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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신성한 음료, 사악한 음료
-커피의 두 얼굴-
커피가 인류문화에 끼친 영향을 찾아 지구의 3/4에 해당하는 30,000Km를 여행하며 커피 문화사를 쓴 스튜어트 리 알렌은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중독시킨 마법의 검은 액체가 맛과 향 보다는 ‘효능’에 있어 사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알렌의 선지자적인 예언이 맞는 건지 커피의 효능에 대해 의학적 분석까지 등장했다. 커피에 함유된 항산화성분, 항염증성분이 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캐더린 윌슨 박사팀은 미국인 47,000명을 대상으로 22년동안 추적조사결과 하루 커피 6잔 이상 마시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평균 20% 낮아지고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진행성 전립선암 위험은 6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커피가 여성 유방암을 예방한다는 발표도 있다. 스웨덴 연구팀 발표에 의하면 하루 5잔의 커피가 유방암 위험을 33%-57% 줄여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연구결과는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돼 유방암 분야 세계적 논문집에도 실렸다 한다.
그러나 커피는 두 얼굴의 음료답게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발표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루 4잔이상의 커피는 임신 가능성을 25% 줄인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다. 카페인이 난자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카페인이 수면을 방해해 비만에 이르게 될 가능성도 제기 되었는데 비만은 심장질환, 혈관질환, 당뇨, 고혈압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외에도 골다공증이나 요실금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커피가 건강에 해로운지 이로운지는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알겠지만 쥘 미슐레의 말대로 “커피의 출현이 창조적 사고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건강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창조적 사고에 기여한 것은 커피의 또 다른 효능이다.
1652년 런던에 유럽 최초로 커피점이 생겼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 런던에는 2,000개가 넘는 커피점이 문을 열었다. 유럽에 커피가 소개된 것은 맥주 대용으로 음주를 죄악시 하는 청교도들에게 검은 액체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었다.
커피는 일터에서 정신을 맑게 해주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술집을 대신해 만남의 장소, 대화의 장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서나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격론을 가져오게 마련인데 영국의 선술집은 정치토론이나 종교토론에 적합하고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무기를 휴대한 채 술에 취해 격론이 벌어지지 않도록 선술집 주인은 각별한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나 맑은 정신에 이야기 하는 커피점은 정치토론 종교토론에 안전한 장소로 권장되었다.
커피점에서는 신분상의 높고 낮음이 없어 아무나 적당한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되었고 높은 사람이 들어왔다 해서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민주주의적 발상은 국왕 챨스2세의 심기를 건드려 커피점 금지 칙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칙령은 11일만에 취소되었지만.
그후 커피점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로이드 커피점은 로이드 보험회사로, 발틱 커피점은 런던 해운거래소로, 예루살렘 카페는 동인도회사로 발전해 세계적 기업이 되었으니 이 또한 커피의 창조적 기능이다.
당시 커피점은 지금의 인터넷 자유게시판처럼 게시판 역할도 했다. 커피점이 늘어나자 모이는 사람들의 특성이 생겼다.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예술인은 예술인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모이는 특색있는 커피점이 생긴 것이다. 이젠 커피점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잡다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워졌다.
그 때 리쳐드 스틸(Richard Steele)이란 사람이 기발한 창조적 발상을 했다. 각 커피점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 인쇄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A 커피점은 시를, B커피점은 미술을, C 커피점은 시사토픽을 D 커피점은 정치문제를, 이런 식으로 커피점마다 특색있는 내용을 커피점 게시판에 실었다. 영국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로이드 뉴스는 로이드 커피점 게시판에서 시작된 신문이니 쥘 미슐레의 말대로 커피는 인류의 창조적 사고에 큰 기여를 한 것이다.
그러나 커피의 어두운 면도 있었다. 커피가 에디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중동지방에 퍼지자 이슬람교파 중에 하나인 수피교도는 커피를 제의(祭儀)에 썼다. 이슬람 율법 보다 명상과 시와 노래를 통해 신에 접근하고자 하는 수피교도들은 잠 들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명상과 기도를 하는데 커피를 이용했다. 수피교도들에게 커피는 정신적 도취감을 일으켜 신과 교통하는 도구였다.
커피가 유럽으로 건너 왔을 때 캐톨릭 주교들은 각성효과가 있는 검은 액체가 이교도들의 제의에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악마의 음료’로 규정해 교황에게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커피의 검은색, 커피를 이용한 수피교도들의 제의가 성찬식에 등장하는 포도주를 사탄의 이미지로 왜곡한다는 것이었다.
현대의학도 커피가 건강에 좋은가 해로운가를 놓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1600년대 유럽 의학계는 커피가 인체 전반에 걸쳐 특히 중추신경계를 “완전히 말려 전반적 피로와 무력감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학계에는 커피가 인체의 필수적 체액, 특히 정액을 빼내어 남성의 생식능력을 빼앗는 건조한 물질로 인식되었다.
이런 의학계의 주장이 유럽 전역에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 런던 여성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영국의 한 여성단체가 런던 시장에게 ‘사악한 음료’를 금지시켜 달라고 장장 7장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영국 신사들은 지난 800년간 혈기왕성한 사나이로서 수많은 아들 딸의 아버지 노릇을 해오면서 기독교 국가중 가장 남성다운 능력있는 남성이었는데 ‘커피’라는 가공할 야만적 음료가 정액을 말려 버리는 바람에 남성들은 몸에 물 한 방울 남지 않은 채로 콧대만 높아졌고 단단한 것이라곤 관절밖에 남지 않았다. –중략-
이 모든 현상은 대단히 유해한 커피를 지나치게 마신 결과로서 커피는 인간의 본성을 무력하게 하고 우리 남성들에게서 탄약을 빼앗아 가며 행여 탄약을 쥐어준다 한들 남성들은 이를 발사하지 못한다. –중략-
고로 우리는 60세 미만의 모든 사람에게 커피를 금지하고 대신 기분 좋게 취하는 맥주와 코크에일을 널리 권장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로서 우리 남편들이 자신이 진짜 남자임을 턱수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증명할 수 있기를. –자랑스런 개혁을 희망하며 (1674년 런던)-
300년 전 런던 여성단체의 우려가 기우였는지 여부는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었거니와 현대에서는 커피가 남녀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은 작업 중에서 가장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작업이 되었으니 이 또한 커피의 효능이 아니겠는가?
커피가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의학적 판단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커피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며 내가 마시는 커피가 ‘사악한 음료’인지 ‘신성하고 창조적 음료’인지는 각자 판단할 일 아니겠는가.

기사 등록일: 20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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