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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능력과 인간성의 경계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의 공통된 점은 도덕성, 윤리의식은 떨어지더라도 경제를 살리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현대건설 사장이었으니 기업 경영하듯 하면 경제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그를 선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기대했던 것만큼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고 더구나 그는 기업가 출신답게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 있는 자, 없는 자의 차이를 더 벌려 놓아 서민층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얼마나 인기가 없고 인심을 잃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능력조차 기대치 이하로 나타났지만 만약 정말 능력은 있는데 도덕, 윤리의식이 바닥 수준인 사람을 택한다면 어떨까? 춘추전국시대의 오기(吳起)의 경우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동양에서는 병법가라면 손자, 오자다. 둘 다 춘추전국시대 인물로 병법으로 한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이다. 손자의 이름은 손무(孫武) 오자의 이름은 오기인데 공자, 맹자라던가 손자, 오자처럼 접미어 자(子)가 붙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뚜렷한 공적을 남겨 존경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쓰는 명칭으로 선생이란 의미가 있다.
예를 든다면 子曰 “不患人之不知己患不之人”라고 하면 子曰(자왈선생님께서 말씀 하시기를)이란 뜻이다.
오기는 이름 그대로 똘똘 뭉친 오기로 평생을 살다 간 사람이다. 그는 손자와 더불어 병법의 대가로 살벌하고 험난한 춘추전국시대를 살았으나 후세에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오기는 위(衛)나라에서 태어났다. 오기의 어릴 때 일화는 오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기로 똘똘 뭉친 오기는 이름 그대로 ‘지느니 죽는 게 낫다’라는 인생관을 어려서부터 지니고 살았다. 동네에서 골목대장 노릇할 때 덩치가 훨씬 크고 포악한 애가 이사 와서 골목대장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오기는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얻어 맞았으나 다음날 또 싸우러 갔다. 며칠간 일방적으로 얻어 맞기만 했으나 열흘 이상을 싸우자고 덤벼들자 나중에는 상대가 질려 스스로 골목대장을 포기했다.
청년기에 싸움만 하고 말썽만 피우는 오기는 동네에서도 잔인하고 의심 많아 인심을 잃다 모친의 훈계를 듣고 깨닫는 게 있었다. 그는 건달 생활을 청산하고 팔뚝을 물어 뜯으며 모친에게 “대부나 정승이 되기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고 고향을 떠나 증자의 제자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증자는 공자의 제자니까 오기는 공자의 손자뻘 제자가 된다.
어느 날 오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 증자가 집에 가서 장례 모시고 오라고 했으나 오기는 잠시 슬퍼하는 기색을 보일 뿐 “성공하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기로 했으니 그냥 공부 하겠다”며 공부를 계속했다. 증자는 어이가 없었다. “저런 비정한 인간은 공부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한 증자는 오기를 파문 시켰다.
그때부터 오기는 병법을 공부했다 하는데 노력하는 천재인 그는 곧 병법에 일가를 이뤄 노나라 장군이 되었고 제나라 출신 여자와 결혼해 가정도 갖게 되었다. 오기의 부인은 제나라 대부 전거의 딸이었다. 이때가 오기에게는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부인은 헌신적이었고 그 동안 공부했던 병법을 인정받아 한 나라의 장군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등에 종기가 난 병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었다. 행군을 할 때도 말을 타지 않고 병사들과 함께 짐을 지고 걸었다. 이에 감격한 병사들은 전쟁이 벌어지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오기가 정말 병사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가식적 사랑이었다. 그런 가식적 사랑을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고 한다.
제나라와 노나라가 전쟁을 하게 되었다. 제나라는 노나라보다 훨씬 강했다. 중신회의에서 모두가 전전긍긍하는데 오기가 나섰다. “제가 제나라를 물리치겠습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오기 부인이 제나라 출신이란 것을 알고 만약 배반하면 어쩌나 해서 군사권 주는 것을 꺼려했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온 오기는 눈 한번 까닥 않고 부인을 죽여 두 마음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출세와 야망을 위해서라면 부인까지 죽이는 냉혈한. 그러나 전략의 천재인 오기는 제나라와 전쟁에서 보기 좋게 이겼다. 살처구장(殺妻求將장수가 되려고 부인을 죽인다)이란 사자성어가 생긴 것 이런 경우 때문이었다.
노 목공(노나라 왕)은 고민이 생겼다. 오기가 능력 있고 유능한 것은 검증 되었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남이야 어떻게 되던 말던 출세에 눈이 먼 이기심에 가득 찬 저런 인간을 신하로 데리고 있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론이 노 목공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조정 신하들이나 백성들이나 한결 같이 오기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 인간성에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결국 여론에 밀려 오기는 백수가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럴 즈음 초나라 도공이 오기를 스카우트 했다. “당신 그 재주로 우리나라 좀 부강하게 해줘.”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 사람들이 초 도공 같은 심정으로 투표장에 갔을 것이다.
초나라 재상이 된 오기는 귀족 왕족들의 권한을 대폭 줄이고 토지 소유를 제한해 국고를 늘이고 왕권을 강화했다. 법령을 세우고 상벌을 분명히 하고 불필요한 직위를 없애는 등 부국강병에 힘을 써 초나라는 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오기는 귀족들의 인심을 잃었다.
병을 앓던 초 도공이 죽었다. 귀족들과 왕족들은 오기를 죽이려 했다. 오기는 도공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피했다. 오기의 뛰어난 무술 실력을 아는 귀족, 왕족들은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리서 활을 쏘았다. 오기는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그러나 도공의 시신에도 수많은 화살이 박혔다.
숙왕(도공의 아들)이 왕위에 올라 부친 시신에 화살 쏜 자들을 색출해 죽였다. 왕에 시신에 화살을 쏜다는 것은 역모에 해당하는 큰 죄다. 그때 죽은 왕족, 귀족들이 70 가문이라 하니 오기는 죽으면서도 복수를 한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오기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했다. 뛰어난 병법가 및 장군으로 그는 전쟁에 나가 한번도 진 적이 없는 76전 전승을 거둔 명장이고 초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능력 있는 정치가였으나 냉혹하고 비정하고 남을 깔보고 이기심과 출세욕에 가득 찬 인간성으로 후세에 배척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사기 오자열전은 능력만 있다고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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