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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영화 와 영화배우 이야기
-김여진, 메카시즘, 헐리우드-
김여진이란 배우 이름을 들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트위터에 들어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블록’ ‘황의건’이란 단어가 자주 보이길래 호기심에 찾아보다 알게 되었다. 배우로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한데 사회 현안에 대해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는 배우로 남의 일에 관심을 갖고 아픈 것을 같이 나누겠다는 생각이 좋게 느껴진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기득권 가진 자들을 향한 항변, 사회적 관심사에 대해 약자와 소수의 의견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모순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것에 누구나 동감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김여진의 행동에 반감을 갖고 고깝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김여진은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동조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앞으로 그의 소신에 찬 행동이 정치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그에게 어떤 불이익을 줄지 모른다. 국가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을 빙자해 주는 불이익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모르나 자신의 행동에 반감을 갖고 비난하는 것에는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안다.
김여진에게 욕설에 가까운 인신공격성 폭언과 비하성 발언을 퍼붓고 유명해진 인물, 한나라당 자문위원 박용모씨와 게이로서 명품 홍보업을 한다는 황의건씨는 본인들이 의도한 noise marketing 결과인지는 몰라도 김여진 덕분에 뜨기는 떴다.
트위터에서 박용모 자문위원은(사퇴해서 현재는 자문위원 아니지만) ‘못 생겼으면 함부로 씨부렁거리지 마라’고 훈계했고 황의건씨는 김여진의 용모에 빗대 ‘국밥집 아줌마’라고 했는데 말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 외모에 따라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말로써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인데 외모에 따라 인간 천부의 권리인 말할 수 있는 자유, 유식하게 표현해서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다면 이것은 철학부재라고 할 수도 없고 인격이 천박하다 할 수도 없고 배운 게 부족하다 할 수도 없고 ‘역시 한나라당스럽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게이로서 명품 홍보업을 한다는 황의건씨의 경우는 약간 복잡하다. 황씨는 게이로서 그 동안 받아온 사회적 냉대, 멸시, 차별, 편견에 익숙해져 이젠 마음 아플 일도 속 상할 일도 없어 자신이 게이란 사실에서 초연한 듯 보인다.
더구나 명품 홍보업을 하면서 명품을 다루다보니 자기 자신의 인격, 품성, 사고까지 명품으로 업 그레이드 된것으로 착각하고 살다 보니 이젠 어엿하게 제도권, 기득권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게 닥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피 묻은 손으로 승리의 종을 잡았다는 자부심이 게이라는 성적 소수자에서 벗어나 그를 명예백인으로 만들어 자신이 속했던 집단을 적으로 돌려 핍박하고 농락하는 것이다.
박용모씨와 황의건씨의 살인적 언어폭력을 보면 미국을 송두리째 흔든 메카시의 광기가 생각난다. 2차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공산주의를 적으로 돌렸다. 파시즘을 상대로 연합전선을 폈던 어제의 동지 소련이 적이 되었고 미국 사회는 반공과 적색공포에 휩쓸렸다. 그때 공화당 상원의원 죠셉 메카시는 명예훼손, 금품수수 등으로 정치생명이 위기에 몰려 있었는데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 내에는 공산주의자가 각계각층에 침투해 있는데 나는 297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해 미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 그럼에도 보수주의자들과 보수 언론은 근거 없는 메카시의 말을 정권탈취에 이용해 집권당인 민주당을 압박했고 진보성향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는 것을 입증하기 급급했다. 미국사회는 정치계는 물론, 경제, 교육, 군부, 심지어 헐리우드 영화계까지 빨갱이 사냥 붐이 일었는데 이 근거 없는 빨갱이 사냥을 매카시즘(McCarthyism)이라고 한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The way we were’ 우리나라에서는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영화가 매카시즘을 사회적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메카시즘 광풍이 영화계에 몰아치자 로널드 레이건(미국 40대 대통령), 월트 디즈니, 게리 쿠퍼 등이 빨갱이 사냥에 앞장 서 동료배우들을 조사 해 당국에 신고했다.
‘에덴의 동쪽’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제작한 명감독 엘리아 카잔은 동료 이름을 줄줄이 댔다. 마치 박정희가 남로당 동료 이름 불듯이. 엘리아 카잔은 이때 동료를 팔아 먹었다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평생 붙이고 살아야 했다. 미남 배우 로버트 테일러, ‘waterloo bridge’ 우리나라에는 ‘애수’로 소개된 영화에서 비비안 리와 주연을 해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 로버트 테일러도 빨갱이 사냥꾼으로 변신했다.
당국은 10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영화사에서는 이들 10명에게는 어떤 배역도 맡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헐리우드에는 동료를 고발하는 배우들만 있지 않고 불이익 당한 것을 알면서도 위기에 빠진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배우들도 있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빨갱이 동조자로 찍혀 연기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말하며 당국의 부당한 압력을 항의하는 배우들이 있었으니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오드리 햅번)와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레고리 펙, 영원한 명화의 반열에 오른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카트와 그의 아내 로렌 바콜등이 바로 그들이다.
엘리아 카잔과 달리 극작가 아더 밀러는 당국에 요구에 굴하지 않고 동료 이름을 불지 않아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 아더 밀러는 마릴린 몬로와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몰아 닥친 빨갱이 광풍으로 마릴린 몬로도 수사기관 파일에 공산주의자로 이름이 올라 갔다. 마릴린 몬로와 공산주의?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몇 년간 미국을 흔들었던 매카시즘의 종말은 허무했다. 매카시의 비논리적, 비이성적, 선동에 공화당 동료 의원들도 고개를 흔들었다. “자유는 이런 독재스러운 방법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미국 연방 대법원도 헌법제정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 안보보다는 인간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판결을 하기 시작했다.
매카시즘은 과거가 되었지만 김여진은 현재다. 앞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어떤 비난을 받을지 그가 어떤 정치적 야심이 있는지 모르나 더불어 사는 세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실현되는 세상이 오는데 그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사 등록일: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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