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nia 는 clipboard 의 또다른 닉네임입니다.

>>>>>
sarnia 는 비행기타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항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좋아합니다. 떠날 때의 설렘과 기대는 보딩브릿지를 건너 비행기 출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약간 다른 기분으로 바뀝니다. 지루함과 답답함이 섞인듯한 묘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sarnia 는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 후미의 비상구 근처에서 역시 그 곳에 죽치고 있는 다른 승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승객들이 멋모르고 점프시트에 앉지 않도록 안내하는 군기반장(?)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매번 비행기 탈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첫 번 째 식사가 끝나면 기내를 한 바퀴 순시(?) 한 뒤 맨 뒤 비상구로 직행합니다. 이 날은 latex gloves를 끼고 네 개의 화장실을 번갈아 가며 청소하는 당번 승무원이 열심히 일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승무원들 중 가장 어려 보이기도 하는 그가 좀 안쓰러웠습니다.

>>>>>
>>>
이 날 sarnia 는 특별한 경험을 한 가지 했습니다. 비빔밥을 먹으면서 왠지 맛이 참 색다르다고 생각했는데요. 저 참기름을 깜빡 잊고 넣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맛이 색달랐던 게 아니라 사실은 맛이 없었던 건데 참기름 투입여부를 몰랐을 때와 알았을 때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이 아주 다르더라고요.
몰랐을 때는 ‘맛이 색다르다’ 고 느꼈었는데, 알고 난 뒤에는…… 갑자기 영화 ‘박하사탕’의 유명한 대사 비슷한 소리가 떠 올랐습니다.
“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면 안될까?”

>>>
착륙 20 분 전, 창문 가리개가 열리고 고국의 산과 강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아, 여기가 내 조국 대한민국이야”
매년 가도 밀려오는 감동은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지금의 삶의 터전은 아니지만,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어머니의 품같은 곳이지요. 자기가 나고 자란 산천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은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인가 봅니다.

>>>
>>>
공항리무진을 타고 서울로 서울로

>>>>
sarnia 가 초등학교 3 학년 시절부터 살던 동네랍니다. 그 전에는 종로구 안국동에 살았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오른쪽으로 가면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 (미안합니다. 이 두 사람에게는 차마 대통령 호칭이 나오지 않는군요) 직진하면 고 최규하 전 대통령 사가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통령들이 드문드문 모여사는 동네인 셈이지요.

>>>>>
시내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가 봅니다. 명동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하늘이 아주 파랗습니다. 캐나다의 파란 하늘이 부러울 이유 없습니다.

>>>>>
광화문 네거리까지 걸어왔습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경복궁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다시 우리 동네……
sarnia 이제 그만 들어가 자라. 내일 태국가야지.

>>>>>
머무는 곳에서 도보로 불과 5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 레스토랑으로 만날 사람들을 호출하곤 했습니다…… 저 좀 뻔뻔했나요

>>>>>
신촌오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sarnia 는 약간의 언어소통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예쁜 카운터 언니: "고객님, 커피콜라 중에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sarnia: "네? 무슨 말씀이신지......"
커피콜라라는 합성어 같은 말을 순간적으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죠.
예쁜 카운터 언니: 고객님, 2 층에도 자리가 있으십니다"
sarnia: "........ " (이번에는 빙긋 웃으며 인사만 꾸뻑)
자리가 있으십니다? ㅋㅋ 하긴 말이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표준말이 되는 거지요. 표준말이 따로 있나요?

>>>>>
여긴 어딘고? 아마 남대문시장 근처 같습니다.

>>>>>
>>>
동네를 싸돌아 다니다가 발견한 광고스티커. 생뚱맞은 포스팅이지만 무슨 광고인지 제게는 생소해서요.
그때는 그냥 ‘역시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 이라 키스하는데도 방이 필요한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
다시 서교동 횡단보도. 어느 날 저녁 이 곳은 차가 막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막히는 곳이라는 걸 경험했습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5 분 정도 서서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
누군가를 만날때는 남산 중턱에 있는 이런 여관 밥집에서 만나 강건너 말죽거리를 내려다보며......

>>>>>
>>>>>
그 터무니없는 가격에 밥맛부터 떨어지는 식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
>>>>>
저 혼자 다닐 땐 호두과자를 한 봉지 (8 개 2000 원) 사서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먹기도 하고......

>>>>>
>>>>>
이렇게 멋지게 한 끼를 즐기기도 했구요. 이 집 국물맛은 명품 중의 명품이었습니다.

>>>>>
>>>>>
광화문에서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이란 제목의 책을 한 권 구입했습니다. 돈 주고 책 사 보는 게 하도 오랜만이라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사건해석에 있어서 가치중립이란 거의 불가능하긴 하지만, 이 책은 그래도 규범적 가치판단보다는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글들이 많은 것 같아 목차와 서문만 읽어보고 샀습니다. 751쪽에 가격이 3 만 원. 좀 무겁고 비싸긴 해도 한국전쟁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들을 접해보고 싶어서요.
암튼......서울에서 첫날 밤은 거의 뜬 눈으로 보내고, 다음 날 낮과 밤을 정처없이 싸돌아다니다가 그담날 아침에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또 저렇게 어디론가 날아갔답니다.

>>>>>
>>>>>>>>>>>>>>>
>>>>>
>>>>>>>>>>
>>>>>
>>>>>
>>>>>
>>>>>
>>>>>
>>>>>
>>>>>
>>>>>