통령실은 부인하지만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위안부와 독도 문제가 논의되었고 어처구니없는 일본의 강짜에 윤 대통령은 고개를 숙였다.
더이상 위안부 문제는 거론하지 말고 여기서 이제 끝내고 그 김에 소녀상도 철거하란다. 독도가 자국의 영토라는 주장도 다시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들으면 모두 터무니없는 억지인데 본인 손으로 한일 관계의 한 획을 긋고 싶은 욕심이 많았는지 반박 조차 해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 논의가 없었다고 발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몰매가 두려웠을 것이다.
언론은 반도체 핵심 품목 수출 규제가 풀렸다고 대서특필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수출우대국으로 복귀시켜준 것도 아니다. 한국이 앞으로 하는 짓을 봐서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그의 역사의식에 대해, 한국을 ‘퇴행’시켰다고 개탄했었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배상을 일본의 전범 기업이 아닌 한국이 대신 변제해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한 한국 정부와 이를 서둘러 밀어붙인 대통령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당시 정부는 이제 물컵의 반잔이 채워졌다면서 나머지 반잔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밝혔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온 날, 한겨레신문은 이렇게 일갈했다. “물컵의 남은 반을 일본이 채운다더니, 오히려 나머지 반도 한국더러 채우라는 말만 듣고 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장도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일본이 깜짝 놀랐다. 이렇게 하면 한국이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우리 일본은 이것이 학수고대하던 해법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혹자는 이제는 한일관계를 대결적인 구도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일 간의 외교관계는 승자와 패자만 있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모든 것을 적대시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서로 많은 것을 교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표선수끼리 붙는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호승심이 강하다.우리에게 가혹한 식민 통치를 겪게 했던 일본, 그들의 만행을 우리는 뇌리에서 지우기가 힘들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일본에게 지면 ‘분하고 억울’하다.
외교는 스포츠 게임이 아니어서 이런 승패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을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며 근시안적 사고를 가졌다고 폄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와 민심의 물줄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쥐려는 통치권자의 ‘억지’는 잘못된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란 말을 들어는 보았나 싶을 정도다.

3년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개혁의 걸림돌이라며 사제와 수도자 4천여명이 모여 시국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엊그제 사제단은, 이제는 대통령이 된,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시국미사를 다시 봉헌했다. 1974년 이후 아카이브에는 사제단의 수많은 시국선언문이 들어있다. 서슬 퍼런 시국에서의 강요된 침묵을 깨뜨린, 인권회복과 사회정의를 향한 절규였다.
보수인사들은 사제단의 이런 행동도 종교를 빙자한 반국가 정치투쟁이라고 폄하한다. 국내 여론을 분열시키고 총체적인 민심 이반을 야기하는 윤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들이 보수층의 화려한 레토릭으로 아무리 윤색되어도 필자의 눈에는 그저, ‘민심난독증’의 중증질환으로 보일 뿐이다.

민심을 아우르라는 말이 포풀리즘 정치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극단적인 정파적 정책들을 경박하고 일관성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민심을 거슬린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OECD 국가 중에 한국인들의 행복 만족도가 해마다 하위권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라는 이야기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문제만 해도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허용이란 정부안에 악화여론이 일자 국민의힘에 가서는 64시간으로 할까? 하다가 4시간만에 다른 공식 석상에서 60시간? 하다가 엊그제 언론에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60시간은 무리’라며 그 이하로 상한선을 두라고 지시한다. 근로자들은 이 어젠다가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사안이어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이렇게 조삼모사로 말을 번복하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협치와 통합는 차치하고라도 민심과 괴리된 ‘진영’의 울타리에서 나와 그들의 마음을 좀 살피라고.

캐나다로 시선을 돌려본다.
전에 필자가 교민들이 이용하는 자유게시판을 종종 들여다본다고 했는데 요즘 또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엊그제 젊은 한국 여성이 토론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백인한테 봉변을 당했다. 그래서 취재를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니 이런 일들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시안이라는 큰 카타고리에 묶여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인들이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아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비드 때문이었고 요즘은 중국의 캐나다 선거 개입이 터지면서 타겟이 되었다.
느닷없는 이런 황당한 일이 피해자를 얼마나 좌절시키는지 그들은 모른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관련 기관에 하소연해 봐야 내가 겪은 참담한 시간은 지워지지 않는다. 목소리를 모아서 인종차별 반대시위도 많이 하지만 백인사회의 이기적, 배타적 성향은 어느 정도 고착화된 듯 쉽사리 바뀌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엊그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소위 IPCC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탄소감축 목표를 상향조정하지 않으면 2100년쯤 지구온도가 2.8도 상승한다는 내용이다. 6~7년 주기로 발표되는 보고서이고 전세계 기후협약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가장 우려되는 캐나다 지역은 BC주이다. 캐나다 정보국의 보고서는 앞으로 80년 안에 해수면이 최대 2미터까지 올라간다고 전망했다. BC주 인구의 4분의 3이 해안을 따라 살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지역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티븐 길보 캐나다 환경부장관은 이날 IPCC 보고서가 나온 직후 성명을 발표했는데 캐나다가 전 세계 지구온난화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으며 북부의 온난화 속도는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한국도 피해갈 수는 없다. 해양조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대 82센티 상승할 전망이다. 바닷가 주변 마을이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서해 보다 동해의 해수면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다 강릉 해변에 바짝 붙어있는 정동진역이 혹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부터 인다. 하기야 70년 후에도 필자와 같은 7080 세대의 정서가 남아있을 지는 모를 일이다만 그저 생각만으로도, 영영 다시 가보지 못할 지언정, 마음은 허전하다. 일출을 보러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던 옛날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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